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산업은 자동차와 멀어보이지만, 제법 가까운 산업이다. BMW와 롤스로이스, 사브는 그 태생이 항공 산업체였고, 혼다는 비행기를 만들고 싶어했던 창업주의 꿈을 이어받아 이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었다. 최근엔 도심항공모빌리티(UAM)라는 이름으로 현대차,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등 많은 곳이 시장 진입을 엿보고있다.

산업적 측면만의 공통점이 있는 건 아니다. 항공기나, 자동차나 목적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띄고 있다는 점은 똑같다. 재빠른 전투기부터 거대한 점보 제트기까지, 그 형태와 용도를 보면, 비슷한 성격을 띈 자동차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모터그래프가 항공기와 닮은 자동차들을 꼽아봤다.

# 혼다 제트 - 토요타 GR야리스 "작은 고추가 맵다"

혼다 최초의 소형 비즈니스 제트기 혼다 제트는 같은 국적의 토요타 GR야리스와 닮았다. 각 회사의 오랜 기술 노하우와 열정을 집약한 모델이라는 점. 다른 모델과는 차별화된 설계구조, 그리고 최고경영자의 이상을 담은 모델이라는 점이 닮았다. 

혼다 제트는 혼다의 당시 엔지니어링 노하우가 집약된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엔진 설계 노하우는 물론, 공기역학 설계 등 양산차를 개발하며 터득한 노하우를 대거 반영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GR야리스 또한 토요타가 오랜 기간 모터스포츠 무대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집약한 차량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관련 업계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구성을 갖췄다는 점도 닮았다. 혼다 제트는 여타 항공기들과 달리, 엔진을 날개 윗면에 배치했다. 이를 통해 항속거리와 연비를 증대시키는 한편, 지상에서 한 개의 엔진을 보조동력장치(APU)로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독특한 대목이다. GR야리스는 랠리카를 양산화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 과정을 거쳐 개발된 데다, 엔진도 WRC 규정에 맞춰 설계됐다는 점에서 기존 고성능차들과 다르다.

더욱이 혼다 제트와 GR야리스는 최고경영자들의 강한 의지도 투영되어있다. 혼다의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는 오래 전 부터 비행기를 만들고싶어했고, 이 탓에 혼다 제트는 '창업자의 마지막 꿈'이라고 불린다. GR야리스 또한 토요타의 독자 개발 스포츠카 필요성을 강조한 토요다 아키오 회장의 의중이 깊이 반영된 모델이다.

# 보잉 777 - 기아 카니발 "전천후 만능 베스트셀러"

보잉의 베스트셀링 광동체 여객기 보잉 777은 기아 카니발을 떠올리게 한다. 넉넉한 크기를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이 탑승하기 좋고, 다재다능한 활용성을 갖췄다는 점도 유사하다.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도 두 운송수단의 공통점이다.

가장 비슷한 점은 다재다능함이다. 777은 긴 항속거리를 바탕으로 바탕으로 장거리 노선에서 활약하고 있지만, 넉넉한 동체 크기를 바탕으로 탑승 수요가 많은 단거리 노선에서도 널리 쓰이고 있다. 더욱이 정부와 개인 등을 위한 전용기로 개조할 수 있는 특별 사양도 운영중이다. 가족용 미니밴을 넘어 어린이 통학차량, 캠핑카, 택시, 의전용 밴 등으로 활용되는 카니발과 꼭 닮은 대목이다.

넉넉한 크기를 바탕으로 다양한 시트 구조를 적용한 것도 공통점이다. 777은 선택 사양에 따라 2-5-2, 3-3-3, 3-4-3 등의 시트 배치가 가능하다. 카니발이 4인승, 7인승, 9인승, 11인승 등 다양한 시트 옵션을 제공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다 보니 둘은 각 시장에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까지 집계된 777의 누적 인도량은 1657대로, 광동체 여객기 중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더욱이 보잉의 아이콘과 같은 점보 제트키 747보다도 많이 출고됐다. 2020년 출시된 신형 카니발은 국내 출시 1년만에 누적 판매 10만대를 넘어서는 등 세그먼트를 넘어 국산차 시장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 에어버스 A380 - 마이바흐 62s "상징적 존재의 비참한 실패"

'하늘 위의 호텔'로 불렸던 에어버스의 초호화 여객기 A380은 마이바흐 62s를 연상시킨다. 강력한 경쟁자를 직접 겨냥해 좋은 반응을 이끌어 냈지만, 꾸준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시장에서 사라졌다는 점 때문이다. 

