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텀시승기] BMW M4 (11) 캐딜락 ATS-V와 서킷을 달리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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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7.29 21:29
[롱텀시승기] BMW M4 (11) 캐딜락 ATS-V와 서킷을 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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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ATS-V를 처음 만났다. 캘리포니아의 해안도로에서 ATS-V는 온몸으로 강력함을 드러냈다. 캐딜락의 고성능 V시리즈 최초로 장착된 트윈터보 엔진은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3.6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은 마치 자연흡기 엔진처럼 일관적이었고, 즉각적이었다. 그 힘을 온전히 느끼기에 도로는 너무 좁았고, 무엇보다 어느 순간 갑자기 나타날지 모르는 LAPD가 더 무섭게 느껴졌다.

 

그때부터 ATS-V를 서킷에서 타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속도제한, 신호등, 도로교통법이 지배하는 도로에서는 ATS-V의 진면목을 느끼기 힘들다고 생각됐다. 이 바람은 5개월만에 현실이 됐다. 인제 스피디움에서 ATS-V의 진면목을 느꼈다. 

캐딜락 ATS-V는 인제 스피디움의 복잡한 코너를 제집 드나들듯 누볐다. 역시 ATS-V가 가장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곳은 서킷이었다. 도로에서 달릴 때 느꼈던 몇가지 불만도 서킷에서는 문제되지 않았다. ATS-V는 몹시 위협적이었다. M4도 자신의 놀이터를 내주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렸다.

# 타이어의 중요성

아쉽게도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하지 못했다. 평소 애용하던 인제 스피디움의 드넓은 주차장에서는 ‘인제군수배 모터페스티벌’ 준비가 한창이었다. 안전을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킷 주행만 진행하게 됐다. 또 서킷 대여가 어려웠던 관계로 스포츠 주행을 이용했다. 다행히 평일이라 서킷은 여유로웠다. 마치 전세낸 기분이었다. 몹시 높은 노면 온도가 걱정스러웠지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서킷 주행에서 타이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M4의 타이어는 ATS-V와의 서킷 대결에서 완벽하게 수명을 다했다. 최고속도를 냈다가 급격하게 휘어지는 내리막에서 M4는 요동쳤다. 급격하게 속도를 줄일 때 타이어는 노면을 제대로 움켜쥐지 못했다. 

 

 

시케인 구간을 통과할때도 매끈하게 통과하지 못했다. 언더스티어와 오버스티어의 발생이 일관적이지 않았다. 정말 그때그때 달랐다. 레코드 라인을 지키는게 무척 어려웠다. 그야말로 본능적으로 달려야 했다.

ATS-V는 M4에 비해 타이어가 상태가 좋았다. M4와 ATS-V에는 동일한 미쉐린 ‘파일럿 슈퍼 스포츠’가 장착됐다. 차이점이라면 M4엔 19인치, ATS-V엔 18인치가 끼워졌다. 고성능 타이어가 대부분 그렇지만 파일럿 슈퍼 스포츠도 유명한 ‘지우개’다. 

 

M4를 지난해 7월에 구입했고, 12월부터 올해 3월까진 윈터타이어를 꼈다. 대략 8개월만에 교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봤다. 서킷 주행과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했기 때문에 타이어를 아낄 수 없었다. 회사에서 장기 시승을 목적으로 구입했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지만 한짝에 40만원이 넘는 타이어를 이렇게 자주 갈아야 하는 것은 딱히 즐거운 일은 아니다. 어쨌든 M4의 타이어는 동일한 제품으로 빠른 시일 내에 갈아끼울 계획이다.

# 발군의 실력을 갖춘 ATS-V

ATS-V는 비교적 컨디션이 좋았다. 위험요소가 없으니 마음껏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리 긴장도 되지 않았다. 고성능 모델임에도 높은 테크닉을 요하지도 않았다. 

 

빠른 속도로 코너를 진입해도 좀처럼 안전장비가 개입하지 않았다. 더 속도를 올려도 괜찮다고 ATS-V가 암시를 주는 것 같았다. 쉽게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았다. 무게 중심이 잘 잡혀있었다. 서스펜션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언제든 네바퀴가 노면에 붙어있게 만들었다. 

M4와 동일한 ZF의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은 오히려 M4의 스티어링휠 ‘스포츠 플러스’보다 이질감이 크지 않았다. 마치 더 BMW 같았다. 반응은 명확했고, 움직임은 예리했다. 무엇보다 스티어링휠 자체의 그립감도 우수했고, 크기도 매우 적당했다.

