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마세라티 수입사 FMK의 노·사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인다. 양측은 인센티브를 포함한 처우 개선 문제로 맞서고 있다.

페라리 반포전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페라리 반포전시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앞서 FMK 노·사는 추가 협상을 포함해 9차례에 걸쳐 대화를 이어왔지만,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이런 가운데,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결렬을 선언하며 노조가 합법적인 파업권까지 확보한 만큼, 사태가 악화 일로로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인센티브 2배 요구 vs 무리한 목표 내놨다

페라리의 쟁점은 판매 수당이다. FMK 측은 노조가 2배에 가까운 인센티브 인상을 요구했으며, 이미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소수 딜러가 FMK 내부의 분위기를 흐뜨리지는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다.

딜러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사측이 무리한 목표치를 제시했고,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말했을 뿐, '2배 인상'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딜러들은 사고 수리 입고율과 인증 중고차 매입률 확대 등을 요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이와 관련해서 한 페라리 딜러는 "사고 수리 입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고객의 차량을 들이받아야 한다는건가"라며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판매 실적이나 고객의 서비스 만족도 평가와는 다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노조 측은 FMK가 딜러와 서비스센터 직원들을 '갈라치기'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많은 인센티브를 가져가는 영업사원들의 수익을 깎고, 이를 서비스직 임금 인상분에 활용하려 한다고도 말했다. PDI 지원업무 강요, 휴일 긴급출동 업무에 대한 보상책 마련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영업과 서비스는 별개의 사업부인데, 특정 파트 직원들의 수익을 다른 조직의 임금 인상분에 활용한다는 전례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FMK가 짜놓은 시스템 안에서 노력을 통해 정당하게 얻은 이익이 과도하다고 판단된다면,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문제지 이럴 일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고용 승계해달라 vs 희망퇴직·타지역 발령

마세라티에서는 부산 지역 운영권을 놓고 양측이 충돌했다. FMK가 부산 사업권을 BMW코리아 딜러사 동성모터스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희망퇴직 또는 타지역 배치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희망퇴직을 전제로 2개월 치 급여 제공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희망자들을 대상으로 서울 등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내겠다는 제안도 덧붙였다.

마세라티 MC20 첼로 프리마세리에 리미티드 에디션
마세라티 MC20 첼로 프리마세리에 리미티드 에디션

다만, 부산 전시장 내부에서는 FMK 제안에 만족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보상이 충분하지 않고, 갑작스레 거주지를 옮기는 것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른 지역으로 발령되는 것에 대한 지원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페라리 측과 대우가 다른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판매 부진으로 급여와 인센티브 전반을 줄였고,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고통 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마세라티의 판매 실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2018년 1660대였던 판매량은 2022년 554대까지 떨어졌다. 그레칼레 출시를 통해 판매 확대를 꾀하고 있지만, 누계 실적은 151대에 불과하다. 공공연한 경쟁 상대로 지목한 포르쉐 마칸(814대)과 비교하면 더 초라하다.

#모기업 효성, 번 돈보다 배당이 더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FMK는 모기업 효성에 2년째 현금 배당을 하고 있다. 영업력이 약해지고 있고, 내부 갈등으로 뒤숭숭한 상황이지만 신차를 팔아 벌어들인 돈보다 많은 금액을 송금했다.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페라리 반포 전시장에 내걸린 현수막 (독자 제공)

금융감독원에 제출된 감사 보고서에 따르면, FMK는 지난 3월 작년 실적에 대한 결산 배당으로 효성에 10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FMK의 2022년도 영업이익(2억2037만6980원) 보다도 7억8000만원 가량 많다. FMK의 배당은 2021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로, 당시 효성은 영업이익 9억684만5784원 중 7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갔다.

업계는 FMK의 2년 연속 배당에 의구심을 품는다. FMK의 2021년 영업이익률이 0.3%, 2022년엔 0.1%로 간신히 적자를 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FMK가 보유 중인 이익잉여금이 360억원에 달한다곤 하지만, 적자를 간신히 면하고 있는 회사가 현금 배당을 단행하는 건 드문 일이다.

이렇다 보니 효성과 FMK 간의 특수 관계를 의심하는 이들도 있다. 효성그룹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은 FMK의 사내이사도 겸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너 일가가 효성그룹의 양대 주주이자 FMK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배당 안건 승인 과정이 이해 충돌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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