토요타 라브4 PHEV, '전기차가 불안한 당신에게' [시승기]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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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2.24 10:10
토요타 라브4 PHEV, '전기차가 불안한 당신에게'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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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이하 PHEV)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30km 내외의 짧은 전기모드 주행거리가 만족스럽지 않아서다. 출퇴근을 감당하기 어려울 뿐더러 잦은 충전도 스트레스다. 엔진을 사용해 배터리를 채우는 것도 그다지 효율적이지 않다. 차라리 일반 하이브리드를 사는게 더 좋은 선택이라 생각됐다.  

토요타 라브4 PHEV
토요타 라브4 PHEV

그런데 토요타 라브4 PHEV는 달랐다. 한번 충전하면 전기로만 62km를 달릴 수 있는데, 실제로는 75km 이상도 거뜬했다. PHEV를 고민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을 정도다. 

# 62km? 80km도 거뜬하겠는데?

라브4 PHEV에는 178마력을 내는 2.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전자식 무단변속기(e-CVT)가 기본이다. 여기에 두 개의 전기모터와 리튬이온 배터리팩이 더해진 구성된다. 모터는 일반 하이브리드(120마력)보다 강력한 182마력급으로 교체해 306마력의 합산 출력을 만들어냈다. 배터리 용량도 18.1kW에 달한다. 

토요타 라브4 PHEV
토요타 라브4 PHEV
토요타 라브4 PHEV, 제원상 주행거리(62km)보다 효율이 뛰어났다.
토요타 라브4 PHEV, 제원상 주행거리(62km)보다 효율이 뛰어났다.

복합연비는 16.1km/l인데, 사실 이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전기로만 62km 이상 주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직장인들의 평균 출퇴근 거리가 30km 내외인걸 감안한다면, 엔진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고 전기차처럼 이용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집밥'처럼 완속충전기 여건만 갖춰진다면 대중교통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차량을 운용할 수 있겠다. 

가장 인상적인건 제원을 뛰어넘는 넉넉한 주행거리다. 잠실을 출발해 경기도 용인까지 왕복 50km를 주행했는데, 아직 전기로만 26km를 더 달릴 수 있다고 나왔다. 교통량이 적은 고속 주행 환경에서 시승했음을 고려하면 80km 이상도 충분히 나올 듯하다. 하이브리드의 PHEV의 진가가 정체 구간에서 발휘되기 때문이다.

배터리가 다 닳지 않아도 운전자 의지에 따라 일반 하이드리드 모드로 바꿀 수 있는데, 엔진 개입이 매우 자연스럽다. 전기모터와 엔진이 반복해서 작동하는 상황 역시 훌륭하다. 게다가 모터 출력만 180마력이니 전기만으로도 제한속도까지 어려움 없이 가속할 수 있다. 

토요타 라브4 PHEV
토요타 라브4 PHEV

승차감은 동급 SUV 중에서 편안한 축에 속한다. 한마디로 푹신하다. 방지턱이나 노면 요철 정도는 여느 고급차처럼 능숙하게 넘겨버리는데, 단단한 독일차 성향을 따라가고 있는 국산 SUV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이다.

그렇다고 마냥 물렁물렁한건 아니다. 편안함과 별개로 날카로운 핸들링도 겸비했다. 스티어링 휠을 천천히 돌릴 때와 급격히 조작할 때의 감각이 다르다. 코너링과 차선 변경 상황에서도 안정적이다. 저중심 설계 플랫폼 TNGA와 더 크고 묵직해진 배터리팩이 낮은 무게중심을 구현한 덕분이다.

주행 보조 시스템은 한층 더 치밀해졌다.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차선 추적 어시스트(LTA) 기능을 비롯해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에는 곡선 감속 기능과 정차 후 재출발 기능이 포함된다. 차로 이탈이 감지된 이후 차체를 안쪽으로 집어넣던 기존 방식에 비하면 일취월장이다.

# 더 강인해진 디자인, 아쉬운건…

라브4의 디자인은 신기하다. 전면에서 보면 낮고 넓은데, 뒤에서 보면 껑충한 오프로더같다. 토요타는 이 디자인을 두 개의 팔각형이 교차하는 '크로스 옥타곤' 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두 단으로 나뉘어진 사다리꼴 그릴과 날카로운 헤드램프가 보는 맛을 더한다. 

토요타는 라브4 PHEV를 XSE 트림으로 구성해 스포티함을 살렸다. 그릴은 격자형으로, 휠하우스는 유광 소재로 바꿨다. 사이드 스커트와 전·후면 범퍼 하단에는 금속 장식을 덧댔다.

토요타 라브4 PHEV
토요타 라브4 PHEV

실내에는 레드 스티치와 패들시프트를 추가했고, 퀼팅 시트를 추가해 입체감을 살렸다. 클러스터는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대체됐는데, 4가지 디자인 테마를 선택할 수 있어 운전자의 취향껏 차량을 꾸밀 수 있게 배려했다. 

편의사양도 풍부하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모두 전동으로 작동되고, 운전석엔 메모리시트까지 넣었다.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열선 및 통풍시트도 기본이다. 무선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 등 커넥티비티 기능과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까지 마련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옵션들로 가득하다. 

토요타 라브4 PHEV
토요타 라브4 PHEV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사용성도 더 확장됐다. LG U+와 협업해 개발한 U+드라이브가 내장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실시간 내비게이션은 물론, 음원 스트리밍, 팟캐스트 청취, 모바일 TV 시청도 가능하다. 네이버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클로바를 내장해 차량의 주요 기능들을 제어할 수도 있다. 

다만 센터 디스플레이 사이즈가 불만이다. 8인치 모니터는 유독 작게 느껴진다. 널찍한 베젤까지 더해져 요즘 차 느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연식변경을 통해 10.5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음에도 굳이 8인치를 고집한 이유는 이해하기 힘들다. 

# 거품을 걷어낸 합리적인 PHEV

토요타 라브4 PHEV
토요타 라브4 PHEV

라브4 PHEV는 오랜 기간 검증된 상품성과 뛰어난 주행 성능에 효율을 더한 모델이다. 기대보다 더 만족스러운 주행거리와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제품 트렌드도 적극 반영했다. 

가격도 합리적인 편이다. 라브4 PHEV의 국내 판매가는 5570만원으로 국내에서 살 수 있는 PHEV 중에선 저렴한 축에 속한다. 티구안 올스페이스(5098만원)나 푸조 3008 GT팩(5350만원) 등 비슷한 덩치의 디젤 SUV와 비교해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더 저렴한 국산 하이브리드 SUV를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전기차 처럼 운영할 수 있는 PHEV와 비교할 바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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