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만에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다시 찾았다. 지난번 수료한 기초교육에 이어 난이도를 조금 더 높여볼 차례다. 레벨1에서는 가감속과 스티어링 등 차량 조작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레벨2는 조금 더 심화적인 교육과 함께 역동적인 액티비티가 추가된다.

레벨2는 브랜드마다 교육 내용이 조금씩 달라진다. 현대는 후진으로 달리다가 180도 회전하는 리버스 턴을, 제네시스는 코너와 직선주로를 연이어 달리는 카빙 코스를 경험하게 된다. 이번에 체험한 기아 레벨2에는 드래그 레이스가 포함됐다. 585마력의 전기차 EV6 GT를 타고 400m를 전력질주할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교장을 나섰다.

오늘 함께 달릴 EV6 GT는 세미버킷 타입의 스웨이드 스포츠 시트가 적용됐다. 값비싸 보이지만 놀랍게도 수동 조절식이다. 인스트럭터는 "경량화를 위해 전자식 조절장치를 뗐다"라며 "시트를 얇게 만들 수 있어 조절범위가 더 넓어진다"고 덧붙였다.

조금은 이해가 됐다. 전기차들은 커다란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 EV6도 2.2톤에 달하는데, 이보다 훨씬 큰 쏘렌토가 1.8톤이 채 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얼마나 무거운지 알 수 있겠다. 

올바른 운전 자세를 맞춘 뒤 차례로 교장을 나섰다. 비가 내렸던 기초교육과 달리 화창한 날씨가 반겼다. 바싹 마른 노면이 운전에 대한 자신감을 부추겼다. 본격적인 교육에 앞서 차와 잠시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레벨1에서 배웠던 가속과 제동을 복습하며 기본기를 다진다.

이어 슬라럼 구간에 진입했다. 나홀로 코스 주행 외에도 '폭스 헌팅' 게임이 추가된 점이 흥미롭다. 두 명의 운전자가 원형 교장 양 끝에 선 뒤, 시계 방향으로 서로를 쫓는다. 둘중 한명이 먼저 꼬리를 물거나 콘터치가 발생하면 게임이 종료되는 방식이다. 상대방의 운전실력에 따라 포식자가 될 수도, 도망가는 생쥐가 될 수도 있는 조금은 잔인한(?) 게임이다.

이날의 포식자는 동행한 상대 기자였다. 매서운 속도로 코너를 가르며 꽁무니를 따라왔다. 슬라럼에는 나름 일가견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급한 마음에 코너를 성급히 탈출하다보니 지속적으로 언더스티어가 발생한다는 인스트럭터의 지적도 나왔다. 더 욕심을 내면 코스 이탈로 이어졌다. 섬세한 컨트롤과 차분한 마음가짐이 필요한 게임이었다.

이어진 코스는 기대하던 드래그 레이스다. 길게 뻗은 400m 직선 주로에서 585마력의 봉인을 해제하는 시간이다. 총 3번을 달렸는데, 각각 드라이브 모드를 에코, 노멀, GT 모드로 진행했다. 에코모드에서는 고출력 자동차라는 걸 믿기 어려울 만큼 차분하다. 흡사 내연기관차와 비슷한 페달 반응으로 세팅해놓은 듯하다. 느긋하지만 꾸준하게 속도를 높였다.

도착 지점에서 확인한 속도는 173km/h였다. 일반도로의 제한 속도보다 한참을 빠르게 달렸다. 합법적으로 과속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서킷의 매력이다. 이어 노멀모드로 바꾸고 달렸는데 조금 더 민첩한 페달 반응을 보인다. 드라이브 모드 사이에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노멀모드 기록은 183km/h였다.

성능을 한계까지 쓰는 GT 모드에서는 완전히 다른 차가 된다. 스티어링 휠은 더욱 무거워지며 가속 페달을 살짝 밟는 것만으로도 움찔움찔 튀어나갈 준비를 한다. 신호에 맞춰 '풀 악셀'을 밟았다. 초반 출력은 여느 슈퍼카 부럽지 않다. 놀이기구를 탄듯, 피가 뒤로 쏠리는 듯한 기분이다. 의외로 최고속도는 살짝 아쉬운(?) 186km/h를 기록했다. 체감상 200km/h를 훌쩍 넘길 줄 알았는데, 후반 가속이 느린 전기차의 한계인 듯하다.

기초교육에서 젖은 노면 브레이킹을 배웠다면, 레벨2에서는 긴급 회피를 체험하게 된다. 여기에는 킥 플레이트라 불리는 특수 장치가 사용되는데, 자동차가 지나가는 순간 뒷바퀴를 흔들어 강제로 오버스티어(조향각도에 비해 차가 지나치가 많이 돌아가는 현상)를 만들어주는 장치다. 차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미끄러질 때 대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번 코스의 핵심 포인트는 차분함이다. 차가 미끄러지는 순간 당황하면서 스티어링 휠을 이리저리 돌린다면 미끄러지는 차를 제어하기 어렵다. 반대로 어느 방향으로 미끄러지는 지 확인한 뒤에 차분하게 카운터 스티어(미끄러지는 방향과 반대로 휠을 돌리는 스킬)를 넣어주면 보다 쉽게 통과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동차를 개발할 때 언더스티어(조향각도에 비해 차가 덜 돌아가는 현상) 성향으로 맞춘다. 브레이크 조작만으로도 극복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체 후미가 미끄러지는 걸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의도치 않게 오버스티어가 발생한다면 간담이 서늘할 경험이겠다. 일부 차량이 차체 제어장치를 끄더라도 조금씩 개입하는 이유는 오버스티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레벨2의 마지막 과정은 서킷 A코스다. 10개의 코너로 구성된 2.0km 트랙을 달린다. 기본적인 구성은 비슷하지만, 시선 처리와 하중 이동에 신경쓰라는 인스트럭터의 조언이 더해진다. 앞서 배운 내용들을 떠올리며 최적의 라인을 공략했다. 이때는 단순히 선행차량을 따라가기 보다는, 트랙 곳곳에 배치된 러버콘을 기준으로 인코스에 더욱 가깝게 붙는 연습이 필요하다.

서킷 주행의 궁극적인 목표는 레코드 라인(서킷을 가장 빠르게 돌 수 있는 가상의 선)을 지배하는 것이다. 차량의 구동방식이나 출력, 무게 등에 따라 그려지는 라인은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규칙은 전세계 어디나 동일하다. 서킷을 안전하면서도 빠르게 즐기기 위해서는 자신이 탄 차량의 한계를 알고 그 성능에 맞는 라인을 찾는 게 중요하다.

기아 레벨2 프로그램을 마쳤다. 레벨1보다 1시간 긴 프로그램과 빠른 진행 페이스가 만족스럽다. 다만, 레벨1과 비교해 레벨2의 난이도는 꽤 높다. 체험 프로그램 특성상 개인 실력에 맞추기 어려운 만큼, 일부 참가자들은 어렵다고 느낄 만한 부분도 많겠다.

다음 과정은 스포츠 드라이빙 테크닉을 배우는 현대 레벨3다.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수율이 점점 낮아진다고 한다. 즐기는 자세에서 도전의 마음가짐으로 넘어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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