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시승기] 르노삼성 SM6(1) - 다양한 종의 강력함
  • 김한용 기자
  • 좋아요 0
  • 승인 2016.02.13 21:36
[영상 시승기] 르노삼성 SM6(1) - 다양한 종의 강력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동영상을 촬영하다보니 좀 뒤쳐졌다. 행사 진행 업체는 '이 차만 너무 늦었다'면서 선도차를 앞장 세웠다. “저는 앞차 인스트럭터입니다. 너무 늦어서 죄송하지만 속도를 좀 내겠습니다.” SM7 3.5에서 몇번이나 빨리 달리겠다는 무전이 날아왔다.

무전을 끝내자 마자 엄청난 속도로 산길을 달려갔다. 공도에서 이렇게 달려도 되나 싶은 정도다. 그런데 그리 어렵지 않게 따라갈 수 있었다. 앞차 꽁무니에 10미터 이내로 붙어 달릴 수 있었다. 나중엔 너무 바짝 붙는데 압박을 느끼는지 오히려 인스트럭터가 좀 무리를 했다. 차선을 슬금슬금 넘더니 중앙선까지 살짝 넘으며 허둥지둥 달렸다.

 

반면 내가 모는 SM6는 차선을 전혀 밟지 않고 착 붙어 달렸다. 겨우 2.0리터 150마력인데 적어도 산길만 보면 SM7 3.5보다 월등히 빨랐다. 내가 운전을 너무 잘하나 싶은 기분도 들었다. 사실 운전실력이야 변변치 않지만 분명한건 서스펜션이 매우 든든하다는 점, 핸들의 조향감과 피드백이 분명하다는 점이었다. 그동안 국산차에서 좀체 느끼기 어려웠던 감각이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좋은 느낌이 나는지 궁금해 다음날 한 카레이스팀 캠프를 찾아가 차를 리프트에 올려놓고 의견을 들었다. 기존 국산 중형차와 같은 부분이 별로 없다고 했다. 정말 모든 것이 달랐다.

가변서스펜션과 토션빔 서스펜션은 이상하리만치 궁합이 잘 맞았다. 2.0리터 엔진의 경우 가상 엔진 소리를 높여 더 스포티한 주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반면 1.6리터 엔진은 좀 더 실제 음을 느끼도록 했기 때문에 큰 차이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지만 실제로 0-100km까지 가속시간을 보니 1.6리터 엔진의 경우 7.6초 정도로 어지간한 3.0리터 자동차 정도의 가속감이 나왔다. 양쪽 모두 장착된 DCT 변속기는 직결감을 높이고 연비를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DCT를 기본으로 제공한다는 것 자체가 국내선 그동안 하지 않던 일이다. 

더 나은 주행 감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이런 형태가 시장에서 인기를 끌면 다른 제조사들도 조향감이나 서스펜션을 개선하게 된다. 종의 다양성(Species diversity)이 존재해야 모두가 경쟁하게 되고 더 나은 제품이 나오게 될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을 이번 영상에 담았다. 다음 영상에선 각 기능들에 대해 업체의 연구원들이 설명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 다양한 종의 강력함...최선을 다하는 것의 교훈

적어도 보통 일은 아니다. 강력한 상대 현대기아차가 버티고 있는 중형차 시장, 점점 쪼그라들고 있는 시장에 막강한 다크호스가 등장한 것이다. 같은 날 시승행사를 벌인 기아 K7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묻혀 버렸을 정도다. 르노삼성 SM6의 등장은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자세히 보면 운전석에 앉은 김한용 기자가 보인다.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의 박동훈 부사장은 "요즘 중형차 세그먼트의 인기가 줄어든게 아니라, 사고 싶은 중형차가 없어진 것"이라고 잘라말한다. 또 "과거의 쏘나타가 줬던 고급차라는 이미지를 요즘 중형차들이 주지 못했던게 아니냐"고 반문한다. 중형차라는 세그먼트가 마땅히 줘야 할 고급감과 남에게 자랑할만한 화려함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그동안 중형차 시장은 국내 제조사에서 크게 고민하지 않는 시장이었다. 택시나 렌터카, 법인 차량의 비중이 자가용보다 더 높기 때문에 그리 화려하게 만들 이유도 없었다. 오히려 지나치게 고급스럽게 만들면 상급 모델인 그랜저, K7 등과 차별성이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현대기아차의 중형차는 유리 천장에 가로막혀 일정 수준 이상 고급화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반면 르노삼성은 SM6의 상급모델인 SM7의 저조한 판매량으로 인해 그리 고민할 것도 없었다. 앞뒤 볼 것 없이 최고의 인테리어를 만들었다. 인테리어만 놓고 보면 SM6가 SM7보다 오히려 나은 점도 있을 정도다.

여기 유럽 르노의 기술력으로 갈고닦은 주행감각을 그대로 도입했다. 동급에서 유일하게 가변식 댐퍼를 적용했고, 핸들은 벨트타입 R-EPS를 적용해 조향감이 훌륭하다. 말뿐인 '초고장력'이 아니라 기가파스칼급 초고장력 강판을 18%나 적용했다. 

 

과거 어설프게 닛산과 르노를 섞어가며 이도저도 아닌 플랫폼을 만들었던 것과 달리 닛산을 아예 버리고 100% 르노를 택했다. 닛산 기술은 오로지 엔진 뿐이다. 르노삼성 최고 전성기의 추억이던 SM5 이름도 내던졌다. 과거의 영광은 과거에 묶어두고 새 영광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새 이름, 새 플랫폼, 노선의 변경까지... 이 쯤 되면 도박이다.

판매 목표는 올해 5만대라고 하는데, 엄청난 숫자다. 기아차 K7은 물론 K5를 넘는 수치다.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해보겠다는 각오다. 사전 계약이 이미 4000대를 넘는 등 소비자들도 이 차에 대해선 대단한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르노삼성에 또 한번의 전성기가 찾아오고 있다. 

잘 달리고 잘 돌고 잘 서는 이른바 기본기부터 최선을 다해 만드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을 갖는지 이 차는 교훈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