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7년 차에 접어든 르노 QM6가 세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단행했다. 오랜 기간 판매를 이어오다 보니 일각에서는 '사골'이라는 평가도 있다. QM6의 경쟁자였던 싼타페와 쏘렌토가 세대교체를 거듭한 것과는 분명 대조된다.

그럼에도 QM6는 여전히 매력적인 차다. 우리도 몰랐던 취향을 발굴해내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디젤 일색이었던 SUV 시장에서 가솔린 SUV가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고, LPG는 물론 2인승 화물 밴 QM6 퀘스트를 통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 'SUV=디젤' 공식을 깨다

르노코리아는 2017년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QM6 GDe를 내놨다. 당시는 국내 가솔린 SUV 시장 점유율이 2%대에 불과했던 시절, QM6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드물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소비자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출시 1년 만에 국산 가솔린 SUV 중 처음으로 2만대를 넘겼는데, 그해 판매된 QM6 중 8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SUV=디젤'이라는 공식을 보란 듯이 깨뜨리고, 이듬해에 누적 4만대를 달성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비결은 뛰어난 정숙성과 경제성이다. 차음 윈드실드 글라스를 기본 적용해 소음을 억제했고, 흡·차음재도 디젤과 동일한 수준으로 사용했다. 복합연비는 12.0km/l로 가솔린 엔진을 쓴 다른 SUV(기아 쏘렌토 11.0km/l, 쌍용 토레스 11.2km/l)보다 좋다. 시작 가격은 2600만원대로 두 체급 낮은 국산 소형 SUV와 비슷한 수준일 정도로 가성비가 뛰어나다.

QM6 GDe의 인기를 이어받은 건 LPG 모델인 QM6 LPe다. 2019년 출시된 이후 지난해까지 9만742대 판매됐다. 작년에는 전체 QM6 중에 67%(1만8473대)를 차지할 만큼 르노코리아의 핵심 모델로 발돋움했다.

LPG는 출력이 부족하고 주행거리가 짧다는 편견도 깼다. QM6 LPe의 최고 출력은 140마력, 최대토크는 19.7kgf·m으로 가솔린(144마력, 20.4kgf·m)과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 복합연비는 8.9km/l로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면 최대 534km를 달릴 수 있다.

# '경제성 끝판왕' QM6 퀘스트

르노코리아는 SUV 특유의 공간을 극대화한 LPG 화물 밴 QM6 퀘스트도 출시했다. 이미 사전 계약 2주 만에 3~4월 물량에 대한 예약이 모두 끝나는 등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QM6 퀘스트의 다재다능함을 강점으로 꼽는다. 르노코리아 측에 따르면 예약자의 76%는 QM6 퀘스트를 비즈니스 목적은 물론 주말 여가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구입했다.

QM6 퀘스트의 적재 능력은 소형 화물차 못지 않다. 라면상자 70개를 실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데, 앞좌석과 적재 공간 사이에 격벽을 설치해 안전한 수납이 가능하도록 했다. 적재 공간은 길이 1423~1760mm, 너비 1261~1321mm, 높이는 723~859mm다.

유지비도 저렴하다. 법규상 LPG 소형 화물차로 분류되기 때문에 보조금도 받을 수 있다.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경유차를 폐차하고 구매하면 LPG 화물차 신차 구입 보조금 100만원을 지원받는다. 4~5등급 경유차인 경우는 800만원의 추가 보조금까지 얹어준다. 개별소비세와 교육세가 면제되며, 취·등록세와 연간 자동차세 역시 2만8500원으로 화물차와 동일하다. 

# 이제는 첨단 인포테인먼트까지

QM6는 세 번째 부분 변경을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최신화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내비게이션과 각종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추가해 편의성도 끌어올렸다.

일단 기존 8.7인치 디스플레이가 9.3인치로 커졌다. 여기에 T맵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SKT 음성인식 시스템 '누구' 서비스를 탑재했고, 멜론, 지니뮤직 등과 같은 믕원 스트리밍 기능, 유튜브, 팟빵, 뉴스리더 등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이밖에  65W 급속 충전이 가능한 USB C타입 포트가 2열에 적용됐고, LED 살균 모듈 및 초미세먼지 고효율 필터가 탑재된 공기 청정 시스템 등이 새로 들어갔다. 나파 가죽은 아마씨유, 옥수수 등을 활용해 친환경 공정으로 가공하는 등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노력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QM6는 편안하면서도 합리적인 SUV를 찾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잡아 성공한 모델"이라며 "가솔린과 LPG 시장에 이어 화물 밴 같은 다양한 변형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르노코리아가 말해온 '조금 다른 특별함' 이라는 지향점에 잘 맞는 모델"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