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기] '최고급의 끝판왕' 롤스로이스 매장을 가다…'언젠간 꼭'
  • 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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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12.12 11:37
[탐방기] '최고급의 끝판왕' 롤스로이스 매장을 가다…'언젠간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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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바흐, 벤틀리와 함께 세계 3대 명차로 불리는 롤스로이스. 웬만한 아파트 한 채 값보다 비싼 이 차는 구입은 커녕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들 정도로 귀한 몸이다. 그러나 언젠가 남부럽지 않게 성공했을 때, 꼭 한번 사보고 싶다는 로망을 품게 만드는 최고급 세단의 끝판왕이기도 하다.

모터그래프에서 롤스로이스 청담 전시장을 방문해 매장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과정을 통해 차를 구입하는지 경험해 봤다.

▲ 롤스로이스 청담 전시장

◆ 롤스로이스를 직접 마주하는 느낌이란?

청담동을 지나다 롤스로이스 매장을 본다면 조금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명실공히 국내에서 가장 비싼 차를 파는 곳인데, 겉모습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소박했다. 간판이 눈에 확 띄는 것도 아니고, 매장 주변에 빼곡히 주차된 차들 때문에 전시된 모델이 보이지도 않아 우중충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매장에 들어서자 이런 생각은 달라졌다. 단지 3대의 차가 전시돼 있을 뿐인데,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내며 전체적인 전시장 분위기를 고급스럽게 만들었다. 슈퍼카 매장을 방문했을 때는 화려함에 주눅이 들었다면, 롤스로이스 매장에서는 웬지 모를 존경심이 솟아났다.

▲ 롤스로이스 청담 전시장에서 레이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롤스로이스 매장이 처음이라고 말하자 전시된 차들과 롤스로이스 모델의 특징에 대해 간단한 설명을 해줬다. 당시 매장에는 레이스와 고스트, 고스트 EWB(익스텐디드 휠 베이스) 등 세 대가 있었는데, 최고급 모델인 팬텀은 얼마 전에 판매돼 없어 아쉬웠다. 일반적으로 레이스와 고스트는 오너드리븐(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모델, 고스트 EWB와 팬텀·팬텀 EWB는 쇼퍼드리븐(운전기사를 두고 뒷좌석에 타는 것) 모델로 구분된다.

◆ 롤스로이스의 외관 특징…비교 불가능한 고급스러움

롤스로이스를 처음 보면 차량 전면부에 위치한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Spirit of Ecstasy)' 엠블럼이 눈에 띈다. 영국의 조각가인 사이크스가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여신상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것으로, 도난방지를 위해 보닛 안으로 집어넣을 수도 있다고 한다. 라디에이터 그릴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모습을 형상화해 만들어졌고, 차에 적용된 전체적인 라인들도 롤스로이스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유지하며 일관된 콘셉트를 유지하고 있다.

▲ 롤스로이스 레이스의 전면부.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와 파르테논 신전을 형상화한 그릴이 인상적이다

롤스로이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코치도어(문이 가운데서 양쪽으로 열리는 방식)가 적용됐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고급 마차의 방식을 채용한 것으로, 사람이 타고 내릴 때 우아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직접 문을 열어고 타보니 새삼 기존 럭셔리 세단에서는 느낄 수 없던 특별함이 전해졌다.

▲ 롤스로이스 고스트는 뒷좌석 탑승객의 상체가 밖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어졌다

롤스로이스 청담 전시장 최재준 과장은 "코치도어는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안전성을 높이는데 효과적"이라며 "롤스로이스는 주로 쇼퍼드리븐 차량이다 보니 뒷자리 탑승객이 쉽게 보이지 않게 디자인됐으며, C필러를 두껍게 해 사고가 나더라도 부상의 위험을 줄이도록 했다"고 밝혔다.

