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에 1.6리터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탑재된다는 소식에 걱정이 앞섰다. 크고 무거운 덩치를 끌기에는 다소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접 시승해 보니 '카니발=디젤'이라는 공식을 바꿔도 좋을 만큼 만족도가 높았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하이브리드 특징 덕분에 카니발의 고질병(?)이었던 승차감 문제가 대부분 해결됐다는 점이다. 물론, 그만큼 비싸진 가격은 고민이지만, 한번쯤 도전할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4세대 카니발 하이브리드(좌)와 카니발(전기형) 디젤
4세대 카니발 하이브리드(좌)와 카니발(전기형) 디젤

4세대 카니발은 정말 잘 만들어진 차다. 여기서 더 발전이 필요한가 싶을 정도로 강점이 뚜렷하다. 3세대 카니발과 비교하면 더 그렇다. 단번에 차체와 섀시의 강성, 스티어링휠 조향 감각을 비롯해 전반적인 승차감까지 크게 발전했다.

한가지 아쉬움이라면 대다수 소비자가 선택하는 디젤 모델만의 한계가 명확했다는 점이다. 디젤엔진은 엔진 특성상 회전수 가용범위가 넓지 않다. 여기에 터보차저를 쓰는 만큼 단번에 최대토크가 만들어지는데, 제한적인 회전수로 인해 최대토크 유지 구간도 짧다. 당장 카니발 디젤의 엔진 제원만 봐도 최대토크가 1750rpm에서 만들어진 후 2750rpm까지만 유지된다. 저회전에서 뜸 들이다가 최대토크가 확 쏟아지고 얼마 못가 다시 수그러든다는 것이다.

다인 승차환경을 가진 대형 SUV나 미니밴들이 디젤 대신 대배기량 가솔린 엔진을 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급격한 토크 변화는 탑승자들에게 불쾌한 승차감을 전달한다. 반면 여유로운 배기량을 가진 가솔린 엔진은 출력과 토크가 부드럽게 발휘돼 한층 고급스런 동력 전달 감을 만든다. 디젤보다 소음과 진동 면에서 앞선다는 장점도 있다. 때문에 대다수 소비자는 가솔린 미니밴에 탑승하면 승차감이 더 좋거나 고급스럽다고 느낀다.

하지만 배기량으로 세금을 산출하고, 유류비가 비싼 한국 특성상 대배기량 가솔린 모델은 인기가 없다. 그래서 대안으로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나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지금도 1년 정도는 대기해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인 상황에서 카니발에 하이브리드가 새롭게 출시된 것이다.

현대가 일자(ㅡ) 램프 디자인을 밀고 있다면 기아는 기역(ㄱ)자 형태 램프로 통일시키고 있다. 모닝부터 시작된 디자인이 쏘렌토를 거쳐 카니발까지 이어진 점이 재미있다. 전기형 카니발의 디자인 만족도도 높았지만, 이번 변화는 또 새로운 느낌으로 좋다. 얇은 형태의 램프가 전달하는 미래지향적인 느낌이랄까?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소비자 반응도 좋으니까 합격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이외에 휠 디자인이 EV9과 동일한 형태로 변경됐다.

실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새로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커브드 형태로 배치됐다. 전기형 모델에 있었던 계기판 상단 커버는 이번에 완전히 사라졌다.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ccNC)의 탑재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범위가 제어기 영역까지 확장됐다. 전기차 시대에 접어들었음에도 아직도 이 기능을 지원하는 브랜드는 많지 않다.

반면 계기판은 ccNC 탑재 이후 너무 단순해졌다. 흑백 배경 화면에 숫자만 덩그러니 표현되는 모습이 너무 심심해 보인다. 물론 장점은 있다. 운전자가 복잡해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12.3인치 크기의 화면을 그냥 썩히는 느낌이다. 최근 포드는 인포테인먼트 그래픽 향상을 위해 게임 엔진을 쓰기 시작했을 정도다. 지금 현대 기아는 디자인 적으로 뭔가 반대로 가는 느낌이다.

나머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센터페시아 하단 터치패널은 공조 장치와 내비게이션 관련 메뉴가 하나로 통합됐다. 확실히 전기형 보다 깔끔한 모습인데 조작을 위해 한 번 더 터치해야 하는 과정이 생긴다는 점은 불편하다. 이외에 새로운 기능으로 카메라를 기반으로 한 리어뷰 미러, 자외선 소독이 가능한 콘솔, 지문인식 센서 등이 추가됐다. 물론 옵션으로 추가하거나 상급 트림을 선택해야 누릴 수 있는 기능들이다.

