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꿈을 빌려드립니다…미국엔 슈퍼카 빌리는 가게가 있다?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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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8.13 16:51
[현장을 가다] 꿈을 빌려드립니다…미국엔 슈퍼카 빌리는 가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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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만든 여러가지 물건들이 있지만 미국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고 관심 갖는건 자동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급차 탄 사람에게 특별 대우하는 문화가 문제로 지적되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요. 미국에서는 차를 훨씬 더 관심 있게 봅니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어마어마해서 미국에선 조금만 특이한 차를 타도 여러 사람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자동차 이름으로 더 유명한 '말리부' 앞에 머스탱GT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저는 이번 미국 출장에선 머슬카의 대명사 '머스탱 GT'를 탔는데요. 가끔 식당에 들어갈때면 흑인 할아버지들이 한번씩 쳐다보고 말을 시키시는 통에 좀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어디를 가서 차를 세워도 “오~ 너 차 좋은데, 그거 V8엔진이야?” / “그럼 당연하지, 미국에서는 V8이 제격이잖아” / “아 이 친구 차를 좀 아는구만 하하~” 뭐 이런식으로 대화가 부드럽게 진행되긴 합니다. 

한국에서는 좀 어색하지만, 미국에서는 꽤 멋지게 보이는 머스탱. 

최근 일본이나 한국, 유럽 등은 젊은이들이 자동차를 구입하지 않는 분위기가 꽤 있지요. 대중교통이 잘 발달됐으니 차가 굳이 필요없다는게 이들 나라의 특징입니다. 유럽과 달리 미국 대부분 지역은 대중교통이 그리 잘 돼 있지 않아서 (없다시피 해서) 차 없이는 생활 자체에 어려움이 생깁니다.

미국 영화에서는 애 엄마가 SUV를 몰고 아이를 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다시 데리러 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요. 이게 부모가 자상해서 그런게 아니라 그러지 않으면 학교에 갈 방법이 없기 때문에 그런겁니다.

그러다보니 학교 끝나고 혼자서 뭐라도 하려면 얼른 면허를 따서 엄마차든 아빠차든 직접 몰아야 합니다. 남녀 할 것 없이 모든 이들이 고등학교때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발을 동동 구릅니다. 엄마차가 지겨워지면 얼른 자기 차를 갖고 싶어서 근질근질 해진다고 합니다.

▲ 한국에선 보기 힘든 MP4-12C 같은 슈퍼카도 길에 자주 보인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자동차에 대한 동경이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있는 것 같습니다. 이에 맞춰 LA에는 슈퍼카를 탈 수 있도록 해주는 서비스 업체도 정말 많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한집건너 하나씩, 그러니까 서울의 스타벅스만큼 많다고 볼 수 있겠어요.

꿈을 이루는걸 최상의 목표로 삼는 곳. 돈이라면 뭐든 할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여유도 있고 돈도 있는 사람들도 많으니 이런 서비스도 성황인 것 같습니다.

◆ "하루에 6대 슈퍼카를 100만원에"

캘리포니아에는 슈퍼카를 빌려주는 업체가 한둘이 아닙니다. 그 중 LA 시내에 있다는 클럽스포티바(Club Sportiva)라는 업체를 찾게 됐습니다. 

슈퍼카 업체 치고 와관은 의외로 초라했습니다. 그러나 차고 문을 열자 눈이 휘둥그레해 지더군요. 마세라티, 아우디 R8, 닛산 GT-R 등이 줄세워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한결 다루기 쉬워진 닷지 바이퍼

과거엔 컨트롤이 너무나 힘들어 ‘과부제조기(Widow maker)'라고도 불리던 닷지 바이퍼도 있었습니다.

이 차는 한때 제게도 드림카였는데요. 세대를 거듭하면서 디자인이 조금씩 정리된 바이퍼는 이제 꽤 정리가 돼서 과거의 언밸런스한 어색함이 조금 사라진 것 같아 오히려 아쉽기도 했습니다. 

클럽 스포티바라는 이 렌터카 업체는 실리콘벨리(새너제이)와 LA에 지점을 두고 있는데 두곳을 합쳐 총 26대의 슈퍼카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날은 대부분이 렌탈되고 4대만 차고에 남아있다고 해서 좀 아쉬웠습니다. 

페라리 458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하루(24시간)동안 빌리는데 무려 250만원($2450)을 내야 했고, 가야르도 스파이더나 벤틀리GTC 컨버터블의 경우 150만원 정도로 저로선 상상하기 힘든 금액이었습니다.

닛산 GT-R은 90만원 정도면 빌릴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슈퍼카는 아니지만 하루 15만원 정도면 빌릴 수 있는 도요타 86이나 35만원 정도면 빌릴 수 있는 로터스 앨리스도 꽤 매력있어 보였습니다. 

주차장에는 여러 슈퍼카들이 한데 모여있다

이 업체는 한번에 999불을 내면 총 6대의 슈퍼카를 하루 종일 탈 수 있는 딜을 하고 있었습니다.

