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을 선택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할 건 무엇일까. 적재능력을 포함한 실용성은 기본, 합리적인 가격과 그에 걸맞는 상품성 등이 떠오른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이런 조건들을 대부분 충족하는 모델이다.

#얼굴만 바꾼건 아니다!

그릴 하나가 달라지면서 완전히 다른 인상으로 바뀌었다. 사실 기존 모델은 렉스턴의 엔트리 트림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결국 렉스턴까지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했던 게 사실이다. 렉스턴도, 렉스턴 스포츠 칸도 이제서야 지향점에 맞는 제 얼굴을 찾은 느낌이다. 

최상위 모델인 익스페디션 전용 디자인까지 갖추니 와일드한 인상은 배가된다. 범퍼에 덧댄 바와 보닛에 위치한 공기 배출구 모양의 장식은 기능과 별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특유의 과격하고 거친 느낌을 주기에는 충분해보인다. 여기에 블랙 휠과 터레인 타이어까지 갖추니 영락없는 오프로더다.

리어 LED 포지셔닝 램프는 신의 한수다. 사실 기존 렉스턴 스포츠 칸의 램프는 어딘가 저렴한 느낌을 줬고, 실제 차주들도 애프터마켓용 제품을 구해 튜닝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였기 때문이다. 시야 확보가 쉽지 않은 험로나 안개가 낀 곳에서의 시인성까지 확보한건 덤이다. 

실내에서도 작지만 큰 변화들이 보인다. 12.9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를 비롯해 플로팅 무드 스피커, 빌트인 공기청정기 등이 대표적이다. 이전까진 영락없는 트럭이었는데, 일부 사양들이 추가되며 고급감이 제법 높아진 모습이다. 

2열은 전작 코란도 스포츠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이다. '바른 자세'로 앉아있어야 했던 코란도 스포츠보다는 등받이 각도가 조금 더 누웠다. 각도 조절이 가능하지는 않지만, 누군가를 태우기에 불편한 수준은 아니다. 레그룸은 주먹 한개 정도가 나오는데, 방석 부위가 제법 여유롭다보니 편안하게 앉을 수 있다.

물론 모든게 좋기만 한건 아니다. 내장재 색상은 아쉽다. 브라운 시트 색감이 생각보다 밝은데, 조금 더 낮은 톤의 색상을 썼다면 좋지 않았을까. 오프로드를 달리다 보면 자연스레 시트가 지저분해질텐데, 정작 픽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할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구성이다.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하고, 경쟁자들엔 없는 사양을 갖추려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느낌이 됐다.

#강건한 주행 성능과 의외의 승차감

시승 차량은 2.2리터 디젤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최고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을 발휘한다. 유압식 스티어링 휠은 랙 타입 전동 스티어링(R-EPS)으로 교체돼 조향 성능을 개선한 것은 물론, 차로 유지 보조 시스템 등의 운전자 지원 시스템도 대응할 수 있다. 

전반적인 성능에서 가장 인상적인건 토크감이다. 비교적 낮은 구간에서부터 최대토크가 터져나오는데, 덕분에 저속으로 주행하는 오프로드에서도 순간적인 힘을 발휘해 장애물들을 어렵지 않게 지나갈 수 있다. 터보차저가 달린 디젤차들은 토크가 갑자기 튀어나와 놀랄 때도 있지만, 운전자가 당황하지 않을 만큼 부드러운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인상적이다. 

LD가 포함된 파트타임 사륜구동 시스템도 험로에서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4L 기어를 체결하면 이륜 주행 모드에서는 미끄러지기 십상인 진흙탕도 헛바퀴 한번 돌지 않고 벗어날 수 있다. 

좌·우의 깊이감이 느껴지는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강건한 움직임을 보인다.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는 소리 한번 들리지 않는걸 보면, 프레임의 강성 자체는 뛰어난 것으로 판단된다. 급격하게 휘감겨 올라가는 경사면을 올라가도 불안한 기색 없이 안정적인 걸 보면 무게중심도 제법 낮은 편으로 보인다. 

정숙성도 인상적인 대목. 저속에서 들려오는 특유의 엔진 소리는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진동은 물론 하부에서 올라오는 타이어 소음과 풍절음이 눈에 띌 정도로 억제되어있다. 차체 하부 언더커버를 보강하고 방음재를 더한 탓이다. 

후륜 5링크 서스펜션은 온로드는 물론,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승차감을 제공한다. 이른바 '판스프링'으로 불리는 리지드 액슬 방식보다는 눈에 띌 정도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비록 적재 중량에서 200kg 가량 손해를 보더라도 선택할만한 가치가 있겠다. 

#수입 픽업을 선택할 이유가 있을까

그간 렉스턴 스포츠를 볼 때마다 어딘가 아쉬움이 있었다. 명색이 렉스턴 이라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기반의 픽업트럭임에도 조금은 부족한 편의장비 탓이 컸다. 쌍용차는 최근 이런 의견들을 반영해 렉스턴 스포츠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놨다. 전자식 스티어링은 물론 최신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갖추고, 외모까지 파격적으로 바꿔 신선한 이미지를 불어넣었다.

이렇다보니 렉스턴 스포츠 칸은 여러모로 대안이 없는 모델로 진화했다. 수입 픽업트럭들이 속속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있지만, 2000~3000만원대의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풍부한 편의사양만 놓고 보면, 이렇다 할 경쟁자를 꼽기는 힘들다. 카탈로그를 펼쳐놓고 비교해보면, 수입 픽업을 선택할 이유도 딱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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