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최근 출시한 레이EV 구매와 관련해 소비자 의견이 분분하다.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 초반에 살 수 있는 만큼, 가솔린과 비교해 어떤 모델의 경제성이 더 높은지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과연 레이 가솔린과 전기차의 유지비는 얼마나 차이날까. 모터그래프가 각 차량의 5년 소유 비용을 분석했다. 주행거리는 연 1만km로 설정했으며, 수리비 및 소모품 교체 등 개인차가 있는 항목은 제외했다.
# 가격·자동차세·보험료 가솔린 우위…EV는 충전비로 만회

먼저 차량 가격이다. 전기차인 레이EV가 513만원 비싸다(시그니처 풀옵션 기준). 최상위 트림에 디자인 패키지를 제외한 모든 옵션을 더하면 가솔린 모델은 1920만원인데, 비슷한 사양의 EV는 3080만원이다. 그러나 서울시 기준 647만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으면 2433만원으로 떨어진다.
취득세는 둘 다 내지 않아도 된다. 경차의 취득세는 과세표준액의 4%인데, 최대 75만원을 면제해준다. 레이EV는 경차 4%에 전기차 감면액 140만원까지 적용된다. 계산이 조금 복잡한데, 안 내도 되니 법이 바뀌지 않는 이상 신경쓸 필요는 없다.

자동차세는 가솔린이 조금 더 저렴하다. 배기량 998cc인 레이의 연간 자동차세는 10만3890원으로, 5년 간 약 51만원을 내야 한다. EV는 연간 13만원(교육세 포함), 5년 동안 58만5000원이다. 참고로 자동차세 연납 시 가솔린은 연 9만4380원, EV는 연 11만7000원으로 줄어든다.
보험료 역시 가솔린이 더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이EV는 현재 출고가 이뤄지지 않아 보험료가 산정되지 않고 있다. 다만, 코나와 니로 등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함께 판매하는 소형차를 살펴보면 EV가 30%가량 비싸다. 기본적으로 차값이 비쌀 뿐만 아니라, 배터리나 모터 등 부품 가격이 높게 책정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만 30세 기준 가솔린 보험료는 약 51만원이어서, EV는 66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이면 75만원 차이다.

레이EV의 비싼 가격과 높은 자동차세·보험료는 연료비로 대부분 만회된다. 가솔린은 5년 동안 5만km 주행 시 약 693만원의 주유비가 든다(리터당 1761원, 연비 12.7km/l 기준). 반면, EV는 같은 거리를 달려도 294만원의 충전비만 나온다(KWh당 300원, 연비 5.1km/kwh 기준). 약 400만원 차이다. 다만, 가솔린은 1년에 30만원의 유류세 환급을 받을 수 있다(가구당 경차 1대일 경우에만 해당). 5년간 총 150만원을 받으면 격차는 250만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를 모두 더하면 가솔린은 2769만원, EV는 3115만원이 필요하다. 차량 가격으로 벌어졌던 차이를 연료비로 메꿨지만, 총 소유 비용(TCO)은 여전히 EV가 350만원가량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 그럼 어떤 차를 사야 할까?
초기 비용을 아끼면서 충전의 불편함이나, 짧은 주행거리에 구애받고 싶지 않다면 가솔린이 적합하다. 집밥 등 충전 환경이 편하고, 이동거리가 짧으며, 좀 더 강력한 성능의 레이를 원한다면 EV가 좋겠다.

가솔린은 EV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차량 가격, 보험료, 자동차세 등이 특징이다. 경차 혜택이 쏠쏠하기 때문에 전기차와 비교해도 유지비 측면에서 큰 부담이 없다. 반면, 빈약한 출력과 진동 등은 단점이며, 주행거리가 길어질수록 유류비와 각종 소모품 교체에 대한 부담도 커진다.
EV의 장점은 전기차를 저렴한 가격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엔진의 진동과 소음이 없을뿐 아니라 전기차 특유의 저속 토크감을 통해 가솔린 레이의 답답한 주행 성능을 극복했다. 주·정차 상황에서 무시동으로 에어컨과 히터 등의 공조를 사용할 수 있는 것도 편리하다. 단점으로는 짧은 주행거리(완충 시 최대 205km)가 꼽힌다. 특히 레이 EV에 적용된 LFP 배터리는 추운 날씨에 유달리 취약하다. 겨울철 실제 주행거리는 100km 초·중반대로 떨어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