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삼성차 QM3, 이런 이중국적은 언제든 환영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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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2.19 18:37
[시승기] 르노삼성차 QM3, 이런 이중국적은 언제든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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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QM3의 국적은 정리되지 않았다. 프랑스 르노가 설계했고, 스페인에서 생산된다. 한국의 르노삼성차가 판매와 AS를 담당한다. 보험개발원은 수입차로 분류하고 있고,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QM3를 수입차로 보지 않는다. 사연은 복잡하지만, 난세의 영웅은 대개 이런 스토리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다.

실상 QM3가 완전히 새로운 세그먼트는 아니다. 현대차가 이와 비슷한 차를 내놓지 않고 있을 뿐이지, 이미 기아차 쏘울이 존재하고 쌍용차도 티볼리를 준비 중이다. 또 수입차 중에는 미니 컨트리맨도 있다. QM3는 이미 우리에겐 꽤 익숙한 세그먼트의 신차다. 그럼에도 큰 반향을 일으킨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의 만남

수입 소형차에서는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지금까지 국산 소형차 중에서 디젤 엔진과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조합된 적은 한번도 없다. QM3가 최초다. 현시점에서 르노삼성차는 국산 브랜드 중에서 듀얼클러치를 가장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곧 현대차가 7단 듀얼클러치를 대중화하겠지만, 전세계에서 검증받은 독일 게트락의 듀얼클러치와 현대 다이모스가 독자 개발했다는 듀얼클러치의 신뢰도는 아직까지 큰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듀얼클러치는 성능과 연료효율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다. 구조적으로 수동변속기에 가까운 자동변속기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는 순차적으로 단수를 높이거나 내리는데, 듀얼클러치는 단수를 건너뛰기도 한다. 핵심은 미리 다음 변속될 단수를 변속 전에 준비시킨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빠른 변속은 물론 우수한 직결감까지 확보할 수 있다. 수동변속기를 사라지게 만든 것은 듀얼클러치의 등장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QM3는 역시 예상보다 빠르게 단수를 높인다. 1단은 그저 출발을 알릴 뿐이다. 가속페달을 밟는 동시에 2단으로 변속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단으로 올린다. 모든 과정은 신속하고 부드럽게 이어진다.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잦은 변속은 낮은 속도에서 약간의 울렁거림도 동반한다. 시속 10km 내외의 속도로 막히는 도로를 갈땐 매끄럽지 못하다. 

 

속도를 높이는 과정은 깔끔하다. 정속으로 달리다 추월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으면 단번에 기어를 두어단 내려 힘을 끌어모은다. 이후에는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활용하며 가속을 돕는다. 

디젤 엔진과의 궁합도 좋다. QM3의 1.5dCi 디젤 엔진은 르노, 닛산은 물론 메르세데스-벤츠에도 탑재되는 검증받은 엔진이다. 뛰어난 퍼포먼스보다는 연료효율에 최적화됐다. 하지만 최대토크가 우수한 디젤 엔진의 특징을 듀얼클러치가 배가시켜 성능에 대한 부족함을 보완한다.

 

더욱이 QM3는 가볍다. 그래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밟는대로 치고 나간다. 움직임은 생김새만큼이나 발랄하다. 가볍고 경쾌하다. 또 언제든 치고 달릴 준비 태세를 갖춘다. 도심에서는 어떤 순간에서도 최대토크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90마력의 엔진이 줄 수 있는 놀라움은 딱 90km/h까지다. 이후에는 눈에 띄게 힘이 빠진다. 듀얼클러치가 아니라 트리플, 쿼드클러치가 붙어도 이건 안된다. 

