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3.8, 이례적인 현대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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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8.25 18:19
[시승기] 현대차 제네시스 3.8, 이례적인 현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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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회사차로 이용하는 제네시스가 새삼스러울까 생각했다. 연식 변경 모델이라도 별다를게 없을 것 같았다. 더구나 초기 모델인 회사차도 부족함이 없었다. 회사의 업무용 차는 ‘제네시스 3.3 프리미엄 HTRAC’인데, 여러 시승행사를 다녀올때면 '제네시스가 더 낫네'하는 생각이 들때도 많았다. 

익숙함은 무섭다. 처음엔 BMW를 닮았다던 디자인도 이젠 온전히 제네시스의 것이 됐다. 편의사양은 넘치고, 어떤 기능도 사용이 어렵지 않다. 1년 6개월 넘게 타면서 불편함을 느낀 경우는 거의 손에 꼽히는 정도다. 제네시스가 출시된지 2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최고의 국산차라면 망설임없이 제네시스를 꼽겠다.

# 어딘지 낯설다

제네시스가 이렇게 고급스러웠나. 현대차가 제공한 시승차는 제네시스 중에서 가장 비싼 ‘3.8 파이니스트 에디션(Finest Edition)’으로 옵션을 포함하면 가격은 7천만원이 넘는다. 스마트키를 들고 차에 다가서면, 아웃사이드 미러 밑에 장착된 퍼들램프가 주차장 바닥에 제네시스 로고를 비춘다. 비록 자그마한 것이지만 운전자를 기분 좋게 한다. 

 

외관 디자인은 크게 다를게 없었는데, 실내는 다른 차를 보듯 낯설었다. 계기반 구성은 비슷한듯 하지만, G380에는 7인치 TFT LCD 클러스터가 적용됐다. 다양한 정보를 보기 더 수월했다.

대시 보드 및 센터페시아의 디자인은 바뀐게 없다. 알루미늄과 우드그레인이 적절하게 조합됐다. 9.2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밑으로 공조장치와 엔터테인먼트 조작버튼이 놓였다. 각 부분을 분리해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도록 했다. 센터콘솔에 놓인 DIS 시스템은 각종 시스템을 제어하지만, 결국 다시 터치스크린을 사용해 세부적인 설정을 해야만 했다.

 

소소한 변화보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프라임 나파 가죽 시트, A필러 및 천장의 스웨이드 소재 등 상급 모델이 보여줄 수 있는 고급화였다. 실내 곳곳의 감촉도 남달랐다. 마감 수준도 국산차에서 기대하는 것 이상이었다. 뒷좌석엔 대형 모니터가 놓였고, 전동식 시트까지 적용됐다. 냉난방 통풍기능까지 지원되고, 뒷문을 끝까지 닫지 않아도 스스로 닫히는 ‘고스트 도어 클로징’도 적용됐다.

 

# 완성도를 높이는 다양한 구성 요소 

제네시스는 무거운 차다. 현대차는 고장력 강판을 확대 적용하고, 엔진 다운사이징 및 다단화 변속기 등의 기술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경량화 부분에서는 아직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신 모델이 구형 모델에 비해 더 무거워지는,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모터그래프의 제네시스 3.3은 종종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회사차 특성상 많은 촬영장비와 인원이 함께 이동하는 경우가 잦은데, 초반 가속이나 언덕을 오를 땐 힘겨워하기도 한다. 부드럽게 속도를 올리지 못하고,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높여야 비로소 힘을 받는다. 

강성을 높이기 위해 서스펜션 마운트는 알루미늄 주조로 만들고, 스트럿바를 더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3.8리터 V6 엔진은 3.3리터에 비해 한층 힘이 넉넉하고, 가속이 더디지도 않았다. 제 몸에 딱 들어맞는 느낌이었다. 과한 느낌도 없었다. 부드럽고 조용하게 속도를 높였고,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으면 비교적 잘 다듬어진 엔진 소리가 스포티함을 전달하기도 했다. 속도는 막힘없이 올랐다.

고속안정성은 독일차 부럽지 않다. 고장력 강판을 아낌없이 쓴 견고한 차체 덕을 톡톡히 봤다. 고속으로 달릴 때 소음도 적다. 서스펜션은 노면에 따라 아주 민감하게 반응하고, 최적의 승차감을 위해 노력했다. 무거운 차체를 잘 떠받들고, 최대한 지면과 수평을 이루게 했다. 고속주행에서 완만한 코너를 돌거나, 차선 변경을 할땐 진중하고, 부드럽게 움직였다. 스티어링휠이 가볍거나, 헛돌지도 않았다.

