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닛산 알티마, 두 얼굴의 패밀리 세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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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4 12:28
[시승기] 닛산 알티마, 두 얼굴의 패밀리 세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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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것’이란 기본에만 집중하다 보면 점차 개성을 잃게 된다. 북미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에게 막대한 수익을 올려주고 있는 패밀리 세단들은 그렇게 자신만의 색을 잃었다. 무난함과 실용성이 크게 강조되다 보니, 차별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디자인과 가격만으로 한정되기 시작했다.

 

닛산은 이에 염증을 느꼈고, 알티마에 새로운 캐릭터를 부여했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던 실용성과 편안함 위에, 인피니티의 강렬함과 예리함이 더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래그십 세단인 맥시마엔 스포츠 세단이란 각주가 붙었고, 알티마의 성격 역시 그 영향을 받게 됐다. 이젠 ‘GT-R을 만드는 회사가 내놓은 패밀리 세단’이라 불리기 손색이 없다.

# 가장 진보된 CVT 변속기

알티마는 패밀리 세단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진 않지만, 일본 브랜드의 경쟁차 중에서는 가장 역동적인 주행 감각을 갖고 있다. 엔진의 반응이나 날카로운 감각의 스티어링, 탄력적인 서스펜션은 알티마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엔진의 출력은 평범하지만, 전반적인 섀시 구성은 비범하다.

 

와인딩으로 유명한 중미산을 알티마처럼 사뿐하게 달릴 수 있는 패밀리 세단은 흔치 않다. CVT는 마치 듀얼클러치처럼 절도있게 단계를 조절한다. 속도에 따라 무작정 엔진회전수를 높이는 여느 CVT와는 확연히 다르다. 각각의 ‘풀리’가 매우 능동적으로 크기를 바꿔 마치 기어 변속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전달한다. 또 스포츠 모드에서는 코너를 진입하기 전 브레이크 페달을 강하게 밟으면, 스스로 엔진회전수까지 높이며 적극적인 드라이빙을 유도한다.

 

CVT에 대한 많은 선입견과 편견이 있지만, 알티마나 맥시마 등에 적용된 닛산의 최신 CVT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로 잡아주기 충분하다. CVT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브랜드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일단 그중에서 닛산을 따라 올 곳은 없다. 일반적인 주행에서는 CVT 특유의 부드러움까지 부각되니 표준적인 토크컨버터 변속기에 비해 딱히 부족할 것도 없다.

# 오래됐다고 다 낡은 것은 아니다 

닛산은 여전히 엔진 다운사이징에 대한 움직임은 없다. 확실히 미국은 유럽에 비해 배기량에 관대하다. 그래서 알티마, 캠리, 혼다 모두 기존의 엔진을 다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알티마 2.5에 탑재된 ‘QR25DE’ 엔진은 VQ 엔진과 함께 닛산을 대표하는 엔진이다. 

 

1999년부터 닛산의 소형 및 중형차에 장착됐으며 지금까지 꾸준하게 부품이나 구조가 개선됐다. 현재는 흡배기 가변밸브 타이밍, 피스톤 헤드 코팅, 저마찰 엔진 밸런서, 열가소성 수지로 제작된 흡기 매니폴드와 가변용량 엔진오일 펌프 등이 적용돼 무게는 줄고, 효율은 높아졌다.

엔진의 힘은 경쟁 모델과 비슷하게 보편적이지만 순간적인 반응은 사뭇 다르다. 엔진회전수의 상승이 캠리나 어코드에 비해 빠르고, 엔진회전수가 상승한 상태에서도 가속에 대한 반응도 더 민감하다. 엔진 소리도 역동적인 느낌을 줄 정도로 잘 다듬어졌다. 

 

오랜 숙성을 통해 견고해진 파워트레인도 강점이지만, 스티어링휠로 전달되는 피드백이 더 알티마를 돋보이게 한다. 오히려 스포츠 세단을 표방하는 맥시마보다 더 정교하고, 서스펜션은 무게 중심 이동도 효과적으로 대응한다. 맥시마에 적용된 독일 ZF의 ‘쇽 업소버’로 리어 서스펜션이 변경됐고, 스프링을 포함한 세부 부품도 새롭게 적용됐다.

 

여러 전자장비도 코너를 더 안정적으로 돌게 만든다. 특히 코너에서 안쪽 바퀴에 제동을 걸어 언더스티어를 줄여주는 ‘액티브 언더스티어 컨트롤’이 적용됐다. 또 유압식 랙 & 피니언과 전동 모터가 유압 펌프를 구동시키는 ‘전자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이 장착됐다. 전자 유압식 파워스티어링은 매우 예리한 조향감을 제공한다. 그래서 알티마의 스티어링 감각은 패밀리세단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다. 캠리는 너무 지루하고, 어코드는 알티마에 미치지 못한다.

# 알티마의 성격을 대변하는 새얼굴

새로운 디자인도 이런 알티마의 특징이 잘 담겼다. 맥시마의 공격적인 디자인이 반영됐다. 최근 일본 브랜드는 각자 디자인의 개성이 뚜렷해지고 있다. 도요타는 다소 괴팍해졌고, 혼다는 미래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 닛산은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잘 달리기 위해 공기역학적인 디자인이 적용됐고, 0.26Cd의 동급 최고 수준의 공기저항 계수를 달성했다. 

 

 

실내의 변화는 크지 않다. 외관 디자인에 비해 특별함도 크지 않다. 하지만 구성이 직관적이라 사용하기 쉽다. 누가 타더라도 익숙하게 조작할 수 있다. NASA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저중력 시트’를 통해 여전히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하고 있으며, 뛰어난 정숙성은 보스 사운드 시스템의 섬세함을 더 명확하게 전달한다.

 

 

앞차와의 거리에 따라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는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은 장거리 주행에서 스트레스를 덜어주며, 전방 충돌 예측 경고 시스템, 전방 비상 브레이크 시스템, 사각 지대 경고 시스템, 후측방 경고 시스템 등은 더 안전한 주행 환경을 만들어준다. 또 알티마 전 트림에는 어드밴스드 듀얼 스테이지 에어백이 장착됐다.

# 국산차와 수입차의 가격 경쟁력

현재 우리나라 중형차 시장은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다. 누구도 넘지 못할 것 같던 쏘나타를 SM6가 단번에 무너뜨렸다. K5는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안팎을 화끈하게 바꾼 말리부까지 가세했다. 그리고 공격적인 가격을 앞세운 알티마도 이 싸움에 발을 걸쳤다. 

알티마 페이스리프트에 새롭게 추가된 엔트리 트림은 2990만원으로, 수입 중형차 중에서 가장 저렴한 것은 물론이며 국산 중형차의 상위 트림보다도 가격이 낮다. 내비게이션과 레이다를 기반으로 하는 몇몇 안전장비가 빠졌을뿐, 알티마가 추구하는 근본적인 장점은 변함이 없다.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진 셈이다.

 

알티마를 필두로 수입 중형차의 시작 가격이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호사를 누리던 국산차는 이제야 제품력을 높이는 상황이다. 부족한 곳을 메우면서 가격은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소비자들은 더 냉정하게 제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결국은 좋은 차가 더 좋은 대접을 받게되는 상황이 된다. 닛산코리아가 알티마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책정한 것도 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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