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스파크는 한국GM의 에이스다. 총 12종의 모델을 판매하는 한국GM에서 전체 판매량의 40% 이상을 책임지고 있을 뿐 아니라, 현대기아차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베스트셀링카 TOP10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자신감 넘치는 얼굴로 어깨에 잔뜩 힘을 주고 있어도 용서되는 그런 모델이다.

 

그런 스파크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항상 한 발짝 앞서있는 기아차 모닝의 존재다. 월 5000대 넘는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도 늘 모닝에 밀려 이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가끔 7000대를 넘겨 '혹시 이번 달에는 이길 수 있을까' 기대라도 할라치면, 모닝은 어김없이 1만대를 팔아치워 인생의 쓴맛을 보여준다. 옛날에는 모닝보다 잘 팔릴 때도 있었다지만, 그때가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희미해진 추억이다.

한국GM은 에이스의 기를 살리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 5년여에 걸쳐 디자인센터와 경차개발 본부에서 집중 교육한 후 미국 기술연구소로 유학을 보내 극한의 내구시험과 다양한 성능평가, 획기적인 연비향상 테스트 과정을 거쳐 신형 스파크를 탄생시켰다. 이제부터는 그동안 겪었던 수모를 갚을 때다.

신형 스파크는 한 눈에 보기에도 이전 모델과의 공통점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고급스럽고 세련된 모습으로 변했다. 디자인과 성능, 사양 등 전체적인 상품성도 기존 경차 수준을 뛰어넘을 정도로 우수하다. 예쁘게 만든 스마트키만 봐도 한국GM이 신형 스파크에 얼마나 많은 공을 들였는지 짐작이 간다. 

외관은 얼핏 보면 아베오가 떠오를 정도로 다부진 모습인데, 세부적인 디자인 요소들은 오히려 앞선다. 전면부에는 듀얼 포트 라디에이터그릴이 장착됐으며, 달라진 디자인의 헤드램프에는 LED 주간주행등이 들어갔다. 하단부에는 크롬 베젤로 감싼 대형 안개등과 공기 역학을 위한 라인이 추가되는 등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후면부 테일램프는 모닝과 비슷하게  '< >' 모양으로 바뀌었고, LED 라인이 추가됐다. 

 

실내는 완전히 뜯어고쳤다. 바이크 스타일의 클러스터를 포기하고 센터페시아의 인스트루먼트패널도 육각형의 커다란 패널에 터치스크린과 각종 조작 버튼들을 깔끔하게 잘 배치했다. 고급 소재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패턴을 적용하고 스티치를 넣는 등 저렴해 보이지 않으려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국내 완성차 업체 최초로 애플 카플레이도 장착돼 터치 및 시리 음성 명령을 통해 통화와 문자, 음악, 팟캐스트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 카플레이는 처음 접하는 신기한 기술이지만, 당장 실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는 생각도 든다. 

신형 스파크의 엔진은 1.0 리터급 4기통에서 1.0리터급 3기통으로 바뀌었다. 제원상 성능은 최고출력 75마력, 최대토크 9.7kg·m로 이전과 같다. 저배기량 경차가 낼 수 있는 힘에는 분명 한계가 있지만, 예전보다 더 능숙하게 뽑아내는 듯했다. 차체 무게가 45kg 가벼워진 탓도 있지만, 고장력 강판을 72%까지 사용한 차체는 예전보다 강성이 좋아져 더욱 탄탄하게 움직였다. 특히 NVH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면서 엔진 소음 및 노면 소음, 풍절음 등이 크게 줄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여기에 전방 충돌 경고, 차선 이탈 경고, 사각지대 경고 등 고급차에나 들어가는 사전 예방 안전 시스템이 장착됐다.

 

무게가 가벼워졌지만, 연비는 3.3~8.3%가량 떨어졌다. 작년 국토부의 연비 부적격판정 이후 최대한 엄격하게 측정해 혹시 모를 상황을 미연에 방지한 듯하다. 그러나 연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최신 스탑&스타트 기술을 비롯해 프론트 에어댐, 에어로 스포일러, 저구름저항 타이어 등으로 연비를 15.7km/l로 향상시킨 스파크 에코 모델도 함께 출시했다.

 

신형 스파크의 등장으로 국내 경차 시장은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이전 스파크는 톡톡 튀는 젊은 감성으로 20~30대 소비층에 인기가 높았는데, 40대 이상의 높은 연령대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이 소비자들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모닝으로 옮겨졌고, 판매량에 격차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신형 스파크는 쉐보레의 최신 디자인을 적극 사용해 다른 경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안정적이면서도 세련된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됐다. 젊은층과 노년층을 모두 겨냥할 수 있는 디자인으로, 그동안 소홀했던 소비층에게도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게된 것이다.

 

한국GM은 신형 스파크의 본격적인 판매를 8월로 잡고 사전 계약에 들어갔다. 보통 2주 정도의 기간을 두는 다른 차종에 비해 기간을 2배 이상 늘린 것. 상품성에 자신이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은 소비자를 끌어모아 신차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과연 스파크가 모닝과 서열을 바꾸고 그동안 겪었던 설움을 떨쳐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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