6대의 슈퍼카를 어떻게 끌고 가나 했는데, 이곳에서 참가자를 6명까지 모아서 한번에 정해진 코스를 달리는 거라고 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끼리 처음 만나 함께 하는 것도 좋겠지만 동호회 같은데서 6명을 모아오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금액은 아침식사,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기름 값까지 포함된 것이라고 합니다. 6종류의 슈퍼카를 거의 한대당 1시간 가까이 탈 수 있다고 하니 괜찮은 가격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가격도 그렇지만 하루에 6개 슈퍼카를 돌아가며 타볼 수 있는 경험이라는건 살면서 몇번 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회원 가입을 하면 가격이 조금 낮춰지고 일부차는 무료로 빌릴수도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 있는 여러 슈퍼카 렌탈 업체들이 조금씩 차이는 있겠으나, 금액이나 서비스는 대동소이할 것 같습니다.

◆ 꿩대신 닭, 머스탱 GT로 달려보다...튜나 캐년로드

이곳에선 슈퍼카를 빌리면 대부분 달리는 곳이 '튜나 캐년로드'라고 합니다. 절벽이 맞닿아 경치가 좋고, 코너도 많아 젊은이들이 와인딩 드라이빙을 즐기는 장소라고 합니다. 우리로 치면 중미산 같은 곳이라 할 수 있겠죠. 제가 비록 슈퍼카를 빌리진 못했지만, 가져온 머슬카로 바로 그 튜나캐년로드라는 곳을 달려보기로 했습니다. 

사실 포드 머스탱 GT도 결코 만만한 차는 아닙니다. 5.0리터 V8엔진이 장착돼서 412마력에 53.9kg이라는 굉장한 토크를 내뿜습니다. 자연흡기 엔진인데 리터당 토크 10kg를 넘어간다는건 상상하기 힘든 숫자죠. 미국 도로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이 차는 옆구리에 5.0이라는 큼직한 글씨를 통해 GT 임을 강조하고 있었습니다. 최고속 보다는 치고나가는 힘을 중시하는 미국인들의 욕구가 받아들여진 차지요. 

그러나 아무래도 비싼 차는 아니고 순수 미국혈통이다 보니 고급스러움은 좀 떨어지지요. 

이게 머스탱의 계기반. 옛날차도 아니고 재작년에 처음 나온 따끈따끈한 차인데도 이렇다. 

달리기로 한 길은 자동차 이름으로도 유명한 말리부 해변을 거쳐서 가야 합니다. 해변도로라 그런지 신차 출시를 해도 이 부근을 달리는 일이 많고, 스파이샷도 많이 찍히는 곳입니다. 정말 아름다운 해변도로가 끝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도로는 썩 좋은 편이 아니어서 그리 빨리 달릴 수는 없는게 아쉬웠지요.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이날도 위장막을 씌운 차가 몇대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LA의 튜나 캐년로드를 달리는 BMW i8

다름 아닌 BMW i8이 거리를 다니고 있군요. 다음날 있을 LA모터쇼와 연관해 관계자들이 시승에 나선 것 같았습니다.

굽은 계곡 길을 오르자 산 중턱까지 금방 올라설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 오르니 차를 어떻게 놓고 봐도 예술작품 같이 보이더군요. 사진 기술이 부족해 당시 아름다운 풍경을 제대로 담지 못하는게 아쉬웠습니다. 

이 도로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사람들도 함께 다니는 곳이어서 일부는 요즘 유행하는 '롱보드'라고 하는 익스트림 스포츠를 하기도 했고, 어떤 곳에선 드라이브를 즐기다 사망한 이를 기리는 곳도 있어 좀 오싹해지기도 했습니다. (이걸 보고나니 더 이상 마구잡이로 달릴 수가 없더라구요)

도로 한켠에는 사고로 명을 달리한 젊은이의 지난 흔적이 남겨져 있다
머스탱GT, 코너링은 좀 아쉽지만 재미가 넘치는 머슬카다. 허술한게 오히려 매력. 

한참만에 도착한 튜나 캐년로드는 과연 끝없이 펼쳐진 절경으로 계곡 도로를 달리는 동안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었습니다. 

다만 머스탱 GT는 힘이 좋은 차지만 그건 직선로에서 가속할 때 얘기고, 코너링이 많은 산길에서는 유럽차를 타고 싶다는 마음이 불끈 솟더군요. 천장 열리는 슈퍼카를 빌려서 타고 이 길을 달린다면 얼마나 멋질까 하는 상상도 하게 됐습니다.

멋진 차를 타고 아름다운 길을 달린다는건 미국인들만의 꿈은 아닐겁니다. 그러나 세상 누구도 원하는 슈퍼카를 마음대로 가질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런 슈퍼카렌탈이라는 서비스 영역이 꼭 필요하다는게 업체의 주장입니다. 

우리나라는 BMW가 세계에서 5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인데다 S클래스도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팔리는 나라입니다. 그만큼 돈 많은 자동차 마니아들이 많다는 증거일텐데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에 그렇게도 많다는 슈퍼카 렌탈업체를 국내선 찾아볼 수가 없지요. 누군가 나서서 이런걸 해줬으면 좋겠고, 만약 이런게 만들어진다면 우선 저부터 회원 가입을 하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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