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본진, 남양연구소에도 외계인이 있었을까? [르포]
  • 김선웅
  • 좋아요 0
  • 승인 2024.03.31 09:09
현대차그룹 본진, 남양연구소에도 외계인이 있었을까? [르포]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27일,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미디어 랩투어’ 행사가 개최됐다. 국내 자동차 기자단을 남양연구소로 초청해 자사 기술력을 알리기 위함이다. 현대차와 기아가 이곳에서 준비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차 기아가 남양연구소 일부를 공개했다. 크게 전기차와 상용차 관련 연구 시설을 볼 수 있었다.

# 공개된 연구소 테마는 2가지. 전기차와 상용차

자동차 연구소는 ‘특급 보안’이 이뤄지는 공간이다. 외부인이 함부로 드나들 수 없거니와 내부 관계자도 입단속을 철저히 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자들에게 공개한 연구소의 모습도 일부분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공개된 연구소는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전기차와 상용차다. 전기차는 동력계 실험을 어떻게 하는지, 배터리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보여줬으며, 상용차는 내구 시험을 어떻게 하는지와 환경 풍동실이 공개됐다.

# 세계 최고 기술력의 본진.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 & 배터리 분석실

4축 동력계 시험실에 아이오닉 5가 올라가있는 모습.

현대차와 기아가 공개한 전기차 관련 연구소는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과 배터리 분석실 2곳이다. 먼저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이름 그대로 전기차의 동력을 만드는 각 부품을 개발 및 연구하는 장소다.

전기차 동력계 시험실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축 구동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 자체의 성능을 알아보는 곳이다. 2축 구동 시험실은 모터와 인버터, 그리고 감속기까지 결합해 전륜 혹은 후륜구동 상황을 묘사해 시험할 수 있다. 4축 구동 시험실은 완성된 자동차를 올려 동력계통을 시험한다. 자동차는 사람 대신 기계가 조작해 지속해서 동일한 시험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차세대 모터를 개발 중인 모습도 함께 보여주면서 남들보다 앞서고 있다는 점도 슬며시 자랑하기도 했다.

실험실에서는 로봇이 운전을 담당해 다양한 주행이나 반복 테스트를 한다
실험실에서는 로봇이 운전을 담당해 다양한 주행이나 반복 테스트를 한다

내구성을 살펴보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실내 시험 공간에서 가혹한 테스트를 반복해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상황과 조건을 반영시켜 다양한 문제에 대한 원인 파악과 개선도 할 수 있다. 전기 모터 열 관리는 물론 경쟁사 차량이 어떠 한지 비교 시험해 보기도 한다. 아이오닉 5 N과 같은 고성능 전기차를 위한 초고속 시험이나 극한의 부하 조건을 구현할 수 있다고 한다.

배터리 분서실 드라이룸 전경. 자동차 연구소라기보다 제약 화학 연구소를 떠올린다.
배터리 분서실 드라이룸 전경. 자동차 연구소라기보다 제약 화학 연구소를 떠올린다.

배터리 분석실은 배터리를 분해해 내부 물질을 분석하는 실험실이다. 배터리는 온도와 습도에 매우 민감하므로 배터리 분석실은 ‘드라이룸’이라는 환경이 유지된다. 습도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으며, 온도도 20도 정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수한 환경이다. 배터리는 화재 위험도 높으므로 내부 셀 해체실은 실내 모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로 마감시키기도 했다. 다양한 실험실과 장비 등을 바탕으로 배터리는 안전하게 분해되어 어떤 물질로 이뤄졌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배터리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
배터리 분석실에서 연구원이 라만광분석기로 성분 분석을 하는 모습

왜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 배터리 업체에서 알아서 잘 만들어 납품 할 텐데 말이다. 이에 현대 기아는 “소재 단계에서 특성을 이해하고 개선하면 문제점을 미리 알고 예방할 수 있으며, 완성도까지 높일 수 있다”고 답했다. 배터리 업체에 끌려가지 않고 기술적으로 주도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 이제 상용차도 인정받을 때? 상용시스템시험동 & 상용환경 풍동실

상용시스템시험동 내 무향실에서 차량 시트의 이음·소음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상용시스템시험동 내 무향실에서 차량 시트의 이음·소음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다음은 상용시스템시험동이다. 차량 개발 및 평가 관련 300여 가지 시험을 한 곳에서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건물 면적만 4391평에 이를 정도다.

