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의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된 '2023 포르쉐 월드 로드쇼'에서 신형 카이엔을 만나봤다. 2017년 출시 이후 무려 5년 만에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포르쉐 카이엔 S
포르쉐 카이엔 S

신형 카이엔은 외모 변화보다는 파워트레인과 인테리어 등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 실제로 앞쪽에서는 그릴을 감싸는 장식이 더해지고 보닛이 살짝 더 입체적으로 변한 것 외에는 변경점이 없다. 뒤도 마찬가지다. 테일램프가 살짝 더 얇아지고, 트렁크에 붙어있던 번호판이 범퍼 쪽으로 내려간 것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 

대신 세부적으로는 큰 발전이 있었다. 우선, HD 매트릭스 LED 헤드램프가 새로운 옵션으로 적용되었는데 한쪽당 3만2000여개의 픽셀이 1000단계로 밝기를 조절하며 마주 오는 차의 눈부심을 막아준다. 

포르쉐 카이엔 S
포르쉐 카이엔 S

실내 변화 역시 꽤 크다. 계기판이 기존 5서클 디자인에서 12.6인치 디지털 계기판으로 바뀌었고, 센터 콘솔에는 기어봉이 사라졌고 대신 스티어링 휠 오른편에 기어 노브가 탑재됐다. 조수석 앞에도 10.9인치 디스플레이를 추가할 수 있는데, 이 화면에는 특수 필름이 부착되어 운전석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전반적인 구성이 타이칸을 떠올리게 한다. 

심지어는 포르쉐의 상징이던 왼쪽의 시동 다이얼까지 타이칸처럼 버튼식으로 변했다. 전동화로 넘어가는 과정인 만큼 미리 바꾼다는 면에서는 이해가 가지만, 한편으로는 포르쉐만의 감성을 너무 일찍 버린 것 같아 아쉬움이 느껴졌다. 

포르쉐 카이엔 S
포르쉐 카이엔 S

실내를 간단하게 둘러본 후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이날 시승한 차량은 카이엔 S다. 왼쪽의 버튼을 누르니 엔진이 우렁차게 깨어난다. 

신형 카이엔 S는 기존의 V6 엔진 대신 4.0리터 V8 바이터보 엔진이 탑재되며 최고출력은 34마력 오른 474마력, 최대토크는 6.1kgf·m 오른 61.2kgf·m를 발휘한다. 전동화 시대가 다가오며 대부분의 제조사가 배기량을 낮추기에 급급한데 포르쉐는 반대로 더 큰 엔진을 넣는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스포츠카 브랜드로서의 고집일까. 

포르쉐 카이엔 S
포르쉐 카이엔 S

인스트럭터카를 따라 트랙에 진입했다. 주행 모드는 노멀. 낯선 차를 낯선 곳에서 운전하니 괜스레 스티어링 휠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노멀 모드의 카이엔 S는 아주 친절했다. 폭우가 내리는 서킷에서도 마치 갓 포장된 고속도로를 달리듯 평온함을 유지한다. 고저차가 심하기로 유명한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지만 부담스럽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롤링과 피칭을 적당히 허용하며 출렁이는 배처럼 나아간다.

포르쉐 카이엔 S
포르쉐 카이엔 S

비결은 어댑티브 에어 서스펜션이다. 이 서스펜션은 챔버와 밸브가 2개로 이뤄져 있는데, 각각 서스펜션이 눌리는 압축과 복원되는 리바운드를 맡는다. 덕분에 서킷에서도 부드럽고 안정적인 승차감을 유지해 준다.

차와 익숙해진 뒤에는 스포츠 플러스 모드를 체결해 봤다. 배기 플랩이 열리고 RPM이 높아지며 앞뒤로 으르렁거리기 시작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니 8기통 특유의 둥둥거리는 사운드가 고조되며 빠르게 속도가 높아진다. 

포르쉐 카이엔 S와 카이엔
포르쉐 카이엔 S와 카이엔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는 서스펜션이 차체를 내려 안정감을 높여준다. 롤링이나 피칭을 허용하는 폭 역시 현저하게 줄어든다. 다만, 스포츠카급의 균형감각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기본적으로 키가 크고 무거운 SUV인 만큼 조금만 속도를 높여 코너에 들어서면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한 가지 놀라운 점은 토크 컨버터 방식의 변속기가 탑재되었음에도 포르쉐가 자랑하는 PDK 못지않은 반응 속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변속되는 타이밍이나 체결되는 느낌 모두 매우 우수하다. 여기에 변속 충격마저 없으니 만족도는 더욱 높아진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지도 않았는데 어느덧 150km/h. "폭우만 내리지 않았더라면"이라는 아쉬움과 함께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포르쉐 카이엔
포르쉐 카이엔

신형 카이엔은 뛰어난 성능에 편안한 승차감은 유지한 채 한층 정교하게 다듬어지며 올라운더로서의 모습이 돋보였다. 스포츠카 브랜드의 차량은 장단점이 명확한 경우가 많은데, 카이엔은 눈에 띄는 단점이 없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하다. 아쉬운 건 이날 시승한 카이엔 S의 국내 출시 계획이 아직 없다는 점 뿐이다. 한국에는 3.0리터 V6 터보 엔진이 탑재되는 일반 카이엔과 카이엔 쿠페, 그리고 최상위 모델인 카이엔 터보 GT만 판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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