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쌍용차 티볼리 살 때 '꼭 알아둬야 할 9가지'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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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3.17 18:42
[시승기] 쌍용차 티볼리 살 때 '꼭 알아둬야 할 9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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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볼리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인기를 모으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쌍용차가 오랜만에 내놓은 신차인 이유도 있겠지만, 기존 쌍용차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스타일리시하게 잘 빠진 덕분이다. 이 정도면 쌍용차의 역사를 티볼리 이전과 이후로 나눠도 무리가 없을 듯하다.

 

티볼리의 인기는 판매량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3일 출시 이후 불과 보름 만에 2312대가 판매됐으며, 지난달에는 설 연휴로 인한 영업일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전달보다 25.3% 늘어난 2898대가 팔렸다. 아직 출고되지 않은 대기 물량도 6000대 이상이라고 한다. 티볼리에 앞서 출시된 쉐보레 트랙스와 르노삼성 QM3를 능가하는 강력한 신차 효과다. 게다가 올해 안에 디젤과 사륜구동, 롱바디 모델까지 추가된다고 하니 티볼리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티볼리를 시승하며 인기 이유와 구입 전에 알아두면 좋은 것들을 살펴봤다. 시승차는 LX 최고급형 모델로, 기본가 2347만원에 7인치 AVN 시스템(55만원)과 레드 투톤 인테리어(15만원)가 추가돼 총 가격은 2417만원이다.

1. 가격…'싼 차'가 아니라 '좋은 차'

 

쌍용차가 티볼리를 출시한다 했을 때 가장 관심을 모은 것은 디자인이나 성능이 아니라 가격이었다. 당시 트랙스와 QM3가 차급에 비해 너무 비싸다는 비판을 받던 상황에서 쌍용차 이유일 대표가 '트랙스와 QM3보다 저렴한 가격에 출시할 것'이라 자신 있게 선언했기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티볼리는 '싼 차'가 아니다. '착한 가격'이라는 쌍용차의 주장도 쉽게 수긍하기는 어렵다. 1635만원부터 시작한다지만 수동모델이 그렇고, 그럭저럭 탈 만한 모델을 사려면 2000만원 이상은 줘야 한다. 최고급 모델에 풀옵션을 선택하면 2467만원까지 오른다. 아반떼 등 준중형 세단보다 꽤 비싸고, 한 단계 윗급인 투싼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가격 대비 상품성은 꽤 괜찮다. 무엇보다 가장 저렴한 기본 트림의 사양이 꽤 좋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줘야겠다. 고장력 강판을 사용해 차체 강성을 높였으며, 여러 주행 안전장치를 적용하고, 다양한 편의 사양을 장착하는 등 기본기를 탄탄하게 만들었다. 

소비자들도 이제는 초소형 SUV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받아들이기 시작한 듯하다. 예전이었으면 무조건 투싼급 소형 SUV보다 300~500만원가량 저렴해야 한다고 생각했겠지만, 지난 2년 동안 트랙스와 QM3를 통해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단순히 차가 작다고 가격이 싸야 된다는 것이 아니라, 차가 작더라도 제대로 갖추고 합리적인 가격에 판다면 충분히 구입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2. 외관 디자인…'어디가서 꿀리지 않는다'

 

"이 차 티볼리 맞죠? 와~ 진짜 예쁘게 생겼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수납하던 한 여성이 탄성을 내뱉으며 물었다. 맙소사. 쌍용차를 타면서 예쁘다는 소리를 듣는 날이 올 줄이야. 그것도 젊은 여성에게... 뿐만이 아니라 시승하는 내내 주변 사람들 시선이 부끄러울 정도로 티볼리로 향했다. 새로 나온 신차에 대한 신기함과 꽤 괜찮은 디자인에 대한 감탄이 공존하는 듯 했다. 

티볼리가 잘 팔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디자인을 갖췄기 때문이다. 솔직히 쌍용차는 최근 나오는 차에 비해 여러모로 시대에 뒤처져 보이는 게 사실이다. 2009년 법정관리 이후 신차가 1~2년씩 늦게 나왔고, 새로운 차에 대한 개발도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티볼리는 다르다. 마힌드라에 인수된 후 개발된 첫 번째 차인 만큼, 과거의 흔적을 벗겨내려고 많은 노력을 한 모델이다. 