이곳은 크게 5곳으로 나뉜다. 모의 충돌 시험을 할 수 있는 차체 안전 그룹, 스티어링 시스템과 서스펜션 부분을 보는 조향 현가 그룹, 변속기와 브레이크를 보는 구동제동 그룹, 품질 시험실인 품질 시험 그룹, 소음을 보는 NVH 그룹으로 이뤄진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다. 쏠라티의 개폐내구 시험도 로봇이 담당한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은 사람보다 로봇이 더 많다. 쏠라티의 개폐내구 시험도 로봇이 담당한다.

이곳에서는 로봇이 망가질 때까지 특정 움직임을 반복하거나 실제 주행 상태와 똑같이 충격을 주기도 한다. 덥거나 추운 환경 등 다양한 기후 조건도 만들어낼 수 있다. 300여 가지 시험을 하는 이유는 한 가지다. 고장 없는 상용차를 만들기 위해서다.

상용환경풍동실의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상용환경풍동실의 유동 가시화 시험이 진행되는 모습

마지막은 상용환경 풍동실이다. 현대 기아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상용차를 위한 풍동 실험실을 유일하게 갖추고 있다. 때문에 다임러 트럭을 비롯해 전세계 상용차와 인증기관이 남양연구소를 찾아 시험을 진행할 정도다.

상용환경풍동실은 온도, 습도, 풍량, 태양광 모든환경 제어가 가능하다
상용환경풍동실은 온도, 습도, 풍량, 태양광 모든환경 제어가 가능하다

대형 트럭은 물론 2층버스까지문제없이 테스트할 수 있는 규모다. 실내 온도를 40℃~ 60℃까지, 습도를 5%~ 95%까지 조절도 가능하다. 실제 태양광과 거의 유사한 빛을 만들어내는 조명도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전기 사용차와 수소 상용차를 위해 초고속 충전기와 수소 공급 설비까지 준비했다. 로봇을 이용한 운전으로 신뢰성 높은 데이터도 뽑아낼 수 있다.

#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미디어 랩투어의 의미는?

전기차동력계 시험실 내 4축 동력계 시험실에 아이오닉 5가 올려져있다
전기차동력계 시험실 내 4축 동력계 시험실에 아이오닉 5가 올려져있다

현대차그룹이 왜 이런 행사를 준비했을까? 공개된 연구소가 전기차와 상용차로 나뉘었다는 부분에서 어느 정도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전기차 관련 연구소를 공개한 부분은 현대차그룹의 자신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세계 전기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그 중심에 남양연구소가 있기 때문에 ‘따라올 태면 따라와 봐’라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특히 이제 전기차는 ‘팔로워’에서 ‘리더’ 역할을 하는 만큼 일반적으로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두고 디테일한 완성도까지 높이고 있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배터리 성분까지 분석해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도 볼 수 있었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의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버스 제동 소음 평가가 진행 중이다
상용시스템시험동의 다이나모 무향실에서 버스 제동 소음 평가가 진행 중이다

반대로 상용차 부분에서 현대차는 아직 도전자 입장이다. 때문에 현대 상용차가 이 정도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이 주요했다. 세계 유일의 상용차 풍동실험장을 공개한 것도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 아쉬운 평가를 받는 ‘현대 상용차 잔고장’ 부분을 의식이라고 한 듯 내구성능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단순한 부품 내구 이외에 운송업자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각종 에러나 파워트레인 내구성능 등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있기까지 연구소 연구원들의 역할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워즈오토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현대자동차그룹은 수익 대비 R&D 지출 비중이 1.75%에 불과하다. GM이 6.25%, 폭스바겐 5.13% 등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준에 불과하다. 분명 국내 연구원들의 환경은 열악하다. 할 일은 많은데 자원까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연구원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현대차그룹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흔히 기술적으로 매우 큰 차이가 나면 '외계인을 고문했나?'라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현대차그룹이 단기간에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을 갖추고 이제 전기차 시장을 이끈다는 점을 미뤄봤을때 남양연구소 어딘가에 외계인을 숨겨놨을지도 모른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남양연구소. 지금도 미래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