▲ 캐딜락 ATS-V 실내

 

도로에서 만족스럽지 않았던 8단 변속기도 서킷에서는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다. 여전히 M4의 듀얼클러치 변속기와 비교하면 반응은 느렸지만, 서킷에서는 그 차이가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ATS-V의 변속기는 엔진의 힘을 바퀴에 충분히 잘 전달하고 있었다. 

캐딜락은 알고보면 서킷에 대한 이해도가 꽤 높은 브랜드다. 2008년 독일 뉘르부르크링에서 세단 최초로 8분대의 벽을 돌파한 것도 캐딜락이었다. 당시 GM은 뉘르부르크링 신기록 수립을 위해 필사적이었다. 쉐보레 콜벳과 캐딜락 V시리즈로 연이어 뉘르부르크링을 도전하며, 차의 완성도를 높였다. ATS 또한 뉘르부르크링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발 초기부터 서킷에서 많은 데이터를 수집했고, 직설적으로 BMW 3시리즈와 승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ATS-V는 잘 달리기 위해 필요한 여러 조건을 갖고 있다. 비록 뒷좌석은 몹시 협소하지만 이런 희생 때문에 뛰어난 밸런스를 갖게 됐고, 카본파이버를 활용한 외관 패키지로 조금이나마 무게를 덜었다. 470마력의 최고출력과 61.4kg.m의 최대토크는 ATS-V를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8초만에 도달하게 만든다. 또 공기역학적인 설계를 통해 시속 300km 이상으로 달릴 수도 있다. 고속으로 달리다가도 브렘보가 제작한 브레이크 시스템 덕분에 순식간에 멈출 수도 있다.

# 혹독한 다이어트

달리기에 필요한 여러 조건을 갖고 있는 ATS-V지만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 이건 누가 뭐래도 M4가 가장 자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메르세데스-AMG C63, 아우디 RS5 등도 결코 넘지 못하는 벽이다. M4의 무게는 1540kg에 불과하다. ATS-V에 비해 약 200kg 가볍다. C63나 RS5 비해서는 약 300kg 무게가 덜 나간다. 

E92 M3가 F82 M4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복합소재로 제작된 차체를 갖게 됐다. 차체 곳곳에서 무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찾아볼 수 있다.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보닛, 프론트 사이드 패널, 프론트 액슬 캐리어 등을 통해 15.6kg이 줄였고, 카본 파이버로 제작된 루프, 트렁크, 드라이브 샤프트 등을 통해 16.7kg을 줄였다. 이밖에 휠, 서스펜션, 배터리, 스티어링 시스템, 드라이브 트레인, 시트 등에서 약 40kg 이상 무게를 줄였다.

 

차체의 무게 차이는 서킷에서 확연히 다른 감각으로 다가왔다. M4는 매우 경쾌했다. 경쾌함은 곧 반응성을 뜻한다. 비록 그립을 잃은 타이어 때문에 똑바로 달릴 때도 전자장비가 개입했지만, 오른발의 움직임과 함께 엔진이 뛰었고, 속도도 높아졌다. M4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경쟁 모델에 비해 빠르지 않지만, 서킷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는 이유도 가벼운 무게에서 나오는 순발력 때문이다.

가속과 제동이 반복되는 서킷에서 M4의 가벼움은 더욱 빛났다. 전력질주하다 속도를 줄이는 시간도 빨랐고 코너를 탈출하며 속도를 높이는 과정도 원활했다. 

▲ ATS-V에 장착된 3.6리터 V6 트윈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최고출력은 470마력, 최대토크는 61.4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ATS-V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엔진의 힘은 강력하지만 차체는 아주 묵직했다. 작은 차체에서 느낄 수 있는 순발력은 덜했다. 고속으로 접어들면 상당히 여유로웠지만 연속된 코너를 빠져나갈땐 그 무게가 선명하게 느껴졌다. 직선주로, 고속구간이 많은 서킷에서는 ATS-V가 큰 힘을 발휘할 것 같은데, 짐카나 혹은 슬라럼에서는 M4를 따라오긴 힘들것 같았다. 

# 위협적인 경쟁자가 늘고 있다

ATS-V는 서킷에서 기대 이상의 성능을 발휘했다. M4의 상태가 최상이었어도 승부는 쉽게 나지 않았을 것 같다. 캐딜락이 정말 작정하고 만들었단 생각이 들었다. 다만 소소한 아쉬운 점은 있었다. 고성능 모델에 대한 이해도나 세부적인 꾸밈은 다소 부족했다.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

 

연이은 고성능 모델과 비교 테스트를 진행하며 느낀 점이지만, 이제 M4 혹은 M3의 대안이 많아졌다. 여전히 M의 상징성은 크지만, 저마다의 무기를 갖춘 추격자들이 만만치 않다. 왕좌를 지키기 위해선 더 큰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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