주행에 앞서 간단하게 파워유닛부터 확인을 해보자. 엔진은 4기통 1.6리터 터보 구성이고 엔진과 6단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가 추가된 병렬형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엔진은 180마력과 27.0kgf.m의 토크를, 모터는 73마력과 31.0kgf.m의 토크를 발휘한다. 시스템 출력 245마력과 최대토크 37.4kgf.m를 만들어낸다. 쏘렌토 하이브리드 대비 10마력 높아지고 1.7kgf.m 강해진 토크에 해당한다.

가솔린 및 디젤과 함께 비교한 결과는 위와 같다. 출력은 가솔린보다 낮지만 디젤보다 여유롭고 최대토크 부분도 3.5 가솔린보다 높기 때문에 수치적인 아쉬움은 나오지 않는다.

시동을 걸어도 엔진이 당장 깨어나지 않기에 실내는 잠잠하다. 먼저 하이브리드 모터 활용성부터 확인해 봤다. 시속 10~20km 정도에서 엔진이 개입하는 모습을 보인다. 여기서 전기모터를 잘 쓰지 않아 기술력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는다. 토요타와 달리 현대 기아의 병렬형 하이브리드는 EV 모드 이용보다 엔진 부하를 최소화해 연비를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성격이 다를 뿐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설명하면 풀하이브리드는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 장거리 주행에 초점을 맞출 것인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도심 주행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 대표는 르노 XM3 하이브리드를 꼽을 수 있다. 2개의 전기모터에 물리 변속기까지 추가시켜 저속 주행 환경에서는 전기차처럼 이용 가능하다. 물론 이때 연비도 가장 높다. 반면 현대 기아의 병렬 하이브리드는 고속도로와 같은 장거리 환경에서 최고의 연비를 만들도록 개발됐다. 그리고 어떤 환경이든 고른 연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토요타의 직병렬 하이브리드다.

디젤 모델의 아쉬움은 순간적인 토크 변화를 통한 승차감 저하였다. 하지만 하이브리드 모델은 이 부분에서 자유로웠다. 부드럽지만 힘의 부족은 느껴지지 않았다. 3.5 가솔린과 비교해도 아쉽지 않은 감각이다.

당장 엔진의 최대토크가 1500rpm부터나와 4500rpm까지 유지된다. 사실상 일상적인 이동 환경에서 엔진은 항상 최대토크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과 같다. 여기에 전기모터는 전류가 흐르는 순간 최대토크를 만들어낸다. 그만큼 디젤보다 한층 부드러운 움직임 만들어내기 쉽다는 것이다. 확실히 이 부분은 운전자보다 뒷좌석 탑승자들이 좋아할 듯하다.

그럼에도 한 가지 의문이 든다. 힘이 부족하지 않은 지다. 아무래도 배기량이 1.6리터에 불과하다는 점이 걱정을 만든다. 그래서 카니발 하이브리드와 카니발 디젤을 동일한 장소에서 가속 시험을 진행했다. 결과는 다음과 같다.

우려와 달리 디젤보다 가속 성능에서 앞선 것으로 확인됐다. 1.6리터라는 편견만 갖지 않는다면 일상 주행을 비롯해 큰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답답하지 않은 성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가 신형 카니발 하이브리드에서 강조하는 내용은 크게 3가지다. 하이리무진용 쇼크업소버 탑재를 통한 승차감 개선, 하이브리드 모터 이용한 전용 기술, 마지막으로 정숙성 향상이다.

승차감부터 확인을 해봤다. 새로운 쇼크업소버와 일부 서스펜션 구성이 달리진 것에 대해 어느 정도 느낌을 전달할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먼저 노면으로부터 충격이 발생했을 때 기존모델 대비 쇼크를 처리하는 부분이 보다 매끄러워졌다. 날카롭게 치고 들어오지 않고 어느 정도 뭉툭한 느낌으로 처리하는데, 미묘하지만 전기형 모델과 반복해서 비교를 해보면 어느 정도 명확하게 성격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차량에서 느껴지는 흔들림도 미묘하게 감소했다. 차량이 한쪽으로 기울었을 때 원래 자세로 되돌아가는 시간도 빨라졌다. 전반적으로 피칭이나 롤에 대해 조금 더 단단하게 잡아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여러 명이 탑승해 무게가 실린 환경이라면 조금 더 큰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듯하다.

의외인 부분은 뒷좌석 승차감이다. 전기형과 후기형 모두 나름 좋은 승차감을 전달하는데, 후기형 모델이 유독 시트에서 진동이 많이 전달된다. 정확히 쿠션보다 헤드레스트에서 많은 진동이 느껴졌다. 뒷좌석에 앉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이 부분이 더 거슬렸다. 이러한 문제는 7인승 모델에 적용되는 전용 독립 시트에서만 나오거나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하이브리드 모터를 이용한 전용 기술 부분은 이미 현대 기아의 다양한 하이브리드 모델에 탑재되어와 익숙하다. E-핸들링, E-라이드, E-EHA가 대표적이다. 모두 주행 상황에 맞춰 전기모터를 미묘하게 제어해 이상적인 움직임을 만들도록 돕는 기술들이다.

