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팅어 마이스터에 이어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더 뉴 G70)가 10월 출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오늘 실내외 디자인이 공개됐으니 한 달 안에 공식 판매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외관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형들에 이어 제네시스의 디자인 정체성인 ‘두 줄’ 라인이 적용됐는데요. 각진 모양의 G80·G90과 달리 다소 둥글둥글한 느낌의 G70에 ‘두 줄’이 들어가니 색다른 느낌이 듭니다.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 실내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 실내

실내는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10.25인치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가 새롭게 탑재돼 무선 업데이트(OTA)·발레모드·카페이 등을 지원한다고 합니다. 또, 가로형 무선 충전 시스템의 충전 용량을 5W에서 15W로 늘려 보다 큰 모바일 기기를 충전할 수 있다네요.

파워트레인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가솔린 2.0 터보, 디젤 2.2, 가솔린 3.3 터보 등 파워트레인 3종이 그대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정확한 제원은 출시 시점인 10월에 공개한다네요.

의외였습니다. 파워트레인을 공유하던 기아 스팅어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죠. 스팅어의 경우 디젤을 단종시켰고, 이번 페이스리프트(마이스터)를 내놓으면서 2.0 가솔린 터보를 2.5 가솔린 터보로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스팅어 마이스터에 탑재된 2.5 터보 GDi 엔진
스팅어 마이스터에 탑재된 2.5 터보 GDi 엔진

참고로 스팅어에 들어간 ‘스마트스트림 G2.5 T-GDI’는 최고출력 304마력, 최대토크 43.0kg·m의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합니다. 연비도 10.8~11.2km/l로, 기존(9.6~10.4km/l)보다 10%가량 좋아졌습니다(3.3 터보는 거의 동일).

아쉽게도 G70 페이스리프트에는 이런 변화가 없습니다. 세부 제원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현행과 거의 비슷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현대차그룹의 2.0 T-GDI 엔진은 벨로스터 N 등에 들어가는 275마력 버전도 있지만, G70에는 255마력 버전이 그대로 탑재될 것으로 보입니다(토크는 36.0kg.m로 동일).

왜 그럴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판매량’과 그로 인한 ‘변화의 필요성’ 때문이죠.

스팅어 마이스터
스팅어 마이스터

G70과 스팅어의 판매량은 극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두 모델이 비슷한 시기에 출시돼 명확한 비교가 가능한데요. 처음 출시된 2017년(스팅어 5월, G70 9월)은 제외하고 살펴보면, 2018년에 스팅어는 5700대로 G70(1만4417대)의 4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특히, 2019년 1만6975로 늘어난 G70과 달리 스팅어는 3644대로 줄었습니다. 올해 1~9월 역시 5652대로 선전한 G70과 달리 스팅어 판매량은 1870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스팅어를 살려야 하는 기아차에서는 변화가 필요했습니다. 뭘 바꿔야 했을까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3년 동안 스팅어 3.3 RWD를 타고 있는 오너 입장에서 딱 2가지만 바뀌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로 실내 디자인과 연비입니다. 2.0 터보를 타시는 분들은 성능도 포함되겠습니다.

그런데 페이스리프트 때 실내 디자인을 대폭 변경하기는 무척 어렵습니다. 게다가 디자인은 워낙 호불호의 영역이어서 현재 모습에 만족하는 소비자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로 좁혀지네요. 성능과 연비입니다.

많은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스팅어와 G70은 전혀 다른 차입니다. 스팅어는 GT 성향의 패스트백이고요, G70은 스포티함을 추구하는 콤팩트 세단입니다. 크기와 무게, 공간, 스타일 등 지향점이 전혀 다릅니다.

스팅어는 4830X1870X1400mm(전장X전폭X전고)의 차체에 2905mm의 휠베이스를 자랑하는 모델입니다. 반면 G70은 4685X1850X1400mm, 휠베이스 2835mm입니다. 길이부터 150mm가량 차이가 납니다.

크기는 무게로 이어집니다. 2.0 터보 기준으로 스팅어는 1650~1715kg, G70은 1600~1635kg입니다. 트림에 따라 50~80kg 더 무겁다는 겁니다. 같은 파워트레인을 썼을 때 당연히 성능과 연비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죠.

정확한 가속 성능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3 터보를 기준으로 했을 때 0-100km/h 도달 시간은 G70이 4.8초로, 스팅어(4.9초)보다 0.1초 빠릅니다. 엔진의 성능이 낮은 2.0 터보에서는 이 간극이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단순히 정지상태의 가속력뿐 아니라 주행 중 재가속 능력에도 영향을 미치겠죠.

연비 역시 스팅어 2.0은 9.6~10.4km/l로, G70(10.4~10.7km/l)보다 0.3~0.8km/l 떨어집니다. 복합 연비에서 저 정도라면, 실제 주행에서 체감하는 격차는 더 커질 수도 있겠습니다.

스팅어 마이스터
스팅어 마이스터

그래서 스팅어는 2.0 터보에서 ‘스마트스트림 G2.5 T-GDI’로 바꾼 것으로 분석됩니다. 야심 차게 내놓은 스팅어를 ‘단 한 세대’로 끝낼 수는 없으니까요. 업그레이드의 효과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능과 연비의 동시 향상으로 나타났고요(물론, 얼마나 더 팔릴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만).

그래도 G70에 2.5 터보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여러모로 아쉽습니다. 스팅어 마이스터의 변화를 보고 G70 페이스리프트를 기대했던 여러 소비자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겠네요.

이와 관련해 제네시스 측에 물어봤더니 제 생각과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스팅어는 크고 무거워서 파워트레인 업그레이드가 필요했지만, G70은 현재로도 충분한 성능을 내기 때문에 디자인 위주의 변화에 방점을 두고 페이스리프트를 진행했다고요.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
제네시스 G70 페이스리프트

어떤 파워트레인을 탑재할지는 제조사의 고유 권한입니다. 제네시스가 말한 것처럼 G70에는 2.0 터보가 더 잘 어울릴 수도 있습니다. 파워트레인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엔진만 달라지는게 아니라 성능 변화에 맞춰 차체와 서스펜션, 변속기 등 다양한 부분의 세팅도 함께 바뀝니다.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려면 더 많은 시간과 더 많은 돈이 필요해 풀체인지 시점으로 미뤘을 수도 있습니다. 뭐, 이런 이유로 차량 가격이 오를 수도 있겠고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리고, 가격이 조금 더 오르더라도 새로운 고출력 엔진을 원할 것 같은데요. 뭐, 결과는 판매량이 알려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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