 

단 고속으로 달리면 차의 무게가 더 확실하게 전달됐다. 특히 고속주행 중 제동을 할때면 무거운 차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약간의 위화감도 들었다. 

사륜구동 시스템 HTRAC는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감을 주고 주행성능도 높인다. 속도, 주행 모드에 따라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 배분을 달리 한다. 또 코너에서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고, 바깥쪽 바퀴에 구동력을 높여주는 선회 제동 시스템(ATCC)를 통해 경쾌한 코너링까지 가능하다.

 

견고한 차체, 잘 다듬어진 엔진, 직관적인 스티어링, 안정성을 위한 사륜구동 시스템 등이 한데 모여 제네시스의 코너링을 완성한다. 제네시스는 현대차 중에서 가장 크고 무거운 편이지만, 코너에서는 가장 움직임이 좋다. 

# 첨단을 달린다

2015년형 제네시스가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부분은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다. 앞유리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가 차선을 인식하고,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돌린다. 라디에이터 그릴 중앙에 부착된 레이더를 통해 작동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긴급 제동 시스템(AEB)과 함께 운전자를 보조하는 첨단 기술이다.

 

차선에 따라 스스로 스티어링휠을 돌리는 기술은 이미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볼보 등이 양산차에 적용하고 있다. BMW는 신형 7시리즈에 이 기술을 넣었다. 현대차는 상당히 빠르게 양산차에 적용한 셈이다.

현대차가 신기술을 적용할때는 좀 어설픈 부분이 있다. 초기 제네시스에 탑재된 헤드업디스플레이만 해도 수평이 잘 맞지 않았다. 그래서 2015년형 제네시스에는 기울기 조절 기능이 추가됐다. 

 

그런데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의 완성도는 의외였다. 차선을 인식하는 능력도 뛰어났고, 스티어링 조작도 굉장히 부드러웠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의 것과 비교해 꺾이는 각도가 더 크고 적극적이다. 또 메르세데스-벤츠와 달리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만 별도로 활성화 시킬 수도 있다. 한강을 따라 굽이진 강변북로에서 스티어링휠을 잡을 필요가 없었다. 스티어링휠을 잡지 않고 주행하면 약 10여초 정도 지난 후 경고음이 들리고 시스템은 꺼진다. 

 

아직 이 기술은 운전자 보조 수단이다. 맹신은 금물이다. 자율주행을 위한 첫걸음이나 마찬가지다. 시내에서는 크게 사용할 일이 없겠지만, 고속도로에서 운전자의 부주의나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하기에는 꽤 효과가 있어 보인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도 간혹 불안하지만 전반적으로 꽤 부드럽다. 스티어링휠의 버튼 조작만으로 속도, 앞차와의 거리 등을 조절할 수 있고, 정지 후 재출발까지 가능하다. 운전자가 차를 믿는다면 손발 동작을 별로 하지 않고도 충분히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다. 

# 이례적인 현대차

제네시스는 현대차 중에서 이례적으로 완성도가 높았다. 그리고 이번 연식 변경을 통해 완성도는 더 높아졌다. 정숙성이나 안락함 등 대형 세단이 으레 갖춰야 할 덕목에도 충실하고, 첨단 기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을 당기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또 안전성에 대한 아쉬움도 많이 개선됐다.

 

2015년형 제네시스는 한층 높아진 고급스러움, 여러 첨단 기술 외에도 소소한 몇가지 변화가 있었다. 어드밴스드 에어백이 전 트림에 기본으로 적용됐고, 뒷좌석 가운데 좌석을 위한 헤드레스트도 추가됐다. 이미 예전부터 북미형에는 적용됐던 것들이다. 긴급 제동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국내 안전 규정이 바뀌진 않았지만, 현대차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이제라도 변화의 움직임을 보여주니 다행이다. 현대차 중에서 누군가에게 자신있게 추천할 만한 차가 생겼다.

* 장점

1. 현대차에서 탄탄한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다니.

2. 주행 보조 시스템은 쓰임새가 많고, 완성도도 높다.

3. 비슷한 가격대의 동급 수입차보다 우월한게 많다.

* 단점

1. 차체 무게를 감안하면 제동 성능은 강화될 필요가 있다.

2. 여전히 획기적인 장비는 높은 트림에서만 적용할 수 있다.

3. 연비는 기대 이하고, 이를 위한 장비도 적극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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