 

외관은 매우 독특하다. 곡선보다는 직선을 강조한 남성적인 모습인데, 구형 2박스 스타일의 SUV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듯 강인해 보인다. 외장은 8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시승차는 레드 바디에 루프와 사이드미러를 블랙으로 꾸민 투톤 조합이다(투톤 패키지는 5종류). 전면부의 HID 헤드램프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연결됐는데, LED 주간주행등도 달렸다. 뒷바퀴 휠하우스 상단부에서 이어지는 굴곡진 후면부는 독특한 디자인의 테일램프, 트렁크리드, 범퍼, 반사판, 스포일러 등과 함께 개성 있는 모습을 완성했다.

3. 실내 디자인…'예전 쌍용차는 잊어라'

 

티볼리에 가장 칭찬해주고 싶은 부분은 실내다. 이전 쌍용차 실내는 부끄러울 정도였는데, 티볼리는 모든 것이 바뀌었다. 전체적인 레이아웃부터 각종 버튼의 디자인과 색 배열 등은 쌍용차임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깔끔하고 세련됐다. 

시승차는 LX 트림 이상에서 15만원을 추가해야 추가할 수 있는 레드 투톤 인테리어가 적용돼 강렬하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이다. D컷 스티어링휠은 극단적으로 잘라내진 않았지만, 8시20분 방향에 또 다른 굴곡을 줘 돌리는 맛이 있다. 클러스터 색상도 6가지 중에서 고를 수 있었으며, 시인성도 좋았다. 인스트루먼트패널의 각종 조작 버튼들은 디자인과 기능, 배치도 대부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단점도 있다. 상단부의 선글라스 케이스 등 곳곳에 민망할 정도로 저렴해 보이는 플라스틱이 사용됐으며, 천장을 두른 소재의 질감과 마감도 허술한 편이다. 스티어링휠에 공간이 남아있음에도 주행 시 자주 사용하는 '주행모드 변경 버튼'과 '스티어링휠 감도 조절 버튼'을 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한 것도 아쉽다. 또, 방향지시등과 와이퍼 조작 스틱의 움직임과 소리가 저렴한 느낌이며, 운전석과 조수석의 열선 조작 버튼의 작동 소리가 서로 다른 등 감성적인 부분에 부족함이 보였다.

4. 공간 활용성…'생각보다 넓다'

 

공간 활용성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티볼리의 휠베이스는 2600mm로, QM3(2605mm)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길이와 너비, 높이가 각각 70mm, 15mm, 25mm 커서 더욱 넉넉하게 느껴진다.

1열 탑승 공간에 여유가 있고, 실내 곳곳에 다양한 수납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넉넉한 크기는 아니지만, 트랙스나 QM3와 달리 제대로 된 센터콘솔이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뒷좌석도 생각보다 넉넉하다. 일반적인 좌석 배치에서 앉아도 무릎 공간에 10cm가량 여유가 있다. 특히, 쌍용차는 다른 브랜드보다 뒷좌석 등받이가 많이 기울어져 있어 머리 공간이 답답하지도 않았다. 2열 역시 암레스트와 컵홀더, 도어 맵포켓이 적용됐으며, QM3처럼 앞좌석 등받이 뒷부분에 고무줄(시트 백 밴드)을 적용해 신문이나 잡지 등을 넣을 수 있게 했다. 다만, 최고급 모델임에도 뒷좌석에 공조기가 없는 것은 아쉽다.

 

트렁크 공간은 423리터로, 쌍용차는 동급에서 유일하게 골프백 3개를 실을 수 있다고 했지만, 트랙스·QM3와 큰 차이는 없는 듯하다. 2열 시트는 6:4로 접히고, 트렁크 아랫부분에도 별도의 수납함도 마련하는 등 공간 활용성에 세심하게 신경썼다.