◆ 재미를 논한다

고속도로를 쏜살같이 달려갈 순 없지만 QM3는 충분히 재밌다. 르노삼성차는 물론이고 그동안 국산차에서 재미를 논할 수 있던 차가 몇이나 있었는지 생각해본다. 특히 이런 소형 크로스오버가 운전의 재미를 준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르노는 핸들링을 중시하는 프랑스차답게 기본적인 수준이 높다. 여느 르노삼성차에서는 이런 르노의 특징이 많이 퇴색됐는데, QM3는 그 출생신분에 따라 르노만의 장점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스티어링은 항상 적당한 반발력을 유지한다. 또 즉각적이다. 많은 국산차는 유럽차에 비해 스티어링이 밍밍하다. 처음 살짝 돌렸을때 아무런 무게감이 들지 않고, 일정 각도를 돌린 후에도 좌우로 흔들린다. 한마디로 헐렁하다. 이에 반해 QM3는 스티어링휠이 곧바로 바퀴와 연결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과 차체의 움직임이 솔직하다. 

 

더욱이 직결감이 뛰어난 듀얼클러치와 함께라 산길 오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비탈 오르기가 수월하진 않지만 방향과 기어를 바꾸는 손맛은 지금까지의 국산차에선 좀체 느끼기 힘든 부분이다.

서스펜션도 차체를 잘 지탱한다. 단단한 편이지만 신경질적이진 않다. 노면 상황을 솔직하게 전달한다. 인위적으로 충격을 완화시키고 승차감을 높인다기 보다는 닥친 상황을 빨리 전달하고 빨리 원상 복귀한다. 차체가 가볍기 때문에 브레이크 시스템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전자장비의 개입도 빠르고 이질감이 크지 않다.

◆ 프랑스식 발상의 전환

같은 유럽이지만 차를 보면 각국의 성향을 조금이나마 알게된다. 프랑스는 기발하다. 르노나 PSA그룹 모두 독특한 디자인부터 실내를 가득 채운 기발한 발상이 돋보인다. 르노삼성차가 르노의 도움을 많이 받긴 하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QM3를 빼면 르노삼성차는 정중하고 의젓한 분위기다. 이에 반해 엠블럼만 르노삼성차인 QM3는 발랄하고 톡톡된다.

 

실내의 글로브 박스는 보통 보기 힘든 서랍식이다. 기존의 글로브 박스보다 넓은 것은 둘째치고 안에 든 물건이 밑으로 굴러 떨어질 일이 없다. 2015년형부터는 천연가죽시트가 적용됐다. 이 또한 시트 가장자리 지퍼를 통해 쉽게 뗄 수 있다. 뒷좌석이 좁게 느껴진다면 뒷좌석 슬라이딩으로 자리를 넓힐 수도 있다. 뒷좌석 시트 슬라이딩은 주로 중형급 SUV 쯤은 돼야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일반적인 차에서 볼 수 없는 프랑스식 발상과 감성이 적용됐지만, 근본적으로 더 편안하고 개성 넘치는 차 만들기의 일환이기 때문에 거부감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우리가 너무 보수적이고, 창의력이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든다.

 

◆ 국적이 어디든, 일단 환영

QM3는 수입과 판매에 관련해 르노삼성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모델이다. 르노엔 QM3 못지 않게 우수한 소형차가 많다. 경쟁 브랜드가 자극받을 것은 분명하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국산차 수준을 높이데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도 있겠다. 또 다양성이란 측면에서 국내 자동차 시장을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

 

르노삼성차가 르노의 캡처를 그대로 수입해 판매한 신의 한수는 국내 자동차 산업, 르노삼성차, 소비자 등 QM3와 관련된 모두에게 행복한 결말을 낳을 수 있겠다.

* 장점

1.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듀얼클러치 변속기.

2. 완성도 높은 주행 성능. 소형차 전문가들이 만들었다.

3.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

* 단점

1. 효율이 극대화된 만큼, 가속 성능은 양보했다.

2. 앞좌석 등받이 조절 다이얼. 도무지 쉽게 조절하기 힘든 구조다.

3. 뒷좌석 슬라이딩이 가능하지만 기본적으로 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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