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체기를 겪던 경차 시장에 다시금 활기가 돌았다. 얼핏 봐서는 캐스퍼 효과인것 같지만, 진짜 주인공은 '역주행 열풍'을 일으킨 레이다.

지난해 국내 경차 시장은 13만2911대로, 전년(9만8743대) 대비 34.6% 성장했다. 같은 기간 국산차 판매량이 3.1%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현대차 캐스퍼는 4만8002대 판매되며 경차 시장 최강자에 등극했다.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만든 모델로, 다소 비싸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모았다. 덕분에 모닝·레이·스파크 삼각 구도로 저물어가던 경차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특히, 지역 상생 모델인 '광주형 일자리'를 통해 만들어졌다는 상징성도 있었다.

현대차 캐스퍼
현대차 캐스퍼

캐스퍼는 기존에 없던 '경형 SUV'라는 점이 효과를 봤다. 특유의 당당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뛰어난 공간 활용 능력과 다양한 안전 및 편의 사양, 그리고 가격표에 드러나지 않는 경차 혜택까지 더해지며 소비자 지갑을 여는데 성공했다. 

이런 캐스퍼보다 더 눈에 띄는 건 기아 레이였다. 전년보다 23.9% 늘어난 4만4566대를 팔아치우며 신차인 캐스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특히, 2020년 2만8530대에서 2021년 3만5956대, 2022년 4만4566대로 늘어났다. 2011년 출시 이후 두 차례 외모만 바꿨을 뿐, 11년째 풀체인지가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고려하면 신기한 일이다.

기아 레이
기아 레이

레이의 역주행은 실용성과 차박·캠핑 열풍 때문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하면서 즐길 수 있는 취미 활동인 차박과 캠핑을 즐기는 2030 젊은 고객층의 엔트리카로 선택됐다는 평가이다. 더불어 한국GM 다마스와 라보가 단종됨에 따라 경상용차 수요 일부가 레이 밴으로 넘어온 점도 한몫했다. 기아는 올해 레이EV를 다시 출시하며 라인업을 늘릴 예정인 만큼, 캐스퍼와의 치열한 진검 승부가 예상된다. 

한때 경차 시장을 이끌었던 모닝과 스파크는 나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모닝은 2만9380대로 7.3% 줄었고, 스파크는 1만963대로 34.8% 하락했다. 

모닝은 지난 2020년 페이스리프트 모델을 투입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하향세를 유지하고 있다. 2014년 9만6089대 이후 작년까지 무려 8년 연속 감소세다. 

쉐보레 스파크
쉐보레 스파크

쉐보레 스파크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예정이다. 2018년 페이스리프트 이후 4년 이상 상품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고, 덩달아 판매량도 꾸준히 줄었다. 이에 한국GM은 스파크를 생산하는 창원 공장을 차세대 CUV 생산용으로 개조하고 더 이상 경차를 만들지 않기로 했다. 남은 재고가 모두 팔린다면 티코를 시작으로 마티즈, 스파크로 이어진 한국GM의 경차 계보는 끝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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