5. 엔진 성능…재밌는 전반전, 답답한 후반전

 

티볼리의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126마력(6000rpm), 최대토크 16.0kg·m(4600rpm)로, 딱 1.6리터급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러나 초반에 잘 달리도록 파워트레인을 조절해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한다. 1단과 2단 기어비를 크게 설계해 저속부터 고rpm을 사용해 툭툭 치고 나가는 느낌이다. 차체 무게도 1300kg으로 트랙스(1370kg)보다 70kg이나 가벼워 움직임도 재빠르다. 스포티함을 좋아하는 젊은층에 잘 어울리는 세팅이다.

 

그러나 그만큼 3단이 커버하는 영역이 넓어져 중고속에서는 가속력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 초반에 통통 튀며 빠르게 달리다가도 80km/h 이상부터는 언제 그랬냐는 듯 답답해진다. 또,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중간에 한 번씩 동력이 뚝 끊기는 기분도 들었다.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가 새롭게 장착됐음에도 변속이 지연되거나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는 느낌이어서 조금 아쉬웠다.

 

낮은 배기량에 쥐어짜는 세팅이니 차가 조용할 리도 없다. 가솔린 모델치고는 꽤 시끄러운 편이다. 가장 작다고는 하지만, 역시 크고 무거운 SUV를 움직이려면 평소보다 더 큰 힘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공회전 상태에서도 그리 조용한 것도 아니다. 다만, 국산 SUV 중 1.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은 티볼리가 처음이어서 객관적인 비교는 어렵겠다. 

6. 주행 성능…단단한 차체, 스포티한 주행감 

 

초반 힘이 강하니 차가 생각보다 재밌다. 도심에서는 충분히 스포티하게 가지고 놀만 하다.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의 답력이 초반에 민감한데, 스티어링휠의 감도가 충분히 단단해 불안하지 않다. 특히, 스티어링휠 감도를 스포트, 컴포트, 노멀 등 3가지로 조절할 수 있는데, 몸에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있다. 컴포트는 가볍고, 노멀은 부드럽고, 스포트는 단단하다. 반면, 파워와 윈터, E(에코), 노멀 등 4가지 중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는 별 차이가 없다. 스포트 모드의 경우 변속 타이밍을 늦춰 고rpm을 사용하는 방식인데, 워낙 초반에 힘을 몰아넣은 탓에 변화를 알기란 어렵다.

 

차체가 단단해 고속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진다. 쌍용차는 원래 탄탄한 바디로 유명한데, 티볼리의 경우 고장력 강판 비율을 높여 더 듬직하다. 차를 이리저리 휘둘러도 중심을 잘 유지하면서 빠릿빠릿하게 움직인다. 시트포지션이 그렇게 높은 차도 아니어서 안정적으로 무게 중심을 이동하는 듯하다. 서스펜션도 딱히 울컥거리지도, 딱딱하지도 않게 알맞은 세팅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토글시프트를 유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수동변속을 한다는 것은 rpm을 가지고 놀면서 주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싶다는 것인데, 여전히 손톱만한 버튼으로 깔짝깔짝 변속해야만 한다. 차는 스포티하게 만들어놓고 토글시프트를 장착한 것은 뭔가 이율배반적인 듯하다. 게다가 티볼리는 쌍용차의 세대가 바뀌는 모델인데도 말이다.

7. 안전 사양…고장력 강판과 에어백 시스템

안전성은 사고가 나기 전까지 확인할 길이 없는 노릇이지만, 스티어링휠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차를 과격하게 몰아붙여보니 티볼리 역시 역대 쌍용차와 마찬가지로 튼튼한 차체를 지녔다는 것이 느껴진다. 

 

티볼리 차차에 사용된 고장력 강판 비율은 71.4%로, 튼튼하기로 유명한 트랙스(66%)보다 높다. 고장력 강판의 기준은 약 340mpa, 초고장력 강판의 기준은 약 600mpa로 현대기아차와 같다. 초고장력 강판의 비율은 40%로, 차 전체에 28%가 적용된 셈이다. 특히, 지붕 라인과 B필러 등 운전자 안전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주요 10개 부위에는 핫프레스포밍 공법으로 만든 1500mpa급 초고장력 강판이 사용됐다. 충돌 시 차체 변형을 최소화해 탑승객의 안전을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에어백 시스템은 저가 트림인 TX, VX에는 6개 에어백이 장착됐지만, 고급 트림인 LX 고급형과 최고급형에는 무릎 에어백이 추가돼 총 7개 에어백이 탑재됐다. 또, 듀얼 프리텐셔너 안전벨트와 CLT 벨트 시스템을 적용해 충돌 시 신속하게 가슴과 골반부를 잡아주고, 골반부 하중이 가슴으로 전달되는 것을 방지했다. 뒷좌석 가운데 자리에도 헤드레스트와 3점식 안전벨트가 적용됐다.

