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이 닛산·인피니티 브랜드의 영업 활동을 종료한다. 일본 본사의 수익성 악화와 그에 따른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한국 시장 철수가 확정됐기 때문이다. 일본차 불매 여론과 코로나19 팬데믹이 일으킨 ‘퍼펙트 스톰’도 한 몫을 했다.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일본차를 살펴봤다.

# 미쓰비시, 두 번의 진출에도 “망했어요”

미쓰비시는 지난 2008년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와 미쓰비시모터스세일즈코리아(MMSK)를 설립하고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랜서, 이클립스, 아웃랜더, 파제로 등 론칭 당시 제품 라인업은 제법 풍부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엔화 가치가 급등했다. 그로 인해 대중 브랜드를 지향하는 미쓰비시의 가격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당시 포르쉐 박스터 기본 가격이 7057만원이었던 것에 반해 랜서 에볼루션 가격은 6200만원이었다. 아웃랜더 가격은 4400만원으로 당시 현대차 베라크루즈 가격(3200만원~4300만원대)을 넘겼다.

결국 미쓰비시는 첫 해부터 부진했다. 출시 첫 달(2008년 10월) 53대가 판매된 것을 시작으로, 11월 7대, 12월 5대만 판매됐다. 2011년에는 연간 총 판매량도 34대에 불과했다. 대주주인 대우자판이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수익 전반도 악화됐다. 2011년 MMSK는 문을 닫는다.

이듬해인 2012년, 한진그룹 계열 CXC가 미쓰비시 수입 판매를 다시 시작하며 1년 만에 재진출한다. 앞서 대부분의 라인업을 도입했던 MMSK 시절과 달리, CXC는 픽업트럭과 소형 SUV RVR 등 2개 차종만 선보였다.

그러나 국내 판매 실적은 개선되지 못했다. CXC가 1년간 판매한 차량은 10대가 채 되지 않았고, 그 물량 대부분도 내부 판매를 통해 소화했다. 결국 CXC는 2013년 미쓰비시 관련 사업을 모두 정리한다.

# 스바루, 본사·수입사 손발이 안맞더라

스바루는 미쓰비시보다 2년 늦은 2010년에 국내 시장에 진출했다. 지산 리조트 등을 소유한 고려상사가 수입원을 맡았고, 한국 시장에서는 2012년까지 영업했다. 당시 선보인 모델은 레거시, 아웃백, 포레스터 등 3종이다.

스바루코리아는 업계 최초로 만화를 이용한 지면 광고를 내세웠으며, 앞서 병행 수입된 차량에도 무상 점검을 제공하는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 대표이사가 개인 SNS를 통해 일반 고객들과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노력이 판매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2010년 384대, 2011년 664대를 팔며 성장 가능성이 보였지만, 2012년 558대에 그쳤다.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 등을 내세웠지만, 판매에 의미있는 성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스바루의 모체인 후지중공업이 일제 전범 기업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는 점도 판매 악영향을 미쳤다.

결국 스바루코리아는 2012년 12월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추가 물량 수입을 놓고 본사와 가격협상을 벌이다가 협상이 결렬됐고, 이후 추가 논의가 진척되지 않은 것이 주된 원인이었다. 동남아시아 지역 생산 시설이 태풍 피해를 입으며 부품 수급도 원활하지 못했고, 동일본 대지진까지 겹치며 본사의 경영 환경은 급속도로 악화됐었다. 

# 닛산, “한 때 우린 참 좋았는데…”

한국닛산 측은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국내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성장 구조를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닛산은 지난 28일 2019 회계년도(2019년 4월~ 2020년 3월) 실적 발표회에서 대대적인 글로벌 구조조정 계획을 공개했다. 전 세계 사업장에서 약 2만명을 감원하고, 스페인과 인도네시아 등 주요 해외 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비축된 역량은 미국과 중국, 일본 시장에 집중된다.

닛산·인피니티는 한때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수입차 대중화를 이끌었으며,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자극제 역할을 했었다. 알티마와 큐브가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국산차와 경쟁을 펼쳤고, 인피니티 브랜드는 한때 국내 수입차 점유율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인피니티 브랜드 내에게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시장이라는 지위를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한국닛산은 이제 빛났던 과거를 뒤로하고, 국내에서 철수한 세 번째 일본차 업체로 전락했다. 다만, 영업 활동은 올해 말까지 운영되며, 품질 보증 및 부품 관리 등 A/S는 오는 2028년까지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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