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코리아가 24일 새로운 마칸을 선보였다. 2013년 처음 출시된 마칸은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풀체인지가 아닌 두 번째 페이스리프트를 선택했다. 이는 전동화 시대를 대비한 전략으로, 포르쉐는 2030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80% 이상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다. 마칸 후속 역시 오직 순수 전기 버전으로만 출시될 예정이다. 

포르쉐코리아가 30일 진행한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신형 마칸 내연기관 모델의 매력을 살폈다. 서울 서초 고속터미널에서 경기 남양주 일대를 왕복하는 120km 코스를 마칸 GTS로 달렸다.

두 번째 부분변경 모델인 만큼 외관 디자인 변화는 제한적이다. 전면부 인상만 조금 달라졌는데, 기존 프론트 그릴과 에어 인테이크의 경계 부분을 까맣게 칠하면서 마치 커다란 덩어리처럼 보이게끔 마감했다. 덕분에 차가 좌우로 더욱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준다.

외관 컬러 역시 다양해졌다. 새로운 컬러인 파파야 메탈릭, 젠션 블루 메탈릭을 비롯해 마칸 GTS 전용 파이톤 그린 등 총 14개 컬러를 선택할 수 있다.

실내는 많이 변했다. 스티어링 휠에는 포르쉐의 최신 디자인이 적용돼 한층 날렵해진 컬럼 디자인과 새로운 드라이브 모드 선택 다이얼이 인상적이다. 변속기 주변을 가득 채웠던 버튼은 싹 자취를 싹 감추고 햅틱 터치 패널로 대치됐다.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는 까만 유리처럼 보이다가 시동을 켜면 모습을 드러내는 등 기존보다 훨씬 고급스럽고 세련된 실내 디자인을 연출한다. 기존 모델 오너라면 꽤나 배아플 만한 업데이트다.

화려한 변화에 비해 계기판은 기존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세 개의 원형이 겹쳐진 계기반 디자인은 여전히 바늘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신형 911이나 파나메라처럼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혼합한 방식이라면 더 좋았겠다.

최상위 라인업이었던 마칸 터보가 단종되며 2인자였던 GTS 모델이 자연스럽게 새로운 최강자로 올라섰다. 대신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해 포르쉐는 마칸 GTS의 최고출력을 기존 터보 모델(440마력)보다 높이는 기행(?)을 선보였다.

마칸 GTS의 2.9리터 V6 바이터보 엔진은 개선을 통해 이전보다 69마력 높아진 최고출력 449마력을 발휘한다. 여기에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의 조합을 통해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데 단 4.3초가 소요된다. 최고속도는 272km/h에 이른다.

시동을 걸자 퍼버벅 후적음이 반긴다. 시작부터 대놓고 고성능임을 드러낸다. 초반 가속은 의외로 묵직한 편이다. 여기에 낮게 깔리는 배기음이 진중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속도를 높일수록 GTS의 진가가 드러난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단수를 즉시 낮추며 언제든 튀어나갈 준비를 마친다. 드라이브 모드가 '노멀' 상태였음에도 충분히 영민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스포츠모드를 체결했다. 가변배기 플랩이 열리며 조금 더 우렁찬 목소리를 들려준다. 가속 페달을 떼면 여지없이 후적음이 터져나온다. 포르쉐는 속도를 높이지 않고도 스포츠카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코너에서도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개선된 신형 서스펜션 덕분이다. 신차는 기존 대비 전고를 10mm 낮추며 운동안정성을 보강했다. 여기에 피렐리 P제로 고성능 여름용 타이어가 안정적인 거동을 돕는다.

스포츠 플러스모드는 서킷에서나 어울릴 법한 세팅이다. 차량의 성능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데 도움을 주는 만큼, 일반 도로에서는 다소 과격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PDK의 명성은 두말하면 입아프다. 민첩하고 효율적으로 엔진 회전수를 관리해준다. 단수는 형님들보다 1단 낮은 7단 기어가 적용됐다. 항속기어의 부재가 아쉬울법 하지만, 막상 달려보면 고속도로 규정 속도에서 엔진회전수를 최대한 낮게 유지하도록 돕는다.

승차감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럽다. 마칸 GTS는 고성능을 지향하는 모델인 만큼 생각보다 단단한 서스펜션 세팅을 갖췄다. 그럼에도 일반적인 도로 상황에서 요철 구간을 지나거나 과속방지턱을 넘는 등 노면 처리 과정이 제법 고급스럽다. 에어 서스펜션의 장점을 그대로 살린 모습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먼저 차로 중앙을 유지하는 기능이 없다. 포르쉐가 유독 이 기능에 인색하다. 정통 스포츠카인 911은 운전자 경험이 중요한 만큼 해당 기능의 부재가 납득이 된다. 다만 마칸은 장거리 지향형 SUV다. 대중 브랜드의 엔트리급 차량에도 포함되는 기능인 만큼, 이제는 포르쉐 전 차종에 넣어줄 때도 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스마트폰 미러링 기능은 풀 스크린을 지원하지 않는다. 무선 연결을 제공하는 점은 마음에 들지만, 인포테인먼트 화면의 2/3 수준에만 나타날 뿐이다. 경쟁사처럼 풀 스크린을 지원하길 바라본다.

포르쉐 마칸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8만8000여대가 팔리며 브랜드 전체 판매의 30%를 차지했다. 큰 형님 카이엔을 근소한 차이로 누르고 베스트셀링 모델로 올라섰다. 또한 포르쉐에 따르면 브랜드 첫 구매고객 78%가 마칸을 선택했다. 브랜드 엔트리 모델로써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셈이다.

신형 마칸은 마치 풀 체인지를 거친듯 완전 신차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튼튼한 기본기가 바탕이 되야만 가능한 일이다. 보다 강력해진 마칸 GTS는 새로운 플래그십 라인업에 걸맞은 달리기 실력까지 갖췄다. 포르쉐와 GTS는 실패할 수 없는 조합이다. 가격은 1억1450만원부터다. 시승차의 경우 약 3000만원 상당 옵션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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