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스쿠터 직접 타보니…'도로위 폭탄 vs 신개념 이동수단'
  • 권지용
  • 좋아요 0
  • 승인 2022.11.21 12:42
공유 스쿠터 직접 타보니…'도로위 폭탄 vs 신개념 이동수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유 전동 스쿠터가 나오자마자 논란이다. 앞선 전동 킥보드 폐해가 워낙 큰 탓인지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무면허자뿐 아니라 미성년자도 맘대로 타고 다닐 수 있다는 루머까지 퍼지는 등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어릴적부터 익숙한 킥보드·자전거를 빌리는 것과 스쿠터를 빌리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인도나 전용도로, 차도 끝에 붙어 달리는 킥보드·자전거와 달리 스쿠터는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려야 한다. 사고 확률은 낮을 수 있지만, 사고가 날 경우 위험 정도는 훨씬 높다.

스윙 모빌리티가 내놓은 공유형 전동 스쿠터를 직접 체험해봤다.

# 미성년자, 무면허자도 탈 수 있다?

전동 스쿠터는 기존 스마트폰 앱으로 빌릴 수 있다. 반드시 2종소형 이상 운전면허를 인증해야 하며, 면허가 있더라도 만 21세 미만은 제한된다. 앱 사용이력이 있다면 추가적인 인증은 이뤄지지 않는다. 스쿠터에 부착된 QR 코드를 읽으면 잠금이 풀리면서 즉시 이용할 수 있다.

허술한 본인 인증 절차는 분명 문제다. 미성년자나 면허가 없는 사람이 타인명의를 도용해 이를 악용하는게 대표 사례다. 이미 쏘카와 그린카 등 자동차 공유 서비스에서도 나타난 문제다. 불법 이용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이거나, 본인인증 절차를 더욱 까다롭게 강화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한 부분이다. 

# 최고속도가 빨라 위험하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떠도는 최고속도 60km/h는 잘못된 정보다. 일반 판매용 전동 스쿠터와 달리, 공유형 모델은 최대 45km/h로 제한됐다. 시내 제한속도 및 운전자 안전을 고려한 듯하다. 전기모터 특성상 가속력이 좋아 출발할 때나 차선을 변경할 때 무리 없이 도로 흐름을 따를 수 있다. 전기로 달리는 점을 제외하면 전반적인 조작이나 승차감은 내연기관 스쿠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교통 흐름이 원활할 때는 낮은 속도가 오히려 더 위험할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자동차 사이에서 최고속도 45km/h인 전동 스쿠터의 안전은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전용도로도 문제다. 기본적으로 이륜차는 고속화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 진입이 금지되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한 운전자가 들어가 아찔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 안전 장치가 미비하다?

단순히 법규 뿐만 아니라 안전을 위해서라도 헬멧 착용은 필수다. 이를 위해 스쿠터 뒷쪽 캐리어에 오토바이용 헬멧을 마련했다. 앱으로만 캐리어 잠금을 해제할 수 있어 손상이나 도난 확률을 낮췄다. 반납도 마찬가지다. 캐리어 안쪽에 위치한 어댑터에 헬멧을 체결해야만 정상적으로 반납이 이루어진다. 헬멧은 턱을 제외한 머리와 귀를 보호하는 바이크용 제품이다. 킥보드용 간이 헬멧보다는 튼튼해보였다.

다만 스마트폰 거치대가 없어서 위험했다. 초행길에서는 내비게이션을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거치대 없으니 불편할뿐 아니라 잠깐 멈춰설 때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경로를 확인해야만 했다. 번거롭기도 하지만, 주행 중 스마트폰을 보느라 한 손으로 운전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생길 듯하다. 안전을 위해 거치대는 달아주면 좋겠다. 

# 사고나면 보험은?

기본적인 보험은 사고 시 대인 최고 1억5000만원, 대물 2000만원까지 보장해준다. 대인과 대물 모두 자기부담금은 100만원이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음주운전 및 고의 사고 등은 보장되지 않는다.

주의할 점은 2인 탑승 시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헬멧도 1개만 마련된 만큼, 2인 탑승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

기자가 두번째로 빌린 스쿠터. 차로 끝 가장자리에 주차된 상태였다.
기자가 두번째로 빌린 스쿠터. 차로 끝 가장자리에 주차된 상태였다.

# 직접 살펴본 장단점

공유형 중거리 이동수단이 새롭게 추가됐다는 점은 장점이다. 이날 체험한 구간은 10km가 넘었는데, 약간 쌀쌀한 날씨를 제외하면 도심간 쾌적한 이동이 가능했다. 통상 1~3km 내 짧은 거리를 이용하는 전동 킥보드와는 다른 개념으로 이용할 수 있다. 완충시 80km 이상 주행거리를 확보한 점도 매력적이다.

비용도 나름 저렴했다. 현재는 프로모션이 적용된 상태인데, 전동 킥보드와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이용할 수 있었다. 잠금해제 비용(기본요금)과 분당 요금만 계산하면 된다. 거리당 요금은 없다. 동선을 잘 활용하면 택시보다 저렴하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단점은 안전이다. 자칫 도로 위에 움직이는 폭탄이 될 수 있다. 이륜차 경험이 없는 사람이 왕복 8차선 도로를 달리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3인 이상 탑승이나 미성년자·무면허자에 대한 처벌 및 조치도 강력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 관리가 허술면 이용자뿐 아니라 시민 모두의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다.

반납 시스템도 걱정이다. 서비스 지역 내라면 아무데서나 반납할 수 있는 장점이 오히려 도로를 어지럽히는 나쁜 요인이 될 수 있다. 갓길이나 인도에 무분별하게 세워진 킥보드처럼 공유 스쿠터 역시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운전자에 대한 사전 교육 및 양심에 호소해야 하는 문제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현실이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