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메이드인 글로벌'...세계 시장 성공 비결
  • 독일 뉘르부르크링=전승용·김상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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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30 23:07
현대·기아차, '메이드인 글로벌'...세계 시장 성공 비결
  • 독일 뉘르부르크링=전승용·김상영기자 (sy.jeon@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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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1.30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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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지옥 독일 뉘르부르크링.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이 서킷은 평일에도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마니아들이 줄이어 달린다. 차들이 너무 많아 서킷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여느 국도처럼 느껴진다. 

최고급 스포츠카도 있긴 하지만, 평범한 자동차를 타고 달리는 매니아들이 더 많다. 물론 간간이 현대차도 눈에 띈다. 요즘 유럽엔 현대차가 꽤 많이 팔리는 탓에 이제 그다지 반가울것도 없을 정도다. 서킷 주변에는 BMW를 비롯한 여러 업체들의 부스도 있는데, 현대차 드라이빙 센터의 모습이 멀리서도 단연 돋보인다. 건물 외관이 마치 거울처럼 빛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단 건물 하나로 그리 많은 것이 변화되지야 않겠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이 가고자하는 방향이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을것 같았다. 

▲ 뉘르부르크링 곁에 있는 현대차테스트센터

◆  '차는 달리는 것', 새 50년 이끌어갈 '새 목표'

뉘르부르크링 테스트센터 설립은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에 따른 것이다. 유럽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선 ’차는 달리는 것’이라는 점을 보다 중시하고, 독일 등 프리미엄 자동차들과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생산시설은 물론이고 R&D 시설까지 적극적으로 현지화 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 이미 남양연구소, 울산공장, 화성공장 등 3곳에 주행시험장이 갖춰져 있지만, 미국 모하비 사막 한가운데 남양연구소의 10배나 되는 초대형 주행시험장을 만든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내구품질이나 동력성능, 충돌안전 등은 계량화가 비교적 쉬워, 과거 패스트팔로어(Fast-follower)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격차를 좁히는 중요한 요소였다. 하지만 이제 세계 4위로 올라선 이상 수치로 표현되는 성능뿐 아니라 스티어링의 정교함과 매끄러운 주행감각 등 감성적인 성능 향상을 통해 운전자에게 보다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는게 현대차의 설명이다. 

▲ 뉘르부르크링서 주행 테스트중인 현대차 제네시스

현대차에 따르면 i20이나 i30 같은 현지 전략 모델은 물론 신형 제네시스 등 고급 글로벌 차종 또한 유럽에서의 시험과 튜닝을 통해 현지 감성과 주행성능을 향상 시키는 데 주력했다. 기아차 K9의 경우에도 개발 기간 중 R&H(라이드&핸들링) 시험과 개선 작업의 결과, 무려 500회 넘게 서스펜션을 교체, 튜닝 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 ‘메이드인 글로벌’, 현대차를 만든다

현대차의 올해 판매량은 이변이 없는 이상 세계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4위에 올라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사건의 원인을 두고 경쟁 브랜드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프랑스 PSA는 현대차 시장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지고 있다며 자국 정부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을 정도다.  

현대차는 양산 메이커 중 가장 후발 주자다. 더구나 한국 시장은 세계적으로도 유래없이 척박해 충분한 노하우를 쌓기 어려웠다. 그래서 현대차는 국내 연구소에 얽매이기 보다 현지에서의 개발을 중시했다.

실제로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차 유럽 디자인센터장 ‘토마스 뷔르클레(Thomas Buerkle)’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유럽향 자동차의 디자인은 독일에서 유럽인들이 주축이 돼서 디자인 한 후 남양연구소의 오석근 부사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의견을 물어 개발된다”고 말했다. 미국향 자동차는 그곳에서, 인도향은 또 그곳에서 디자인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장 토마스뷔르클레가 자신이 디자인한 i30 쿠페 곁에 서있다.

현대·기아차 피터슈라이어 디자인 총괄 사장 또한 앞서 “현대·기아차의 신차는 모두 글로벌 프로젝트며, 한두 팀이 디자인을 주도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달리기'를 중시하는 현대차의 이미지 개선 작업은 유럽 월드랠리챔피언십(WRC) 스포츠법인 설립 등으로 이어졌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온다.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는 지난 1년간 8만킬로를 주행하며 데이터를 축적했고, 월드랠리챔피언십(WRC) 대회에서도 출시 첫해부터 상위권 성적을 내고 우승하는 라운드도 생기면서 크게 눈길을 끌었다. 

