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신형 쏘나타(LF) 터보…새로운 ’인터넷 슈퍼카’의 등장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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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2.26 19:05
[시승기] 신형 쏘나타(LF) 터보…새로운 ’인터넷 슈퍼카’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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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날이 오고야 말았다. 그동안 조롱과 비난의 대상이던 현대차 핸들링이 이제는 일부 독일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까지 올라왔다. 가속감도 짜릿하다. 사실 이 정도면 인터넷에서 팬이 생길법도 하다. 

그러다보니 시승기를 쓰는게 좀 두렵다. 거짓말로 들릴것만 같아서다. 사실 나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는다. 대체 어째서 갑자기 이렇게 좋아진걸까.

양평 힐하우스에 신형 쏘나타(LF)가 시승을 앞두고 줄세워져 있다. 

# 단단해진 핸들과 서스펜션

“우와 뭐가 이렇게 단단해”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SPORT)로 바꾸고 고속도로에 올라서자 나도 모르게 외마디가 튀어 나왔다. 핸들의 무게감이 크게 증가해 돌리기 꽤 힘들게 느껴질 정도다. 이 차에선 이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바꿔봐야 거기서 거기였던 ‘플랙스 스티어’는 사라졌고 핸들의 단단함이 큰 폭으로 변화되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이 생겼다. 속도에 따라서도 핸들의 무거움이 큰 폭으로 변화되기 때문에 저속에서는 드라이브 모드에 따른 변화를 느끼기 어렵지만 고속에 들어서면 차이가 커진다. 

핸들의 단단한 감각은 초고속의 속도에서 놀라운 수준의 안정감을 보여준다. 국내 출시 차 중에는 제네시스(벨트타입)와 쏘나타 터보(DP타입)만 R-MDPS를 장착하고 있는데 이건 정말 물건이다. 그동안 현대차가 내놓았던 C-MDPS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서스펜션은 일반 쏘나타(LF)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는데 그보다도 더 좋아졌다. 좀 딱딱하다고 느끼는 운전자도 많겠다.  18인치 휠의 덕도 크지만 세련되게 잘 튜닝된 서스펜션의 힘이다. 

LF 쏘나타는 출시때부터 이전 모델에 비해 월등히 단단해진 차체를 특색으로 했다. 스몰오버랩등 가혹한 충돌 테스트를 쉽게 통과 했을 정도로 안전성이 높을 뿐 아니라 주행 느낌도 이전에 비해 월등히 든든해졌다. 다만 차체에 비해 부족한 출력이 가장 아쉬운 점이었는데, 쏘나타 터보는 이런 면에서 갈증을 해소해준다.

 

# 낮아진 엔진출력…훨씬 좋아진 응답성

271마력이나 되던 이전 YF쏘나타 터보에 비해 엔진 출력이 245마력으로 크게 줄었다. 대신 응답성이 훨씬 우수해졌다.

이전 쏘나타는 터보차저의 터빈이 너무 커서 힘이 뒤늦게 올라올 뿐 아니라 가속페달에서 발을 뗀 후에도 계속 힘이 남아 가끔 위태롭게 여겨졌다. 

반면 신형 쏘나타는 터보가 작동되는 시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반응하는게 매력적이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었을 때도 금세 감속된다. 지극히 당연하고 옳은 방향이다. 

출력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말이 245마력이지 BMW 528i(245마력) 골프 GTI(220~230마력)와 비교해 손색이 없다. 가속감이 꽤나 마음에 든다. 최고속도는 240km/h 에 달하는데 주행해본 일부 운전자들에 따르면 의외로 쉽게 도달할 수 있다고 한다. 

핸들감각, 단단한 서스펜션, 강해진 차체 구조, 배기음 등이 조화를 이뤄서 안정감 있는 주행감각을 만들었다. 주행감각이 우수하다보니 실제보다 속도감이 낮게 느껴지는 점도 인상적이다. 