주행 안정성 시스템으로는 제동성능을 위한 대형 전·후륜 디스크 브레이크를 비롯해 빗길, 눈길, 급코너 등에서 엔진과 브레이크를 제어하는 다기능 차체자세제어장치(ESP), 타이어공기압경보장치(TPMS), 급제동 알림 시스템(ESS), 전후방 장애물 감지 시스템,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HSA) 등이 적용됐다.

8. 연비…좋지는 않지만, 거짓은 없다

티볼리의 연비는 복합 12.0km/l(도심 10.7km/l, 고속 14.0km/l)로 그리 우수한 편은 아니다. 한 등급 위인 스포티지R(가솔린, 9.7km/l)보다는 23.7%가량 우수하지만, 준중형차인 아반떼(가솔린, 14.0km/l)보다는 16.7%가량 낮은 수준이다. 경쟁 모델인 트랙스(12.2km/l)와 비교해도 조금 떨어진다. 특히, 수동변속기 모델의 연비(12.3km/l)가 자동변속기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이유는 크게 2가지로 분석된다. 동력 성능을 초반에 몰아넣는 방식으로 엔진을 세팅한 데다가, 작년 코란도스포츠 연비 부적격 판정 이후 연비를 보수적으로 신고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흔히 말하는 '뻥연비'는 아니다. 막히는 도심과 쭉 뻗은 고속도로를 번갈아가며 약 350km가량 시승한 결과 트립 컴퓨터에 11.3km/l의 연비가 찍혔다. 연비 운전을 하면 표시연비는 쉽게 웃돌 듯했다.

9. 트림별 가격과 사양…2000만원이면 충분해

티볼리는 경쟁 모델과 비교해 가장 많은 트림과 가장 넓은 가격대를 갖춰 선택의 폭이 넓다.

가장 저렴한 TX 트림은 1635~1795만원으로, 가격에 비해 기본 사양이 매우 좋은 편이다. 6에어백 시스템을 비롯해 경사로 밀림 방지 장치 및 급제동 알림 시스템, 타이어 공기압 경보장치,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 16인치 알로이휠 등이 기본 적용됐다. 자동변속기 모델은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와 메탈그레이와 인조가죽커버가 적용된 기어노브가 추가된다.

 

1995만원의 VX 트림도 충분해 보인다. TX 트림 사양에 LED 주간주행등과 후방 안개등, 리어 스포일러, 인조 가죽 시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열선 시트, 후방 장애물 감지 시스템 등 주행에 꼭 필요한 기능들이 부족함 없이 들어있다. 

LX 트림은 2220~2347만원이다. 18인치 알로이휠, 슈퍼비전 클러스터, LED 무드 램프, 열선 스티어링휠, 운전석 통풍시트, 7인치 컬러 디스플레이(터치스크린, 후방카메라, 블루투스), 오토라이트 컨트롤, 우적감지 와이퍼, HID 헤드램프, 18인치 다이아몬드 커팅휠, LED 룸램프, 전방 장애물 감지 시스템 등 추가되는데, '기능'을 위한 사양이라기보다 '편의'를 위한 사양이 대부분이다.

* 장점

1. 쌍용차의 환골탈태. 어디서 꿀리지 않는 실내외 디자인

2. 1635~2347만원의 다양한 가격대. 하위 트림의 사양도 우수하다

3. 통통 튀는 스포티한 주행 감성. 초반 성능은 남부럽지 않다

* 단점

1. 연비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2. 고급 트림의 가격은 투싼만큼 비싸다

3. 아직 차 곳곳에 쌍용차의 잔재(?)가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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