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끄는 국부펀드(PIF)가 전기차 사업에 진출한다. 이미 법인 설립도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PIF 측은 3일(현지시간) 공식 입장을 통해 대만의 폭스콘과 합작회사 시어(Ceer)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BMW로부터 부품 및 차체 설계 노하우를 들여오고, 이를 바탕으로 2025년 중동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기 세단과 SUV를 출시할 예정이다.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입장문을 통해 "단순히 새로운 자동차를 만드는 걸 넘어 향후 10년간 투자를 끌어들여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고자 하다"며 "민간 분야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GDP 성장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PIF 측은 새로운 전기차 회사가 1억5000만 달러(한화 2135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리 3만개를 창출해 80억 달러(11조4000억원) 어치의 GDP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GDP가 8335억 달러(1155조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비중이다. 

사우디가 전기차 사업에 뛰어든건 국가적인 경제 다각화 전략과 관련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은 장기적으로 석유 수출을 대체할 국가 기간산업을 물색 중인데, 이를 위해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규모 신도시를 개발하고, 주요 유망 사업처에 지분을 투자해 산업 시설 유치를 유도하고 있다.

외신들은 시어가 폭스콘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미국 시장에 직접 진출할 가능성도 거론하고 있다. 앞서 폭스콘은 미국의 전기픽업 브랜드 로즈타운 모터스의 공장을 인수하고, 북미 시장에서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업계는 PIF가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사우디의 지리'가 될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PIF는 앞서 파가니, 애스턴마틴, 맥라렌 등 주요 슈퍼카 브랜드들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고, 최근에는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루시드모터스의 지분 61%를 매입하며 최대 주주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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