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M은 바이크 입문 전까지는 익숙지 않던 브랜드다. 바이크에 관심이 적던 시절에도 BMW모토라드나 할리데이비슨, 두카티 등은 접할 기회가 많았지만, 오스트리아 출신 오렌지 군단은 유독 낯설었다.

사실 1934년 설립된 KTM은 두카티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브랜드명은 창업자와 전문경영인, 그리고 첫 공장이 세워진 도시 이름의 앞글자에서 따왔다. 엔듀로 바이크를 통해 다양한 부문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특히 오프로드 부문에서 높은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번에 처음 만난 KTM은 390듀크다. 오프로드 제왕이 만든 온로드 쿼터급 네이키드 모델이다. 강렬한 오렌지 색상은 첫 만남부터 만만치 않은 성격임을 말한다.

전반적으로 큰 형님인 ‘슈퍼 듀크’와 유사한 실루엣을 갖췄다. 곤충의 눈을 닮은 듯한 헤드램프를 포함해 모든 램프가 LED로 마감됐다. 좌우로 나뉜 DRL은 마치 황소의 뿔을 연상케 하며, 앞부분이 뚝 잘린 듯한 사이드 카울은 물고기 아가미가 떠오른다. 여러 복합적인 이미지가 어우러져 독창적인 디자인을 완성했다.

내부가 훤히 보이는 프레임은 KTM 시그니처 컬러인 오렌지 색상으로 마감됐다. 이는 사이드 카울과 더불어 앞·뒤 17인치 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강렬한 색상이 고성능 이미지를 물씬 풍긴다. 공격적이면서도 경쾌한 느낌이다. 서브 프레임은 흰색으로 마감해 포인트를 줬다. 이는 교체가 수월해 유지·보수 측면에서 장점으로 다가온다.

키를 돌리자 ‘Read to Race’란 브랜드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디스플레이가 깨어난다. 쿼터급에서는 보기 힘든 풀 컬러 TFT 계기판이 기본 적용됐다. 이를 통해 현재 시간과 트립, 연료 잔량, 기어 단수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충분한 광량을 확보해 대낮에도 시인성이 뛰어나다. 주·야간 모드도 자동으로 전환한다. 특히 야간 모드에서는 핸들바 일부 버튼에도 조명이 들어와 보다 쉽게 조작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기본으로 제공되는 ‘KTM MY RIDE’ 기능을 활용해 스마트기기와 블루투스 연결 가능하다. 좌측에 마련된 스위치박스를 통해 전화통화와 음악 청취 등이 제공된다. 한글화가 지원되지 않은 부분은 살짝 아쉽다.

390듀크 시트고는 왠만한 미들급 바이크보다 높은 830mm다. 우뚝 솟은 키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의외로 사뿐하다. 174cm 기자가 앉으니 뒷꿈치가 살짝 들리는 수준이다. 홀쭉한 차체와 가벼운 중량(149kg) 덕분이다. 이러한 장점은 초심자에게 ‘제꿍’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지게 한다. 가벼운 중량은 꽤나 기울어진 각도에서도 다리 힘만으로 충분히 버틸 만하다. 이 같은 경량형 모델은 초보운전자에게 적잖은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한다.

가볍게 앉았음에도 꽤나 공격적인 포지션이 연출된다. 상체가 자연스레 숙여지며 양 팔이 벌어지는 자세가 긴장감을 불러온다.

시동을 거니 생각보다 큰 배기음이 울러펴진다. 373cc 단기통 엔진은 9000rpm에서 최고출력 44마력, 7000rpm에서 최대토크 3.7kgf·m를 발휘한다.

치고 나가는 맛이 제법이다. 미들급 바이크에 밀리지 않을 가속감이다. 시내 제한속도까지 눈 깜짝할 새 도달한다. 네이키드 모델답게 시원한 전면 개방감도 일품이다. 덕분에 실제 속도보다 더 빠르게 달리는 것처럼 느껴진다. 속도를 높이지 않아도 충분히 짜릿한 주행이 가능하다.

WP가 만든 프론트 도립식 텔레스코픽과 리어 모노쇼크 방식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한 세팅이다. 그럼에도 잔진동을 걸러내는 능력은 나무랄 데 없다. 또한 코너링 및 브레이킹 시 원활한 하중 이동을 적극 돕는다.

단기통 특유의 치고나가는 맛과 공격적인 시트포지션, 그리고 짧은 휠베이스가 만나 운전 재미를 극대화한다.

다소 단조로운 엔진음과 달리 순정임에도 자극적인 배기음은 고성능 스포츠카에서나 나올 법한 사운드다. 높은 회전수를 유지하다가 스로틀을 놓으면 우렁찬 배기음이 사방으로 퍼져나간다.

엔진회전수를 낮게 쓰면 시동이 곧 꺼질듯 툴툴 거린다. 고회전에 최적화된 엔진 특성이다. 4000rpm 이상을 사용해야 안정적인 출력이 나오기 때문에 저속에서 낮은 단수가 물린 채 주행하는 것이 초심자에게 마냥 쉽지만은 않다.

신나게 달리다보니 어느새 뜨겁다. 덥지 않은 날씨에도 꽤나 열기가 올라온다. 신호 정지 때마다 냉각팬이 부지런히 작동하지만, 왼쪽 다리는 1분 이상 버티기 힘든 정도다. 작은 엔진은 발열도 적을 것 같다는 편견이 깨졌다.

단거리에서 치고나가는 맛이 일품인 반면, 장거리는 다소 무리가 있다. 진동이 꽤 있는 편이라 두 시간 이상 주행하면 손바닥이 아려오기 시작한다. 80km/h가 넘는 고속에서 안정적인 느낌도 부족하다.

아무리 달려도 20km/l를 내려가지 않는 연비는 칭찬 요소다. 무난하게 달리면 평균 25km/l에 달한다.
아무리 달려도 20km/l를 내려가지 않는 연비는 칭찬 요소다. 무난하게 달리면 평균 25km/l에 달한다.

390듀크에는 그간 상위 모델에서만 볼 수 있던 ‘슈퍼모토’ 모드가 탑재됐다. 리어 브레이크 ABS를 해제하는 기능이다. 뒷바퀴에 의도적으로 락을 걸어 슬립을 유도할 수 있다. 프론트 ABS는 계속 유지되기 때문에 보다 안전하고 재미있는 주행이 가능하다.

스크린을 조작해 슈퍼모토 모드를 고르면 간단하게 활성화 할 수 있지만, 시도해보지는 않았다. 초보 바이커에게 빌린 차량의 최신 전자장비를 끄는 것은 살짝 부담스럽다. KTM을 포함한 일부 제조사들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안전한 바이크 생활을 위한 라이딩 스쿨을 꾸준히 개최하는 만큼 고급 스킬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겠다.

KTM 390듀크는 일상에서 빠르고 재미있게 달리기 좋은 쿼터급의 제왕이다. 699만원이라는 가격표에는 풀 LED 라이팅 시스템과 디지털 디스플레이, 전·후륜 ABS까지 얹었다. 더불어 2019년식 프로모션으로 취등록세 지원, 엔진 가드와 함께 2종 소형 면허비용까지 지원해준다. 거리의 악동, 390듀크와 함께 바이크 라이프에 입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