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위치한 모헤닉 드림팩토리를 방문했다. 이곳은 연면적 1만4214㎡ 부지에 공사비 120억원을 들여 2018년 8월 완공된 모헤닉의 미래였다.

모헤닉은 드림팩토리를 본격적으로 가동하면 연간 200~400대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다. 드림팩토리에 R&D센터를 마련하고 신기술 및 신차 연구개발에도 속도가 낼 것이라 밝혔다. 하지만, 그 야심찬 선언과 달리 직접 살펴본 공장의 풍경은 의구심만 불러일으켰다.

법원 등기부 등본을 떼어본 결과, 가압류 및 경매만 24건이나 잡혀있다. 권리자 명단에는 건축사무소를 비롯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목포 세무서 등이 포함됐다. 공사비 미납은 물론, 직원들 건강보험료와 관련 세금 체납까지 의심됐다.

# 버려진 차체와 끊겨진 전기

입구에 있는 주차차단기는 작동하지 않았다. 전선이 뽑힌 채 녹이 슬어있다. 건너편 변압기도 뽀얗게 먼지가 앉아있다.

새것 같은 아스팔트 포장과 달리 곳곳에 잡초가 무성하다. 공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탓일까. 건물 상층부로 올라가는 계단 콘크리트도 이곳저곳이 깨져있다. 공장 입구부터 끝까지 약 120m를 걸었지만, 제지하는 사람도 CCTV도 보이지 않는다.

길 한 편에는 프레임과 차체만 남은 차량이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모헤닉이 생산을 계획했던 ‘모헤닉 D’다. 곳곳에 도장이 벗겨졌고, 녹이 슬어있는 것으로 보아 방치된지 제법 오래된 모습이다.

이어 살펴본 공장 내부는 리프트 몇 대만 있을 뿐, 사실상 ‘자동차를 만드는 공장’이라 말하기 어려운 구조다. 다른 한켠에는 보도자료에서만 봤던 경상용차 플랫폼과 전기차 플랫폼, 모헤닉 Ms 프로토타입 등이 서 있다.

# 폐허에 가까운 공장, 근저당만 11건

“뒤에 있는 공장이요? 거기 전기 안 들어온지 좀 됐는데, 인적도 끊겼죠.”

모헤닉 드림팩토리 입구에 위치한 석재공장 인부들은 공장 근황에 대해 이와 같이 입을 열었다. 공장이 완공된지 1년여 만에 폐허에 가까운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이와 별개로 드림팩토리 등기부 등본에 대한 부동산 전문가들의 자문을 구해봤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드림팩토리에 잡혀있는 근저당권을 문제로 삼았다. 등본에 따르면, 드림팩토리 건물과 토지에 잡힌 근저당은 총 11건이다.

한 부동산 투자 전문가는 “토지와 건물을 담보로 여러 건 대출을 실행한 정황을 살펴볼 때, 부동산을 처분해도 그 가치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 한숨만 쉰 지자체

공장을 유치한 영암군과 접촉했다. 영암군 측은 모헤닉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공식 입장을 직접 듣고 싶다며 두 차례에 걸쳐 요청했지만, 담당 공무원의 부재와 이런저런 이유를 들며 만남을 피했다.

이어 전남 무안에 위치한 전라남도 도청을 찾았다. 영암 일대에 조성된 튜닝 밸리와 모헤닉에 대한 도청 측 의견을 청취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곳 공무원들 역시 모헤닉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내놓지 않았다.

전남도 측에 따르면, 튜닝밸리 입주 기업 유치 업무는 영암군에서 관리했다. 전남도는 전남개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 대관 업무와 자동차부품연구원과의 연구개발 협업만 중재했다는 입장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최근 경영 상황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공장이 경매에 부쳐지고 자재가 옮겨지고 있다는 설명에 대해 “안타깝다”고 답했다.

모헤닉은 경매를 앞둔 영암 드림팩토리의 모든 자재를 파주 공장으로 이전한 상태다. 영암 공장은 4월 27일 1차 경매에서 유찰됐고, 오는 6월 2차 경매에 돌입한다. 모헤닉 김태성 대표는 앞으로 4차 경매까지 유찰될 경우 공장을 낙찰받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가능성은 미지수다.

이와 별개로 회사는 ‘제 2의 모헤닉’을 선언하고, 파주 공장에서 기존 차량을 전기차로 개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작업 과정도 송출했다. 최근에는 보도자료를 통해 전기 카트 및 초소형 전기차 출시 계획도 내놓았다. 다만, 이 파주 공장도 작년 12월 임의 경매가 결정된 상태다.

모헤닉과 투자자 간 갈등도 현재진행형이다. 포털에 개설된 모헤닉 피해자 모임 가입자만 700명에 달하고, 이들이 집계한 피해액은 35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비상장 장외주식시장 K-OTC에서는 매매거래가 정지됐고, 정리 매매도 예고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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