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승기] 현대 싼타페 VS 기아 쏘렌토…여유롭거나 약간 스포티하거나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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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09.04 22:33
[영상 시승기] 현대 싼타페 VS 기아 쏘렌토…여유롭거나 약간 스포티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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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차는 질색이다. 가속페달을 마음껏 짓이기며 뒷바퀴를 미끄러뜨리고, 이리저리 미친듯이 코너링을 헤집어 대는게 딱 적성에 맞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애가 둘 태어나니 선택할 수 있는 차가 많지 않았다. 원래는 포르쉐 박스터를 좋아했지만 더 이상 선택할 수 있는 차가 아니다. 반강제로 무조건 트렁크 큰게 좋은차라는 생각이 각인되고 왜건이나 SUV로 눈이 절로 돌아갔다. 4명이 타야 했고, 경우에 따라서 아주 가끔은 6명이 타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SUV를 놓고 보니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 가격에서나 크기에서나 공간과 편의성면에서도 탁월하다. 정말 가끔이지만 7명이 타야 하는 경우에도 그런대로 대응할 수 있다. 

사실 도심형 SUV를 세계 최초로 만든게 기아차 스포티지고, 현대차도 만만찮은 SUV 역사를 지니고 있다. G바겐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독일 회사들에 비해 오히려 긴 역사다.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의 상품성은 실로 어마어마한데, 어떤 점에서 좋은지 또 어떤 단점이 있는지도 살폈다. 둘 중 어떤 차가 더 마음에 드는지도 감성적으로 판단했다. 

# 디자인은 쏘렌토 ‘승’

둘다 멀리서 봐도 이젠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적어도 디자인을 보면 마지못해 타는 차들은 아니다. 세련 됐고 독창적인 개성미도 갖추고 있다. 싼타페는 안개등 위치에 에어커튼을 장착해 공기 저항을 줄이는 센스를 발휘한다. 

싼타페 더 프라임의 앞모습

쏘렌토는 전면의 그릴 테두리를 거울처럼 반짝이게 만들고, 헤드램프를 2개의 원통형으로 구성해서 싼타페에 비해 호감어린 인상을 만들어냈다. 뒷모양에서도 싼타페에 비해 쏘렌토가 조금씩 합리적으로 디자인됐다. 이를테면 뒷범퍼에는 검정 플라스틱으로 스크래치가 생기지 않도록 했는데, 싼타페는 이 플라스틱이 바디색 부품보다 들어가 있는 등의 차이가 있다. 


싼타페의 실내. 대시보드엔 사용성 나쁜 것으로 악명 높은 버튼들이 가득하다.

내부에 들어가도 마찬가지의 격차가 있다. 싼타페가 처음 나왔을때만 해도 대시보드의 버튼 구성이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쏘렌토의 대시보드는 정말 탁월하고 현명하게 만들어져 한번 사용해보면 싼타페의 대시보드가 얼마나 대충 만들어졌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시트의 색과 소재 질감면에서도 쏘렌토가 압도적으로 우월하다. 2열에서 220볼트와 USB를 뽑아 쓸 수 있게 한 점도 쏘렌토 쪽에만 있는 기능이다. 싼타페는 3열 시트에 앉으면 시야가 너무 좁아지는 점도 아쉽다. 

쏘렌토의 실내. 가죽 질감도 더 우수하고, 대시보드의 버튼 구성도 비교적 좋다. 

# 싼타페는 정숙하게, 쏘렌토는 조금 스포티하게

또 우리나라 자동차 회사들은 정숙성을 높이는데 많은 시간을 쏟는다. 소비자들의 취향이 워낙 날카로워, 어지간한 잡소리에도 불만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연료통 안의 연료가 찰랑이는 소리까지 잡아야 한다는게 우리 엔지니어들의 고충이다. 덕분에 국산 SUV들은 적어도 정숙성면에 있어선 세계 누구와 겨뤄도 우위에 있는 느낌이다. 

기아차 쏘렌토. 디자인에서 좀 더 앞선다. 

하지만 시승차 상태 때문인지 싼타페에 비해 쏘렌토의 엔진 소음과 배기음이 크게 느껴졌다. 배기는 꽤 스포티하게 가다듬어 좋은 느낌이었지만 1년 가까이 시승차로 운행한 엔진은 카랑카랑함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정숙성은 정확한 판단이 어려웠지만 적어도 시승차는 싼타페가 훨씬 조용했다. 

드라이빙 모드에는 ’스포트’ 버튼이 있었지만 버튼을 눌러도 차가 스포티하게 변하는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변화의 폭이 너무 적어서다. 이 정도 차이 뿐이라면 이걸 누르며 운전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다. 독일 브랜드들처럼 배기음을 더 크게 해주거나, 변속 시점을 꽤 늦춰주거나 하는 기능을 제공하면 좋겠다는 욕심도 든다. 


싼타페의 서스펜션은 지나치게 부드러운 편이다. 늘어난 무게에 맞춰 새롭게 튜닝할 필요가 있다. 

슬라롬을 해보면 싼타페가 쏘렌토에 비해 좀 둔하게 느껴진다. 핸들을 돌리는 느낌도, 서스펜션의 단단함도 쏘렌토가 한수 위다. 적어도 2년 이상 나중에 나온 차라는 점에서 운동성능 세팅이 더 좋을 수 밖에 없는 것으로 보인다. 

# 어떤 점이 나쁜가

두 차 모두 가속력은 좀 부족한 편이다. 가속페달을 수시로 바닥까지 밟게 된다. 고성능 차를 좋아하는 편이라서 유별나게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어지간한 젊은층이라면 좀 둔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가만 보니 싼타페는 이전에 비해 약 60kg 가량 무게가 늘었다. 그런데 파워트레인은 그대로고 브레이크나 핸들도 그다지 개선하지 않은것 같다. 브레이크는 좀 밀리고 핸들은 샤프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둘다 비슷하게 둔하지만 싼타페의 운동신경은 확실히 여러면에서 쏘렌토보다 더욱 둔하게 느껴진다. 


전륜 구동 모델에는 LSD가 장착돼 있지만 자갈이 얕게 깔려 있는 길도 통과하기 쉽지 않았다. 

SUV가 이 정도면 된거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SUV를 사는 소비자들은 레저를 좋아하거나, 어린 아이들을 키우는 층인데, 이들은 모두 젊다. 현대기아차가 뛰어들어야 하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SUV로 성공하려면 스포티하고 날렵한 차를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얻어야 한다. 운전 매력이 없는 그저그런 SUV라면 경쟁 우위에 서기 어렵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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