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향연' 찰스 3세 대관식을 빛낸 자동차들
  • 박홍준
  • 좋아요 0
  • 승인 2023.05.09 15:30
'벤틀리와 롤스로이스의 향연' 찰스 3세 대관식을 빛낸 자동차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지난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대관식을 치르고 65년 만에 왕좌에 앉았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세상을 떠난지 8개월이 지나 열린 이번 행사에는 세계 각국의 2000여만명이 시청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대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찰스 3세 국왕 (사진= 영국 왕실 SNS)
대관식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찰스 3세 국왕 (사진= 영국 왕실 SNS)

대관식 만큼이나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은건 화려한 이동수단들이다. 영국 왕실이 오래전부터 이용해온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물론, 근위대의 삼엄한 경호 속에 이동하는 화려한 마차의 모습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모터그래프가 찰스 3세의 대관식에 등장한 차량들을 정리했다. 

#찰스 3세 부부의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

찰스 3세 부부는 대관식 당일 관저에서 버킹엄 궁전까지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을 탔다. 2002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50주년인 '골든 주빌리'를 기념해 만든 것으로, 벤틀리가 왕실 제품 공급 기업인 '로열 워런트 브랜드' 자격으로 2대만 만들어 납품한 차다.  

찰스 3세 부부가 대관식에서 이용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
찰스 3세 부부가 대관식에서 이용한 벤틀리 스테이트 리무진

스테이트 리무진은 2000년 개발에 착수해 2년간 왕실과의 협업을 거쳐 제작됐다. 당시 플래그십이던 아르나지를 키워 전장은 6220mm, 휠베이스는 3884mm에 달한다.  

전반적인 구성은 왕실의 권위를 지킬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고개를 숙이지 않고도 차에서 오르내릴 수 있도록 전고를 1770mm까지 키웠다. 또, 각종 방탄장비와 첨단 안전사양, 퍼레이드를 염두해 6.4km/h로 정속주행할 수 있는 크루즈 컨트롤도 적용됐다. 

파워트레인도 특별했다. 6.75리터 V8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85.2kgm을 발휘한다. 최고속도는 193km/h에 달한다. 특히, 별도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비상 발전기는 물론,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LPG로 주행할 수 있는 연료 시스템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에드워드 왕자의 롤스로이스 팬텀 IV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필립공의 막내아들이자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에드워드 왕자는 롤스로이스 팬텀 IV를 타고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나타났다. 세계에서 단 18대만 남아있는 희귀 모델로, 엘리자베스 여왕이 손자 해리 왕자의 결혼식에 내어준 차량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여왕의 소유였던 팬텀은 찰스 3세가 물려받았다. 

RM소더비에 출품된 롤스로이스 팬텀 IV
RM소더비에 출품된 롤스로이스 팬텀 IV

팬텀 IV는 1950년부터 1956년까지 생산된 차량이다. 원래부터 고급스러운 모델인데, 영국의 코치빌더였던 H.J. 뮬리너의 손길을 거쳐 더욱 호화롭게 재탄생했다. 여기에 8기통 엔진을 장착해 당시로서는 매우 강력한 성능을 발휘했다.

이밖에도 영국 왕실은 다양한 롤스로이스를 이용했다. 여왕 즉위 25주년을 기념해 탄생한 팬텀 IV 리무진은 물론, 찰스 3세가 왕세자 시절 탄 팬텀 VI,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탔던 실버스퍼 등이 대표적이다. 

#해리 왕자의 BMW 7시리즈 

이번 대관식에서 눈길을 모았던 인물을 꼽자면 해리 왕자를 빼놓을 수 없다. 왕실의 내부 사정을 폭로한 회고록 출간 이후 일가와 멀어진 그는 메건 왕자비 없이 홀로 참석했다. 대관식이 끝난 직후에는 곧장 히드로 공항을 통해 거주지인 미국으로 돌아갔다. 

해리 왕자가 탑승한 BMW 7시리즈
해리 왕자가 탑승한 BMW 7시리즈

윈저 왕가와 멀어졌다는 걸 보여주는 장면이었을까. 일가족들과 달리 해리 왕자는 영국차가 아닌 독일차 BMW 7시리즈를 이용했다. 지난해 7세대로 거듭난 신형 7시리즈는 7년만에 선보인 풀체인지 모델이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기존 롱휠베이스 모델보다도 더욱 커진 차체, 시어터스크린 등으로 대표되는 첨단 디지털 사양 등을 갖췄다.  

실내에는 무려 5개의 디스플레이가 마련됐다. 1열에는 운전석 12.3인치 인포메이션 모니터, 중앙 14.9인치 컨트롤 모니터로 구성된 커브드 디스플레이가 자리잡았고, 뒷좌석에는 31.3인치 파노마라 디스플레이인 BMW 시어터 스크린이 최초 적용됐다. 2열 도어 핸들에도 각종 버튼류를 대체하는 5.5인치 화면이 추가됐다. 2열에는 비행기 1등석에 비견될 이그제큐티브 라운지 시트가 들어갔다.  

# '화려함에 대비되는 승차감' 골든스테이트코치

자동차라고 할 수는 없지만, 찰스 3세 부부가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버킹엄궁으로 이동할 때 탑승한 마차도 눈길을 끌었다.  8마리의 말이 이끄는 황금마차 골든스테이트코치다. 1762년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이 마차는 1831년 윌리엄 4세 즉위 이후 모든 대관식에서 사용되고 있다. 

골든스테이트코치 (사진= 영국 왕실 SNS)
골든스테이트코치 (사진= 영국 왕실 SNS)

마차는 이름만큼이나 호화롭다. 모든 외형은 금박을 입힌 나무로 제작됐으며, 차체 곳곳은 그림과 조각상으로 구성됐다. 전면부에는 바다의 신 트리톤의 조각상이 자리잡았고, 마차 상단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를 상징하는 3개의 천사상이 얹어져 있다. 전장은 7000mm, 공차중량은 4톤에 육박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화려함과는 달리 마차의 승차감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골든스테이트코치를 처음 사용했던 윌리엄 4세는 "거친 바다 위에 있는 배에 탄 것 같다"고 표현했다. 직전 대관식에서 마차를 탔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황금마차의 승차감이 끔찍했다"며 마차에 대한 좋지 않은 기억을 회고한 바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