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모터쇼가 천덕꾸러기 신세다. 마지 못해 참가하는 브랜드가 많다보니 업체 담당자들은 노골적으로 볼멘 소리를 낸다. 불참업체도 적지 않지만 참가업체들 또한 모터쇼 효과는 무시하고 단독 출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10일 아우디코리아는 8년 만에 풀체인지된 신형 A4를 전격 출시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도 이달 24일 인천에서 신형 E클래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2년전만 해도 아우디코리아는 신형 A8을 부산모터쇼에서 런칭했고,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신형 C클래스와 GLA클래스 등 주력 모델을 부산서 공개한 것과 사뭇 대비된다. 부산모터쇼의 하락한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올해 불참하는 브랜드도 쌍용차를 비롯해 FCA(지프·크라이슬러·피아트)와 볼보, 롤스로이스, 포르쉐, 푸조·시트로엥, 페라리, 혼다 등 10여개에 달한다. 당초 부산모터쇼 론칭을 예고했던 스코다는 행사 참가를 취소했다.
예년에 비해 전체적으로 참여 브랜드와 전시 차종은 조금 늘었지만, 눈에 띄는 신차는 오히려 줄어 '양만 늘고 질은 하락한' 모터쇼가 불가피하다.
# 참가 업체들, "부산모터쇼, 부담 크고 효과 낮다" 볼멘 소리
업계 관계자들은 부산모터쇼의 가장 큰 문제를 지자체의 치적 쌓기에서 찾는다. 그 동안 정부의 지방 컨벤션센터 활성화 정책과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압박에 떠밀려 억지로 참가해 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세일즈·마케팅 및 홍보 등 담당자들은 "부산모터쇼는 부담도 크고, 비용 대비 효과도 떨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한 업체당 많게는 30억원 정도의 돈을 쓰고 참가하지만, 거둬들이는 홍보나 판매 증대 효과가 미미하다고 설명한다.
모터쇼보다는 차라리 수도권이나 부산 일대에서 단독 행사를 진행할 때 브랜드나 신차를 더 오랜 기간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쌍용차 이유일 전 사장은 "부산모터쇼 참가 비용으로 효과가 즉각적인 온라인이나 참여 행사 등 다른 마케팅을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모터쇼는 무엇보다 지극히 상업적인 성격을 지녔다. 다양한 제품과 앞선 기술을 전시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각 브랜드마다 경쟁적으로 더 많은 제품을 팔기 위한 소리없는 전쟁터다. 그러나 그같은 역할을 해내지 못한다는게 부산모터쇼의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미운 오리' 부산모터쇼, 어떻게 살아남을까
결국 지금의 부산모터쇼는 자동차 회사나 관람객보다는 주최 및 주관 단체의 과시 내지는 수익 수단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부산모터쇼가 앞으로 지속되기 위해서는 규모가 작더라도 특별하고 차별화된 행사로 거듭나야만 한다.
먼저 지리적인 이점을 살려 부산·울산·경남지역의 부품사를 중심으로 수출 및 기술산업전을 함께 운영할 수 있다. 기존 완성차 전시부스에서 알음알음 진행되는 현장 판매를 양성화해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또 공짜표 남발이나 여성 모델들을 동원해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자동차에 관심이 높은 유료입장객 비중을 늘려 여유로운 관람과 전시 만족도, 그리고 행사 내실 등을 다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부산모터쇼는 매번 서울모터쇼를 경쟁자로 언급했다. 그러나 정작 최근 부산모터쇼와 비교되는 행사는 한 달 앞서 열린 베이징모터쇼다. 주최 측은 위기의식을 갖고, 시장 규모에 따른 열세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현재까지 부산모터쇼는 '미운 오리'로 비춰진다. 앞으로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이왕이면 아름다운 백조로 날아오르는 것보다 실속 있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탈바꿈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