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재규어 F-타입…승부욕 자극하는 매력적인 스포츠카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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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0.15 10:01
[시승기] 재규어 F-타입…승부욕 자극하는 매력적인 스포츠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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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가 미쳤다. 점잔 빼던 성숙기를 거쳐 마침내 야수의 본색을 드러낸 듯 하다. 최고급 대형 세단 XJ도 멋지지만 요즘의 재규어는 자신들이 본래 고성능 자동차를 만드는 브랜드라는 기억을 되찾은 것 같다. 최신 모델인 F-타입은 최근 재규어 행보의 정점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전설적 디자이너 이안 칼럼의 필체로 전통적인 재규어 스포츠카 디자인을 되살린 것이 바로 F-타입의 특징. 고성능 모델의 경우 이 가벼운 차체에 5.0리터급 495마력의 거대한 엔진을 집어 넣어 2인승 컨버터블 중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10일, 인제스피디움서킷에서 열린 '2013 재규어 레이스 아카데미 라이브'에서 꿈같은 스포츠카 재규어 F-타입을 탔다.

▲ 재규어 F-타입

◆ 독특한 주행감각, 길들여져야

다소 여성스러운 외관에 비해 주행감은 까칠한 편이다. 쉽게 길들여지기 싫다는 듯 하다. 한 프로레이서는 경쟁모델로 꼽히는 포르쉐 911에 비해 과격하고 다루기가 힘들지만 운전 재미는 더 쏠쏠하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엔진 시동을 거는 순간 우르르 하고 천둥치는 소리가 난다. 마치 가속페달을 꾹 밟은 것 같은 과장된 사운드다. 

트랙에 나서니 움직임도 예상보다 거칠었다. 가속페달을 밟는 발끝은 섬세하게, 스티어링휠을 잡은 두 손은 부드럽게 움직여야 했다. 무리하게 힘을 주면 바로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갈것 같아 나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 재규어 F-타입

서킷을 3바퀴 정도 돌아 익숙해진 후에야 비로소 F-타입의 숨겨진 매력을 하나 둘 느껴볼 수 있었다. 핸들과 가속페달이 지나치리만치 예민하지만 넓은 차체와 지면에 앉은듯 낮은 시트포지션이 안정감을 높여줬다.

고속으로 코너를 공략할 때도 강력한 브레이크, 날쌘 핸들링, 안정감 있는 무게중심 이동이 매력적이었다. 다채로운 코너의 인제서킷을 달리다 보니 예민함이 더욱 잘 느껴졌다. 처음엔 차가 조금씩 흐트러지는 타입인가 했는데, 여러차례 주행해보니 F-타입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운전자의 의도를 미리 읽어내는 차로 느껴졌다. 

▲ 재규어 F-타입

◆ 가속과 제동, 모두에서 만족

인제서킷은 직선 구간이 많지 않아 초고속 영역까지 가속할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600m가량의 직선 구간에서 순식간에 시속 200km에 도달할 정도로 가속력이 탁월했다. 또, 간간이 나타나는 직선구간과 코너를 빠져나온 후 재가속을 할 때는 온 몸이 시트에 파뭍힐 정도로 강력한 성능을 뽐냈다. 

이번 시승회에서는 3가지 종류의 F-타입 중 V6 3.0 S와 V8 5.0 S를 타볼 수 있었다. 순간 가속력에서는 V8 모델의 강력함이 돋보였지만, 두 차량의 엔진음도 비슷하고 전반적인 주행성능에서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만큼 V6 모델도 훌륭하게 만들어졌다. 

▲ 재규어 F-타입

가속력과 핸들링이 우수해서 전반적으로 서킷 주행속도가 매우 빨라지는데, 차체가 가볍고 브레이크 성능이 워낙 우수해 코너나 헤어핀 직전까지 브레이크 타이밍을 늦출 수 있었다.

차가 민감해 등에 땀이 솟긴 했지만, 한계를 넘기 위해 어지간히 몰아세워도 거침없이 레코드 라인을 그리며 무리 없이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익숙해지자 어지간한 코너는 브레이크 없이도 매끈하게 통과할 수 있었다.

▲ 재규어 F-타입

ZF사의 8단 변속기를 사용하는데, 전자식 기어노브 디자인은 어쩐지 같은 변속기를 채택한 BMW를 떠올리게 했다. 오토 모드에서는 변속기가 가속과 제동, 코너링에서의 원심력, 페달 작동 여부, 차의 하중 등을 파악해 최적의 변속 타이밍을 잡는다. 하지만 수동 모드에 패들시프트를 이용하는게 운전 재미면에서 더 낫다. 

▲ 재규어 F-타입

◆ 최첨단 기술 한껏 모아…더 재미있고, 더 안전하고, 더 감성적인 스포츠카

재규어는 F-타입을 만들며 자사의 모든 첨단 기술을 쏟아부었다. 우선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사용해 차의 무게를 줄이는 동시에 비틀림 강성도 향상했다. 이 덕에 가속성과 제동력 등 주행 안정성도 함께 좋아졌다. 

엔진, 변속기 같은 무거운 부품들은 대부분 앞뒤 축 안쪽에 배치해 미드십의 효과를 노렸고 차의 앞·뒤 무게배분도 50:50로 맞췄다. 여기 어댑티브 다이내믹스를 포함하는 스포츠 서스펜션과 재규어 퍼포먼스 브레이크를 더했다.

전자장비로도 다이내믹 주행 안정장치인 DSC, 리미티즈 슬립 디퍼런셜(V6 S), 전자식 액티브 디퍼런셜(V8 S) 등 다양한 주행 안정 기술이 적용했다. 다양한 코너에서 가감속을 반복하며 주행하는 서킷에서도 불안감이 들지 않는 이유다.

▲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2013 레이스 아카데미 라이브'를 실시했다

소프트톱을 열면 더욱 매력적이다. 이 톱은 12초 만에 열리고 닫히며, 시속 50km 이하의 주행 중에도 작동된다. 여기 액티브 배기 시스템이 적용돼 강렬한 존재감 만큼이나 격정적인 배기 사운드를 들을 수 있었다. 이쯤 되면, 단언컨데 이 차는 가장 완벽한 스포츠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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