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치북] 불법튜닝한 '프로파일링운전'을 아십니까
  • 독일=스케치북, 정리=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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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5.10.21 13:37
[스케치북] 불법튜닝한 '프로파일링운전'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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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스케치북이라는 필명으로 인기리에 스케치북다이어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완님의 칼럼입니다. 한국인으로서 독일 현지에서 직접 겪는 교통사회의 문제점들과 개선점들, 그리고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과 현지 언론의 흐름에 대해 담백하게 풀어냅니다.

 

지난 6월, 독일의 수도 베를린에서는 지역 경찰들의 특별한 자동차 견인작전(?)이 펼쳐졌다. 일명 '프로파일링운전(PROFILIERUNGSFAHRT)'에 동원된 자동차들을 모조리 끌고 간 것이다. 프로파일링운전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위해 도심에서 위험한 불법 주행을 하는 운전자를 부르는 말이다. 

▲ 독일 베를린 쿠담 전경

위 사진은 베를린의 대표적 번화가 쿠담(Ku'damm)거리다. 이 곳은 서울의 강남 같은 지역으로, 관광객들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인 상업지구다. 3~5km에 달하는 직선 구간에 제법 긴 상권이 발달돼 있는데,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값비싼 차들을 쉽게 볼 수 있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오래 전부터 쿠담 거리에서는 어린 학생들이 고급 자동차들을 촬영해 유튜브 등에 올리고 있다. 비단 쿠담뿐 아니라 런던이나 파리 등 유럽 대도시 번화가에서도 영상을 찍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학생들이 촬영하는 대부분의 자동차가 불법 튜닝을 하거나, 사람들의 관심끌기 위해 공도에서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굉음과 함께 무모한 가속을 하거나, 휠스핀을 일으키며 급출발을 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주행을 일삼는다. 또,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를 건다거나 상대 운전자를 자극한다. 쿠담 거리에 이런 운전자들이 자주 등장하다 보니 지역 주민과 상인들의 불만이 높아졌고, 결국 베를린 경찰이 나서 프로파일링운전에 대한 특별 단속에 나선 것이다.

프로파일링이라는 단어는 범죄심리학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범죄의 어떤 특정 패턴 등을 통해 범죄자를 찾아내거나 자백을 받아내는 기법을 말한다. 그러나 독일 경찰은 현재 이 용어를 운전에도 적용해 체계적으로 프로파일링운전자들을 단속·관리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여름 단속에서는 이틀동안 S클래스,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CL AMG, 닷지 픽업, 할리 데이비슨 바이크 등 총 6대가 견인됐다. 배기음을 불법으로 튜닝했거나, 휠스핀을 과도하게 낼 수 있도록 튜닝됐다고 의심됐기 때문이다. 결국 조사 차량 중 5대가 불법 튜닝이 됐고, 해당 차량들은 운전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특히, 벌금과 벌점은 물론 견인에 대한 비용, 검사 비용, 그리고 차량을 원상 복귀시키는 비용 일체를 운전자에게 물게 했다.

▲ 불법튜닝이 의심돼 견인 당하고 있는 메르세데스 CL 63 AMG

베를린 경찰은 이런 차량들이 쿠담거리를 어지럽히는 것을 지속적으로, 그리고 본격적으로 단속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이들이 경찰의 결정에 환호를 보냈다. 일부에서는 취지는 좋지만 의심만으로 차를 견인하는 것은 방법적으로 옳지 않다며 반론을 펴기도 했지만 시민들의 지지 속에서 이런 단속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튜닝 규모가 큰 나라다. 하지만 그만큼 불법 튜닝된 차량들도 많기 때문에 지역별로 단속 경찰들의 고민이 많다. 이처럼 사람들의 끈적한 시선을(비난의 시선을 포함) 받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프로파일링운전'은 사실 용어만 다를 뿐 어느 나라에서나 만날 수 있는 모습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야 튜닝산업이 제대로 시작되는 단계이기 때문에 독일처럼 불법튜닝을 하거나, 그 차량으로 과격·위험 운전을 한다면 튜닝산업 발전에 큰 장애가 될 것이다. 튜너들 스스로 더 안전운전에 신경을 쓰고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노력해야 겠다.

물론, 난폭운전은 비단 불법 튜너들에게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자동차의 안전을 위협하고, 보행자에게 위협을 가하는 운전자는 누구도 비판받고 그에 합당한 조치를 당해야 한다. 당신의 차가 얼마짜리인가가 당신이 평가 받는 기준이 아니라, 그 차를 어떻게 운전하느냐가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 시선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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