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스가 '슈퍼카의 성지'라고 불리는 서울 신사동 도산대로에 첫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고 본격적인 재진출에 나섰다. 지난 2013년 실적 부진으로 철수한 이후 10년 만이다. 처음 선보이는 차는 로터스의 마지막 내연기관차 에미라와 첫 SUV 엘레트라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좋다. 차량을 정식으로 소개하기도 전, 이미 470여명의 고객이 줄을 섰다. 로터스코리아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연말까지 600명 이상의 고객을 모을 계획이다. 아직 국내에서 생소한 고가의 차량이 이같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게 고무적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로터스는 어떤 매력적인 카드들을 내밀까. 로터스 아시아태평양 & 중동, 아프리카 지역을 이끌고 있는 댄 발머 총괄을 만나 직접 물었다.

로터스 아시아태평양 & 중동, 아프리카 지역본부 댄 발머 총괄 디렉터
로터스 아시아태평양 & 중동, 아프리카 지역본부 댄 발머 총괄 디렉터

Q. 10년 전 롤스로이스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이끌었다. 로터스에서 10년 만에 다시 아시아를 맡게 됐는데, 그 사이 아시아 시장은 어떻게 달라졌다고 보나

아시아 시장에서는 확실히 세대 변화가 일어났고, 고객층들이 훨씬 더 국제화됐다. 품질이나 가격, 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도 상당히 높아졌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성숙해 가는 시장이었다면, 지금은 단순히 신흥 시장을 넘어서 이미 유럽을 뛰어넘은 주력 시장이 됐다고 생각한다. 

Q. 럭셔리카의 대명사인 롤스로이스와 세계적인 스포츠카 제조사인 애스턴마틴에서 상당히 오래 근무했다. 로터스는 그 둘의 성격을 합친 것과 비슷해 보이는데, 근무해 보니 어떤가?

롤스로이스에서는 전통을 유지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특히, 어떤 고객이 럭셔리카를 원하는지를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애스턴마틴도 고객층 면에서는 롤스로이스와 비슷했다. 차이가 있다면 롤스로이스는 기업인들 위주였고, 애스턴마틴은 여가 생활이나 스포티한 삶을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는 점이다.

로터스에 합류하고 보니 많은 고객들은 이미 애스턴마틴이나 맥라렌과 같은 고가의 차량을 소유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로터스 브랜드 자체, 그리고 우리만의 디자인에 매료돼서 관심을 많이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Q. 인천 공항부터 숙소, 그리고 이곳 플래그십 스토어까지 오며 수많은 한국 자동차와 도로 환경을 보았을 텐데 어땠는가?

앞서 한국에 20번 정도 방문했는데, 최근 2년간 한국에 방문하며 전기차가 빠르게 늘어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전기차 번호판이 파란색이기 때문에 눈에 더 띄었던 것 같다. 택시까지 대부분 전기차로 운행된다는 점이 매우 큰 변화 같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 플래그십 전시장
로터스자동차코리아 플래그십 전시장

Q. 한국에 로터스 브랜드를 출범해야겠다고 결심한 이유가 궁금하다. 그동안 꽤 많은 수요가 있었음에도 출범하지 않았는데?

2년 전 로터스 아시아 총괄로 부임하며 한국 시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재시작하겠다는 마음으로 도전했다. 현재 신차 라인업이 계속 나오는 중인 만큼 적기라고 판단했다. 훌륭한 파트너사도 찾아야 했고 강남에 전시장을 꼭 내고 싶었기 때문에 2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Q. 본사에서 직접 로터스코리아를 설립하는 방법도 있었을 텐데, 코오롱모빌리티그룹과 손잡고 한국에 진출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만약 법인을 따로 냈으면 한국 진출까지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렸을 것이다. 코오롱같이 입지가 탄탄한 파트너사와 협업을 함으로써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고, 확장성 면에서도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다. 

서울 성수동 피치스 도원에 전시된 '로터스 엘레트라 R'
서울 성수동 피치스 도원에 전시된 로터스 엘레트라

Q. 오랜 경력의 엔지니어로 알고 있다. 한국 론칭 결정 후 시장 조사를 했을 텐데, 현재 한국 차들의 엔지니어링 수준이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기술적 측면에서나 디자인적 측면에서나 도드라지게 성장을 했고, 점점 더 프리미엄화되고 있다. 국산차 브랜드가 이러한 전략을 취하다 보니 이젠 오히려 수입차가 그 수준에 맞춰서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기술을 선도하는 시장 중 하나다. 항상 럭셔리카 브랜드들의 탑 10에 드는 시장이기도 하다. 이렇다 보니 엔지니어로서 로터스코리아 출범을 준비하며 도전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개선해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Q. 엔지니어의 관점에서 한국차 대비 로터스의 강점은?

아무래도 핸들링 측면에서는 우리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또, 승차감이나 주행의 다이내믹함도 앞선다. 앞서 로터스를 타본 고객들이나 미디어들이 큰 SUV(엘레트라)를 몰더라도 스포츠카를 타는 느낌이라는 얘기를 많이 했다. 이것이 정말 '로터스다운 것' 아닐까.