▲ 문은 버튼을 이용해 자동으로 닫힌다

문이 양쪽에서 가운데로 닫히는 방식이다 보니 자주 사용하다 보면 문짝이 닿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는데, 롤스로이스에 따르면 10만 회에 걸친 테스트에서도 생산 당시의 간격인 7mm를 유지했다고 한다. 문에는 긴 우산이 꽂혀 있는데, 혹시 모를 비에 대비하면서도 우산에 있는 빗물이 실내에 들어오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 전통을 살리는 클래식한 실내 디자인…전자식보다는 기계식 

롤스로이스의 실내는 굉장히 클래식하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 때도 기본적으로 롤스로이스의 전통적인 디자인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콘셉트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최근 추세와 달리 스티어링휠의 두께가 얇고 크기가 큰 편인데, 핸들을 잡는 위치도 일반적인 10시10분 방향이 아니라 8시20분이 이상적이다. 또, 창문 조작 버튼은 바이올린을, 공조기 조작 버튼은 플룻의 키를 형상화해 연주하는 느낌이 들도록 만들었다. 실내 전체적으로 전자식보다 기계식이 더 많이 사용됐다는 느낌이다.

▲ 롤스로이스의 스티어링휠은 8시20분 방향을 잡는게 이상적이다

롤스로이스에는 rpm 계기 대신 파워 리저브(power reserve) 계기가 있다. 차가 현재 몇%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것인데, 주행을 시작하면 100에서 0까지 움직인다. 0에 가까울수록 최대 능력치를 낸다는 것인데, 최 과장은 아직 한 번도 0까지 떨어트려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동력 성능이 우수하다고 설명했다. 롤스로이스의 경우 일반 브랜드와 달리 레이스(624마력), 고스트(563마력), 팬텀(453마력) 등 배기량은 비슷하지만 차의 크기가 커질수록 동력 성능이 줄어든다.

▲ 롤스로이스의 실내는 무척 클래식하게 디자인됐다

또, 최근 출시되는 고급 세단과 달리 이지억세스 기능(타고 내릴 때 시트 포지션을 편하게 움직여 주는 것)이 없다. 전자식보다는 기계식을 채택해 잔고장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최고급 차를 타는 소비자들에게 더욱 적합한 설정이라는 것이다.

◆ 가상 주문 시스템을 통한 사양 설명 

차량 설명이 끝나면 매장 한편에 위치한 컨피규레이터룸(가상주문을 하는 곳)에서 차량에 적용될 사양을 선택한다. 선택 사양들이 대부분 실내외 색상과 비니어(나무 소재), 바닥 카펫 등 기본적인 것이라 슈퍼카 매장에 비해 화려하진 않다. 고객의 개인적인 취향은 존중하지만, 최고의 차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에 선택 사양을 디자인 요소로 최소화한 듯하다.

▲ 추가 옵션은 대부분 디자인에 관한 것이었다

먼저 차량을 고르면 기본 가격과 이에 포함된 사양표가 나온다. 레이스의 경우 어라운드뷰, 크롬 범퍼, 20인치 7스포크휠, 실내 인테리어 색상(1가지). 기본 비니어 2종(월넛, 장미 나무) 등이 기본으로 적용된다. 추가 옵션 역시 실내외 디자인과 관련된 것들이다. 차량 색상을 두 가지 색으로 조합하는 것, 장인이 직접 그린 코치라인을 적용하는 것, '스피릿 오브 엑스터시' 엠블럼을 금색(도금)으로 바꾸는 것 등이다. 고스트의 경우 레이스보다 사양이 우수한데, 한국인이 선호하는 12가지 옵션이 기본으로 적용됐기 때문이다. 

