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모빌리티쇼, 줄어든 규모보다 부실한 내용이 걱정 [기자수첩]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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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3.20 09:45
서울모빌리티쇼, 줄어든 규모보다 부실한 내용이 걱정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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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서울모빌리티쇼' 조직위원회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10개국 160개 기업 및 기관이 참여하며, 전시 규모는 2021년도 행사보다 2배 이상 커졌다고 강조했다.

2021 서울모빌리티쇼 전경
2021 서울모빌리티쇼 전경

이번 모빌리티쇼에 참가하는 완성차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르노코리아, 쌍용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미니, 포르쉐, 테슬라, 이네오스, 알파모터 등 12개다. 2021년 10곳에서 2곳 더 늘었다.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한국GM은 이번에도 불참했다. 지난번에 참가했던 아우디, 마세라티, 지프는 이번에 불참하기로 했다.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일본차 브랜드도 돌아오지 않았다. 

전시 면적이 늘었다고 자평하기에도 민망하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 서울모빌리티쇼'는 킨텍스 2전시장 9·10홀에서만 열렸다. 코로나 이전이었던 '2019 서울모터쇼'가 킨텍스 1·2 전시장을 모두 썼다는걸 생각하면 실질적인 규모는 여전히 작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 메타버스 협약식
2023 서울모빌리티쇼 메타버스 협약식

메타버스로 가상 전시 공간을 꾸몄다는 것도 뭔가 잘못 짚은 느낌이다. 자동차는 직접 보고 만지는게 중요한 재화다. 많은 관람객이 모터쇼에 몰리는 것도 이런 이유일텐데, 굳이 가상 공간을 만들 필요가 있을까 싶다. 뭔가 높은 분들이 '요즘 MZ 세대들 사이에선 이런게 뜬다고 하더라'는 이야기를 듣고 어줍잖게 끼워넣은 느낌이다. 구글 트렌드에서 메타버스를 검색해보면 관련 트래픽은 작년보다 80%가까이 줄었다. 

틱톡으로 생중계를 하겠다는 점도 영 불편하다. 많은 라이브 커머스가 그렇듯 잠시 스쳐간 시청자까지 '누적 방문자' 또는 '동시 접속자'라는 허수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틱톡 접속자 숫자는 돈을 들이면 얼마든지 늘릴 수 있는 편법도 가능하다. 나날이 줄어드는 모터쇼 방문객에 틱톡 동시 접속자 수를 더해 "실질적인 모터쇼 참가자 수가 이 정도 입니다" 라고 광고하기 딱 좋은 방법이다. 

 

IAA 모빌리티 2021
IAA 모빌리티 2021

생존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독일의 IAA와는 대비된다. 한때 100만명이 찾던 IAA는 2019년 56만명까지 방문객이 떨어진 이후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개최지를 프랑크푸르트에서 뮌헨으로 옮기고 보다 뚜렷한 지향점을 보여주고 있다. 

독일은 IAA의 재탄생을 위해 뮌헨이라는 도시의 인프라까지 바꿨다. 메세 컨벤션 센터부터 시내 중심의 쾨니히를 잇는 12km에 친환경차 전용도로를 설치한 게 대표적이었다. 이 기간동안 메르세데스-벤츠가 전기버스로 관람객을 실어날랐고, 레벨3 자율주행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마련됐다. 전시장을 오가는 과정부터 모빌리티 시대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모터쇼가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는 건 분명하다. 예전같은 인기와 영광을 유지하려면 뼈를 깎는 변화가 필요한데, 조직위는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철 지난 메타버스에 얼마나 많은 관심들이 쏠릴 것이며, 유명 유튜버들을 두고 틱톡에서 영상을 볼 이유가 있을까. 모터쇼에 참가하는게 더 유별난 시대, 매력적인 참가 이유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온전히 조직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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