로터스 에미라

Q. 엘레트라와 에미라의 한국 사전계약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좋은 반응을 얻게 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브랜드의 힘인 것 같다. 한국 소비자의 경우 브랜드에 대해서 해박하고, 고유의 스토리에 대한 이해도가 매우 높다. 미국이나 중국 등 여러 국가에서 신규 브랜드가 계속 나오는데도 로터스가 선택받은 것도 그 이유 같다. 여기에 로터스만의 기술력과 디자인이 더해지며 한국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Q. 하지만 사전계약 이후 고객 인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다. 에미라는 내년 상반기, 엘레트라는 내년 하반기인데?

플래그십 스토어를 런칭하며 비로소 시설을 갖추게 됐다. 이곳에는 라운지도 있고 바도 있어서 고객에게 다가가기 적합하다. 

차량이 실제로 인도될 때까지 여러 활동도 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날씨가 좀 따뜻해진 다음에는 고객들이 실제로 우리의 차를 몰아볼 수 있는 드라이빙 이벤트도 준비하고 있다. 

로터스 타입66
로터스 타입66

Q. 기존 로터스는 경량 스포츠카라는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었는데, 전기차 시대를 맞으며 배터리 때문에 경량화는 어려워 보인다.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확립할 것인가? 아니면 전기차임에도 경량화를 이뤄낼 것인가?

로터스는 경량이라는 콘셉트와 항상 함께했다. 다만, 우리의 75년 역사를 살펴보면 늘 경량에만 초점을 맞췄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처음으로 경주용 차와 도로 주행용 차에 공기 역학을 적용한 브랜드다. 또한, 모터스포츠에 카본 파이버를 도입한 브랜드이기도 하다. 우리는 경량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도 혁신을 많이 일궈낸 브랜드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가벼운 것도 중요하지만, 기술이나 커넥티비티,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자율주행 시대에도 혁신할 수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을 할 것이다. 

다만, 경량화를 버리는 것은 아니다. 가장 가벼운 SUV를 만들겠다는 열정이 아직 남아있다. 가벼운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도 계속된다.

Q. 최근 포르쉐나 페라리를 비롯한 스포츠카 브랜드들이 연이어 SUV를 출시하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전략을 구사한다. 로터스의 최신 신차를 보면 행보가 비슷해 보이는데. 기존의 유니크한 정체성에서 벗어나서 볼륨을 키우기 위함인가?

그렇다. 이전까지 로터스는 작고 가벼운 차로 틈새시장을 공략해 왔다. 그러나 이제 고객들의 수요가 변하고 있다. 좀 더 실용성이 높은 차를 원하고, 다양한 기능을 원한다. 우리는 고객의 니즈가 변화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앞으로 더욱 일상생활에 적합한 차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라인업을 구축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판매량을 늘려야 한다. 이것이 로터스 브랜드를 유지하고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이 아닌가 싶다. 

로터스 엘레트라 옆에 서 있는 아시아태평양 & 중동, 아프리카 지역본부 댄 발머 총괄 디렉터와 마이크 존스톤 부사장
로터스 엘레트라 옆에 서 있는 아시아태평양 & 중동, 아프리카 지역본부 댄 발머 총괄 디렉터와 마이크 존스톤 부사장

Q. 엘레트라는 350kW 초급속 충전이 가능한 차량이다. 한국에도 호환되는 충전소를 구축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로터스 고유의 슈퍼 차징 시설을 구축하려고 한다. 이미 해외 시장에는 가정용 충전기를 비롯해 급속 충전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몇 가지 법적인 절차와 승인을 남겨두고 있다. 당장 바로 도입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충전 시설 확충도 고려하고 있다. 첨단 기술도 많이 곁들이려 한다. 예를 들면 최적의 온도에서 충전할 수 있도록 수냉식 충전을 비롯해 여러 기능들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Q. 국내 서비스 네트워크는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확장할 계획인가? 

이곳 강남 전시장 외에도 경기도 고양에 서비스 센터를 설립할 계획이다. 고양에는 바디샵을 비롯해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로터스 차량이 한국에 들어올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2024년이나 2025년 이후 전국적인 서비스망을 갖출 예정이다. 

로터스 에미라 GT4
로터스 에미라 GT4

Q. 로터스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모터스포츠다. 최근 한국의 CJ슈퍼레이스가 GT4 클래스를 신설했는데, 로터스도 GT4에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전개할 계획이 있는가?

모터스포츠 마케팅을 할 생각이 분명히 있다. 사실 지난주에 에미라 GT4가 마카오 그랑프리에 처음 출전했는데, 1등과 2등을 모두 차지했다. 해당 팀이 에미라 GT4를 직접 구매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에서도 커스터머 레이스팀이 에미라를 구매한다고 하면 우리도 얼마든지 지원할 계획이다. 

Q. 최대주주가 중국의 지리그룹이다. 마찬가지로 지리그룹을 최대주주로 두고 있는 폴스타가 최근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폴스타4 생산을 확정했는데, 로터스는 한국 생산 계획이 없나? 현재 생산공장이 중국에 있어 미국 판매가 어려울 텐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은 계획이 없다. 현재 영국과 중국에 공장이 있는데, 두 곳 만으로도 현재 우리의 수요가 충족되는 상황이다.

다만, '아예 안 할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미국 진출을 염두하고 있는데, 한국은 미국과 FTA가 체결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항상 여러 옵션을 테이블에 두고 고민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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