▲ 컨피규레이터룸에서 가상 주문을 하고 있다

인디비쥬얼 오더도 가능한데, 특정 색상을 원할 경우 사진을 찍어 디자인팀에 보내면 원하는 색상과 거의 비슷하게 맞춰준다고 설명했다. 외장을 도금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단 고객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롤스로이스가 규정하고 있는 범위에서 포함되지 않는 것은 제품·디자인팀과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집에 있는 사과나무를 베어다 비니어로 사용해달라 등의 요구는 즉각 수용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 과장에 따르면 한 대의 롤스로이스에 적용할 수 있는 색상과 옵션의 조합의 수는 4만여 가지에 달한다.

◆ 직접 보고, 듣고, 만지고…나만의 롤스로이스 꾸미기

기본적인 사양 설명이 끝나면 벽에 전시된 내외장 소재의 샘플을 직접 살펴보며 나만의 롤스로이스를 꾸민다.

▲ 롤스로이스 실내에 사용하는 가죽

먼저 실내에 사용될 가죽의 색상을 고르는데, 얼핏 보기에도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팬텀과 고스트의 가죽은 가공 방법이 다른데, 팬텀 시트에는 고스트·레이스와 달리 통풍이나 마사지 기능이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직접 만져보니 팬텀의 가죽이 약간 더 부드러운 느낌이 들었다. 최근에는 고스트에도 팬텀과 동일한 가죽을 사용할 수 있다. 실내 가죽 색상을 고른 다음에는 외장 색상을 선택한다. 국내에서 롤스로이스는 블랙, 그레이, 실버, 화이트 순으로 인기가 높다.

▲ 가죽과 외장, 비니어가 조합됐다

이어 실내에 어울리는 비니어를 고른다. 비니어는 나무의 종이 달라 무늬와 색상이 천차만별이다. 롤스로이스에는 비니어 비중이 높아, 비니어 선택에 따라 실내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진다. 팬텀의 비니어는 좌우 대칭을 철저히 맞추고, 고스트는 한 개의 큰 판을 나눠 장착한다. 주로 옹이가 많이 살아있는 비니어의 인기가 높다.

▲ 바닥에 깔리는 매트는 양털로 만들어 매우 부드럽다

바닥에 깔리는 카펫과 매트도 선택한다. 카펫의 재질도 황송할 정도로 우수한데, 그 위에 양털로 만든 최고급 매트가 올라간다. 신발을 벗고 타야 할 것 같이 고급스럽다. 마지막으로 도어 트림에 사용되는 나무 소재를 고르면 조합이 완료된다. 롤스로이스 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 준비를 하는 데만 20~30일의 시간이 소요된다.

▲ 원하던 사양이 모두 적용된 모습

선택한 사양들은 가상 프로그램을 통해 조합된다. 차량 구입을 위한 계약금은 팬텀이 2억원, 고스트와 레이스는 1억원이다. 주문하면 6개월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레이스의 경우 출시된 지 얼마 안 된 모델이어서 대기 기간이 좀 더 길다.

◆ 롤스로이스의 힘 '비스포크'…내 차는 내가 디자인한다

롤스로이스는 다른 최고급 브랜드와 마찬가지로 비스포크(주문제작) 시스템을 기본으로 한다. 최고급 차를 타는 사람들은 당연히 남들과 다른 차를 원할 것이고, 내가 탈 차를 직접 디자인하며 차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고 싶어 할 것이다. 롤스로이스에 따르면 작년 팬텀 판매량의 95%, 고스트 판매량의 80% 이상이 비스포크 디자인을 통해 판매됐다.

▲ 상담 후 간략한 개인 정보를 알려주면 롤스로이스 행사나 시승 시 연락을 준다

이에 롤스로이스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기 어려울 경우, 원하는 롤스로이스 모델과 함께 미니어처로 구성된 포터블킷과 컴퓨터를 가지고 고객이 있는 곳으로 찾아간다. 고객이 직접 차량의 디자인을 고를 수 있게 적극 나선 것이다. 또, 롤스로이스와 관련된 행사나 시승이 있을 시에는 즉시 연락하는 등 고객과의 접점을 꾸준히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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