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탈 디젤 흐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3대 중 1대는 디젤 모델인 것으로 나타났다. 

디젤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S400 d
디젤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S400 d

6일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S클래스는 작년 한 해 동안 총 1만3201대가 판매됐다. 이 중 디젤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S350d와 S400d는 4663대로, 전체의 35.3%를 차지했다. E클래스 디젤 점유율이 10%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수치다(참고로 C클래스 디젤은  지난해 단 1대만 판매됐다).

디젤은 한때 우수한 연비와 친환경 이미지를 내세우며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2015년 터진 디젤게이트 이후 수요가 급감하며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미 국산 디젤승용차는 전멸한 상태로, 수입차 역시 디젤 세단을 급격히 줄여나가고 있다. 현재는 SUV 위주로 넣고 있는데, 이마저도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에 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유독 플래그십 세단에서는 디젤의 인기가 여전하다. S클래스뿐 아니라 경쟁 모델인 BMW 7시리즈도 디젤 점유율이 33.8%나 됐고, 아우디 A8도 19.4%를 유지하는 등 '탈 디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디젤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S400 d
디젤 엔진을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S400 d

디젤의 인기 요인은 우선 연비다. S클래스급 대형 세단을 타는 사람에게도 비싼 연료비는 부담이다. S클래스 디젤의 복합연비는 11.4~12km/l로, 가솔린(7.6~9.8km/l)보다 최대 57% 높다. S클래스는 파워트레인에 상관없이 모두 76리터의 연료탱크가 들어간다. 디젤 모델을 가득 채우면 900km 이상을 달릴 수 있지만, 가솔린은 절반 수준인 4~500km정도가 최선이다. 유류비 부담뿐 아니라 주유소를 자주 들러야하는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다.

또한 고급유를 넣지 않아도 된다. S클래스 가솔린 모델은 기본적으로 옥탄가가 높은 고급유를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방 소도시나 고속도로에서는 고급유를 취급하는 주유소를 찾기 어렵다. S클래스 디젤을 구매한 A씨는 "장거리 운전이 많은데, 매번 고급유를 넣어야 한다면 너무 번거로울 것"이라며 "디젤은 어느 주유소를 가더라도 쉽게 구할 수 있어서 스트레스 받을 일 없이 편하다"고 말했다.

스탠다드 휠 베이스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 S400 d
스탠다드 휠 베이스를 가진 메르세데스-벤츠 S400 d

가솔린 못지않은 정숙성도 한몫한다. 디젤 엔진은 높은 압축비를 쓰는 구조 때문에 가솔린보다 더 많은 진동과 소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S클래스급 디젤은 기본적으로 6기통 이상을 쓰는 데다가, 이를 보완하는 최고의 NVH(소음·진동) 대책을 마련했다. A씨는 "고민 끝에 디젤 S클래스를 구매한 결정적 이유는 시승을 통해 충분히 조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더 낮은 체급의 가솔린 모델보다 더 조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벤츠코리아의 트림 구성도 디젤 비중을 높이는데 도움을 줬다는 분석이다. S클래스는 기본형인 스탠다드와 뒷좌석 사양을 강화한 롱휠베이스로 나뉜다. 그런데 스탠다드는 오직 디젤만, 롱휠베이스는 오직 가솔린만 선택할 수 있다. 차주가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은 굳이 비싼 롱휠베이스를 선택할 이유가 없어 디젤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S클래스 디젤 오너 B씨는 "회장님 의전용이 아니라면, 일반적인 4인 가족이 타기에 스탠다드 모델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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