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10대 중 8대는 내년부터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기아 등 국산차에게는 위기, 토요타·닛산·혼다 등 일본 브랜드에게는 기회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내년부터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된다. 앞으로 미국산 부품 및 원자제를 사용해, 미국에서 조립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지에서 판매중인 전기차 42종 중 단 8대만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모델3, Y, 포드 머스탱 마하-E, F-150 라이트닝, 리비안 R1T, 폭스바겐 ID.4, 쉐보레 볼트 EV, 닛산 리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모두 미국에서 생산되는 모델로, 신차 가격은 5만5000~8만 달러 수준이다. 

테슬라 모델S를 비롯해 GMC 허머 EV와 루시드 에어 등의 전기차는 미국산임에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개정된 법안에 따라 세단은 5만5000달러 미만, SUV·픽업트럭은 8만달러 미만이어야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EQS SUV 역시 전량 미국에서 생산되지만, 비싼 가격 탓에 보조금을 못 받는다. 미국의 전기차 브랜드 피스커가 제조한 오션은 오스트리아에서 생산돼 빠졌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도 전부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차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EV, 기아 EV6, 니로 EV, 제네시스 GV60, GV70 전동화 모델, G80 전동화 모델 등은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다. 제네시스의 경우 GV70 전동화 모델을 미국에서 생산한다는 계획이 있지만, 이는 2024년 이후의 이야기다. 

신공장도 아직은 먼 얘기다. 당시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 연 30만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을 짓겠다고 약속했지만, 본 가동은 2025년부터다. 법이 통과되면 적어도 2~3년은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셈이다. 전기차 시장 초반 경쟁에 뒤쳐질 가능성이 높다.  

기아는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지을 계획도 없다. 기아는 지난 4월 컨퍼런스콜에서 주요 투자자들에게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 없다"라고 못 박은 바 있다. 

현대기아와 달리, 일본 브랜드는 기회를 잡았다는 평가다. 전기차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쳐진 만큼, 생산 및 판매 체계를 미국 현지에 맞게 구축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닛산은 이미 미국 현지에 전기차 생산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혼다는 GM과 힘을 합쳐 전기차 공동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토요타도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혼다 프롤로그 시험주행차량 (사진제공 : S. Baldauf/SB-Medien)
혼다 프롤로그 시험주행차량 (사진제공 : S. Baldauf/SB-Medien)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대해 우리 정부는 외교 루트를 통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 통화를 갖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국들에 대한 최혜국 대우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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