 

# 제품 품질 등 개선해야 할 점도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에 대구경 브레이크 로터와 캘리퍼를 적용했다고 자랑하는데, 사실 이 정도는 돼야 정상이고 그동안 지나치게 부족한 제품이 장착됐다고 볼 수 있다.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브레이크는 급할때 밀리는 느낌이 들고, 저속에서는 오히려 너무 잘들어 문제다. 브레이크 페달이 초반에 비해 중반 이후 힘을 내지 못해서다. 여전히 부드럽게 다루기 어렵고 수입차에 비해 잘 서지 못한다. 

품질에서도 몇가지 부분에서 에러가 발견됐다. 시승한 차에서 선루프 부분에 플라스틱이 어긋나 바로잡을 수 없게 된 부분을 발견하기도 했고, 곳곳에선 단차가 잘못 조립 된 것도 눈에 띄었다. 조수석에 앉으면 운전석 핸들 아래 빈틈으로 전선이 복잡하게 드러나 보이게 만들어진 점도 체면을 구길만한 부분이었다.

공조장치도 이상했다. 외부 공기가 유입되도록 버튼을 누르면 마치 창문을 열어 놓은 것처럼 머리가 휘날리는 정도의 바람이 들이쳤다. 공기 흐름의 방향도 조정 돼야겠지만 필터를 제대로 거치지 않는 듯 해서 아쉬웠다. 

개선돼야 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는 굉장한 발전을 이뤘다. 실내의 고급감이나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한 흔적이 눈에 띄어 차에 타는 동안 기분이 좋아졌다. 

 

# 만족감이 매우 높은 쏘나타...일반 쏘나타도 신경 써줬으면

자동차 마니아들이 현대차를 탈 때 불만으로 내놓는 것은 뻔히 정해져 있었다. 여러가지를 지적하지만 한마디로 말하면 '운전이 즐겁지 않다'는 것이다. 

운전자가 차를 조작하는걸 떠올려보면 연결고리라고는 오로지 스티어링휠과 페달 밖에 없다. 특히 인간의 손은 매우 예민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아니라도 아주 미세한 차이까지 인식할 수 있다. 그만큼 스티어링휠의 감각은 중요한데, 현대차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 부분을 대충 만들어 버리곤 했다.

 

현대차가 내놓은 C-MDPS의 초기 모델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전자식 파워스티어링(EPS)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갖게 할 만큼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차에선 전혀 다른 단계로 한차원 올라섰다.

뿐만 아니라 차체도 단단하고 서스펜션도 우수해 코너에서 버텨주는 느낌이 일품이다. 여기 터보의 가속감, 응답성도 매우 뛰어나다. 6단 자동 변속기와의 궁합도 좋아 시승하면서도 좀 더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디자인에서도 진일보했다. 일반 쏘나타보다 훨씬 우아하고 강인한 이미지로 젊은 층에서 호응을 얻겠다. 후미등의 LED 제동등도 이제야 장착됐다.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만들어 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반 쏘나타에는 이보다 훨씬 못한 핸들과 브레이크를 장착한다는 점이다. 이 차에 대한 칭찬이 고스란히 일반 쏘나타에선 아쉬움이 된다. 강인한 디자인이나 LED 제동등 같이 칭찬할 사양들이 모두 빠졌다. 물론 가격을 감안해 그럴 수 있다 치지만 가속이 너무 더디거나, 브레이크와 핸들링이 부실한 점은 불만이 된다. 가격에 따라 차등화 해야 하는 것은 인테리어나 디자인 요소여야지 안전 요소나 자동차의 기본기여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승한 쏘나타 터보의 가격은 옵션을 포함해 3400만원이 넘는다. 어지간한 수입차와 맞먹는 성능과 만족감을 감안하면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쏘나타라는 차 가격으로 지불하는데는 좀 망설여진다. 엔진과 자동변속기, 서스펜션만이 가장 만족도가 큰 부분인 만큼 저렴한 2700만원대 쏘나타 터보를 선택하는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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