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MC20 '모터·V8 필요 없는 슈퍼카' [시승기]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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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5.18 10:36
마세라티 MC20 '모터·V8 필요 없는 슈퍼카'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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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세라티가 강원도 인제 스피디움에서 '마스터 마세라티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를 개최했다. VIP 고객을 대상으로 자사의 레이싱 DNA를 체험하도록 하는 행사로,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 열렸다. 운 좋게도 참여해 MC20을 마음껏 즐겼다.

마세라티 MC20
마세라티 MC20

피트에서 양팔을 벌리고 운전자를 맞이하는 MC20에서 위압감이 느껴졌다. 바닥에 붙어있는 차체와 잔뜩 부풀려진 어깨, 커다란 휠과 타이어는 영락없는 슈퍼카다. 어느 한 곳 다른 차와 비슷한 데 없이 여러 세대를 거듭하며 쌓아 온 마세라티 디자인 그 자체다.

낮은 지상고와 시트포지션 덕분에 차량에 오르는것 부터가 쉽지 않다. 엉거주춤하게 엉덩이를 먼저 밀어 넣어야 몸이 들어간다. 의외인 점은 커다란 헬멧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간 서킷에서 시승할 때면 헬멧이 천장에 마구 부딪혀 고생했는데, MC20은 머리 공간이 오히려 남는다. 시트 포지션이 매우 낮기 때문인데, 과장을 조금 보태면 맨바닥에 앉은 느낌이다. 

마세라티 MC20
마세라티 MC20

시트와 스티어링휠 위치를 맞추고 실내를 찬찬히 둘러봤다. 특유의 커다란 패들시프터를 제외하면, 기존 마세라티와 공통점이 거의 없다. 10.25인치 디스플레이 2개가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각각 담당한다. 카본으로 마감된 센터 콘솔에는 주행 모드 다이얼과 기어 버튼,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만 있다. 심지어는 기어 버튼은 D와 R 두 개뿐이다. 달리기 위해 태어난 자동차인 만큼, 관련 없는 것들은 철저히 배제했다.

마세라티 MC20
마세라티 MC20

스티어링 휠에 붙어있는 스타트 버튼을 누르자 등 뒤의 엔진이 우렁차게 깨어난다. MC20은 V6 네튜노 엔진을 가운데 품고 있다. F1에서 연마한 이중 연소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배기량이 3.0리터에 불과하지만 최고출력이 무려 630마력이다. 어지간한 V8 엔진 부럽지 않은 강력함이다.

마세라티 MC20
마세라티 MC20

첫 바퀴는 타이어 온도를 높이고 트랙도 파악할 겸 GT모드로 달렸다. 일반 차량으로 치면 컴포트에 해당한다. 우락부락한 슈퍼카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편안한 승차감에 놀랐다. 포장 상태가 꽤 거칠고 고저차가 심한 트랙에서도 이 정도 승차감이라면 잘 닦인 고속도로는 몇 시간이든 달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생각보다 친절하다.

MC20에 조금 익숙해질 때쯤 다시 직선주로를 만났다. 이제부터는 스포츠 모드로 달릴 시간이다. 다이얼을 살짝 돌리자마자 친절했던 MC20은 순식간에 거친 야수로 변했다. 배기 플랩이 열리며 등 뒤에서는 거친 엔진음과 배기음이 휘몰아치고, 단단한 서스펜션은 노면 상태를 운전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시작한다. 스티어링 휠까지 급격히 무거워지며 다가오는 코너가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마세라티 MC20
마세라티 MC20

그렇게 맞이한 첫 번째 코너. '에라 모르겠다'는 마음으로 스티어링 휠을 돌렸는데,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매끈하게 돌아나간다. 넓적한 타이어는 끈끈하게 바닥을 붙잡고 버텨줬고, 탄소섬유 섀시는 서스펜션과 한 덩어리처럼 기민하게 움직였다. 옆자리에 동승한 인스트럭터는 "세미 버추얼 서스펜션 덕분에 높은 횡방향 가속도를 보장한다"라며 차를 계속해서 몰아붙이라고 부추겼다.

마세라티 MC20에 탑재된 네튜노 엔진
마세라티 MC20에 탑재된 네튜노 엔진

코너를 탈출하며 가속 페달에 다시 힘을 주자 엔진이 즉각적으로 출력을 뿜어낸다. 기대 이상으로 빠른 반응속도다. 8단 DCT 역시 엔진에 맞춰 즉각적으로 단수를 낮추고 RPM을 끌어올린다. 엔진과 변속기가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니 커다란 패들시프터에 손이 갈 일이 거의 없다. 

MC20은 잘 달리는 만큼 잘 서기도 한다. 시승차에는 카본 세라믹 디스크가 옵션으로 들어갔는데, 전륜 6피스톤과 후륜 4피스톤의 브레이크 캘리퍼가 적용됐다. 코너에 진입하기 전 충분히 감속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고, 덕분에 직선 구간에서 아무리 속도를 높여도 두렵지 않았다. 가혹한 서킷 주행을 반복했음에도 브레이크는 지친 기색 없이 시종일관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마세라티 MC20
마세라티 MC20

마세라티는 실린더 수를 줄이면서도 브랜드 특유의 거친 감각과 배기음을 살렸냈다. 모터나 배터리의 도움 없이도 600마력 넘는 출력을 끌어내며 운전의 즐거움을 만들었다. 갈수록 심해지는 환경 규제 속에서 아직까지 내연기관 기술을 발전시키는 마세라티 같은 브랜드가 남아있다는 점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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