A380은 시장의 유일한 점보 제트기이자 독보적인 존재였던 보잉 747을 직접 겨냥한 모델이다. 마이바흐도 당대의 초호화 브랜드였던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를 직접 겨냥한 브랜드였다. 호화롭다는 점도 공통점인데, A380은 최대 800명 가량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을 바탕으로 기내 바, 샤워부스 등을 겸비했고, 마이바흐는 200만가지 이상의 내·외장 조합을 제공하고, 12명의 정비 전문가가 세계를 순회하는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두 모델의 판매가 시원찮았다는것도 공통점이다. 에어버스는 A380의 누적 생산량이 1200대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지만, 단종이 결정된 2021년까지 234대가 생산되며 부진했다. 연간 2000대 이상의 판매 목표를 잡고 있었던 마이바흐도 연 평균 150대 가량이 생산되는 데 그쳤다.

이들의 패착 원인도 같다. 경쟁자들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했던것과 달리, 두 브랜드의 파생 차종은 제한적이었다.  A380은 오직 여객기 사양으로만 생산됐지만, 747은 화물기는 물론 군사목적으로도 활용됐다. 마이바흐는 휠베이스만 다른 57, 62만 있었고, 경쟁자였던 롤스로이스와 벤틀리는 다양한 파생 차종 출시를 이어갔다.

# 콩코드 - 재규어 XJ220 "빠르지만 단점이 많았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개발한 세계 최초의 초음속 여객기 콩코드는 성능 중심의 설계 구조 탓에 상업적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비슷한 시기, 같은 국적을 갖고 태어난 재규어 XJ220은 콩코드와 닮았다. 

두 존재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빨랐다. 콩코드는 당시 7시간이 소요되던 뉴욕-런던을 3시간만에 주파했고, 재규어 XJ220의 최고속도(342km/h)는 맥라렌 F1이 등장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자동차였다. 더욱이 XJ220이 세운 뉘르부르크링 랩타임(7분 46초)은 2004년 포르쉐 카레라 GT가 등장하기 전 까지 깨지지 않았다.

단점도 분명했다. 콩코드의 승객 거주 공간은 일반 항공기의 이코노미 클래스보다 비좁았으며, 음속 돌파를 위해 애프터버너를 상시 작동한 탓에 연비도 좋지 않았고, 시끄러웠다. XJ220도 마찬가지였다. 557마력을 오직 뒷바퀴를 굴리는 데에 썼지만, 전자제어 장비는 하나도 없었고, 파워스티어링 마저 제공되지 않았다. 엔진음은 레이스카 못지 않게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단점만 있었던 건 아니다. 둘의 상징성은 컸다. 당시 콩코드는 영국 왕실과 내각의 전용기로 이용됐고, 재규어 또한 오랜 기간 영국 왕실과 정부의 의전 차량으로 활약하고 있다. 

# 안토노프 An-225 - 포드 슈퍼듀티 시리즈 "크다"

안토노프에서 제작한 An-225는 인류가 만든 항공기 중 가장 큰 수송기였다. 최근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됐지만, 현역으로 활동할 당시 세계 최고 규모의 이륙 중량과 적재량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을 누볐다. 자동차에 빗댄다면, 가장 큰 픽업트럭인 포드 슈퍼듀티 시리즈 아닐까.

둘의 덩치는 다른 비행기나 자동차를 압도한다. An-225의 전장은 84m, 날개너비는 88.4m로, 점보제트기의 대명사 보잉 747(전장 76.4m, 날개너비 68.5m), 에어버스 A380(전장 73m, 날개너비 79.8m)을 능가한다. F-450 슈퍼듀티 또한 전장 6761mm, 전폭 2438mm, 휠베이스 4470mm를 갖춰 풀사이즈 픽업트럭 쉐보레 실버라도(전장 5890mm, 전폭 2063mm, 휠베이스 3745mm)보다도 크다.

화물 수송 중량도 독보적이다. An-225의 수송 가능 중량은 250톤으로, 보잉 747 화물기 탑재 중량(125톤)의 2배에 육박한다. 포드 슈퍼듀티 시리즈의 상위 모델인 F-450의 최대 적재량은 2816kg. 국산 1톤 트럭의 2배 이상을 싣고 달릴 수 있는 데다, 최신 F-150 라이트닝의 적재량(907kg)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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