얼마전 유럽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도 "전 세계 R&D 네트워크 간 긴밀한 소통을 통해 유기적인 협조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연구개발 성과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협력 강화가 현대차의 신차개발의 핵심 전략이라는 의미다. 

유럽에서 가다듬은 신차 주행성능을 한국시장에서, 한국시장에서 만든 인테리어를 유럽과 미국으로, 미국에서 만든 선행 디자인을 각 지역에 나누는 등의 글로벌 협업들이 지금 현대차에선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 현대·기아차 글로벌 R&D 네트워크 살펴보니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 적합한 차량 개발을 위해 2005년 10월, 앤아버(Ann Arbor)에 위치한 기존의 미국기술연구소를 확대 개편하여 디트로이트 인근 슈페리어 타운십(Superior Township)으로 이전했다.

미국기술연구소는 차량 설계(Engineering Design)를 비롯해 종합적인 차량 개발 기능을 갖춘 최첨단 자동차 연구소로, 현지에서 디자인, 설계, 테스트한 차량을 현지 공장에서 생산, 미국 소비자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현지 역량 강화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됐다. 최근에는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의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 차종 연구개발 기지로서의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 모하비 주행시험장

미국 주행시험장은 캘리포니아주 모하비 사막에 위치한 총 연장 61km의 11개 시험로로 이루어진 종합주행시험장이다. 고속주행로는 일주거리 10.3km의 타원형 3차선 트랙으로, 최고 속도 250km/h까지 주행이 가능해 최고시속시험 등 각종 고속주행 및 내구시험이 가능하다. 현지화 R&D 체계를 통해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반 박자 빠르게 시장 상황에 대응 가능한 신차 출시가 가능해졌다고 현대차 측은 밝혔다.

독일에 위치한 유럽기술연구소는 유럽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고품질 자동차를 개발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엔진 다운사이징 및 제어 로직 개발 등을 통해 유럽형 파워트레인의 연비와 동력성능을 개발하고 있으며, 독일의 고급차 브랜드에 준하는 감성품질 분야에도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Made in Europe’ 모델의 디자인부터 체코, 터키, 슬로바키아, 러시아 등 현지 공장의 품질개선 활동까지 대응하고 있다.

2006년 12월, 인도 현지 IT인력을 활용해 해석 및 설계지원 업무를 전담하기 위한 연구소로 시작한 인도기술연구소는 2009년 5월, 연구소 건물의 신축과 함께 소형차 개발 전략기지로서의 역할과 CAE/CAD 지원 등으로 현대자동차의 또 하나의 핵심 연구기지로 성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앞으로도 한국, 미국, 독일, 일본, 인도 등의 아시아-북미-유럽으로 이어지는 연구개발/디자인 거점을 유기적 네트워크로 연결한 공동 연구 개발과 디자인 개발 체제를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 “유럽은 달라”…현지 전략으로 목표 돌파

최근 현대차가 유럽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i30보다 작은 B세그먼트(소형차)다. 유럽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시장인데다 다운사이징 물결로 인해 시장이 큰 폭으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시장은 가장 치열하다. 도요타 같은 아시아권 브랜드 뿐 아니라 폭스바겐 같은 유럽의 막강한 소형차 제조사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풀체인지 된 유럽 전략 모델 i20을 본격적으로 판매하면서 점유율을 크게 높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 독일 뤼셀스하임에 위치한 현대차 유럽 연구소

유럽은 세계 최고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경쟁하는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EU’라고는 하지만 북미와 달리 각 나라별 자동차 문화와 브랜드 선호도는 큰 차이가 있다. 이곳에서의 성공은 프리미엄 자동차들의 고향에서 인정받는다는 상징적인 지표가 되기도 한다. 

현재 점유율은 6.2% 수준으로, 도요타를 제치고 비유럽 브랜드 중에선 1등이다. 내부적으로도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2007년 이후 체코 공장 등을 짓고 i30 등을 출시하며 3%대 점유율에서 6%대로 성장했다. 2007년과 비교해 34%가량 판매가 증가했는데, 이 정도의 판매 증가율은 메이저 브랜드 중 유일하다. 

물론 올 들어 시장 평균보다 성장률이 저조하기도 했다. 현대차 측은 “회사 차원에서 제값받기 전략을 세우고 목표 판매량을 낮춰잡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10월부터는 이전 실적을 웃도는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등 실적이 점차 나아지는 상황이어서 올해 목표는 수월하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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