이중 E-라이드는 체감하기 쉽지 않다. 방지턱을 넘는 과정에서 전기모터의 개입을 통해 차량의 흔들림을 억제한다는 개념인데, 일반 카니발과 함께 비교해도 단번에 확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기 힘들다.

대신 E-핸들링의 만족감은 크다. 코너 진입에 앞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모터는 회생제동량을 늘려 무게중심을 전륜에 집중시켜 준다. 코너 진입 이후 탈출하는 과정에서 가속페달을 밟으면 모터의 출력과 토크를 적극 이용해 빠르고 매끄러운 힘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보다 터보랙 감소 효과가 꽤 크다. 요즘 터보 기술이 좋아졌다지만 분명 터보랙은 존재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굼뜬 엔진 반응 때문에 답답할 수 있는데, 이때 전기모터가 적극적으로 차량을 밀어주면서 운전자의 답답함이 해소된다. 물론 그렇다고 카이발에서 슈퍼카급 리스펀스를 기대하면 안 된다. 답답했던 터보랙을 감각적으로 해소시켜준다고 이해하면 된다.

전기모터를 이용한 기술들을 바탕으로 카니발이 기존 대비 엄청난 변화를 한 것은 아니다. 대부분 소비자는 느끼지도 못하고 넘어갈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작은 차이가 모여 큰 차이를 만들어내는 소비재다. 작은 차이지만 분명 카니발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라는 것이다. 전기모터를 이렇게 정밀하게 제어해 승차감이나 핸들링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력도 높이 살 필요가 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의 정숙성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조용하지만 시끄럽다. 먼저 전기형 디젤 모델과 비교한 정숙성 결과부터 보자.

당연한 결과지만 하이브리드가 더 조용하다. 각종 흡음·차음재 사용이 늘었고 시끄러운 디젤 대신 가솔린 엔진을 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속 주행을 하는 경우다. 추월 가속을 하는 등 힘을 끌어내기 시작하면 엔진이 꽤 우렁차게 돌기 시작한다. 듣기 좋은 소리가 들리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회전 질감이 좋지도 않을뿐더러 고회전 영역에서 엔진이 터질 것 같은 불안한 소리를 만들어낸다. 디젤처럼 원래 시끄러운 것이 아니라 조용하다가 갑자기 시끄러워지니 꽤 걸리적거린다.

정체 구간부터 고속도로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주행을 마친 후 연비도 비교했다. 발진 가속 테스트도 여러 차례 진행했기 때문에 연비는 공인 복합연비 대비 낮은 수준을 보였다. 그럼에도 하이브리드는 디젤보다 약 13% 가량 높은 효율을 보였다. 단순히 연비만 좋은 것이 아니라 승차감을 비롯해 다양한 환경의 정숙성도 만족스러웠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운전자부터 뒷좌석 탑승자까지 충분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미니밴이다. 우려했던 힘 부족은 없었고, 오히려 디젤보다 만족스러운 가속 성능까지 갖췄다는 것도 확인했다. 디젤과 하이브리드를 고민했던 소비자라면 충분히 하이브리드 구입을 추천할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았다.

다만 가격이 걸림돌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3.5 가솔린 대비 455만원, 디젤 대비 260만원 비싸다. 1종 친환경차 인증을 받지 못해 세금 혜택도 받지 못한다. 260만원을 아끼고 디젤을 구입할지, 돈을 더 들여 하이브리드 구입 후 유지비 이득을 볼 것인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이를 계산해 보기로 했다. 먼저 1년 2만km 주행한다고 가정했다. 카니발 하이브리드는 연간 세금 29만원 정도만 내면 되고 디젤은 56만원 정도 지불해야 한다. 공인 복합연비 기준으로 하이브리드 모델 유류비는 연간 약 227만원, 디젤은 약 231만원이 든다(12월 3째주 유가 기준). 세금과 유류비를 포함한 유지비는 하이브리드가 디젤 대비 연간 30만원 정도 절약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하이브리드 구입을 위해 추가 지출한 260만원을 보상받기 위해서는 10년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할 필요가 있다. 당장 시승 차만 해도 5700만원이 훌쩍 넘는다. 카니발을 단순히 ‘아빠차’라고 하기에 너무 비싸졌다. 아빠 허리가 휠 수 있을 정도로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카니발은 ‘역시’라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들었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카니발 구입을 원하는 소비자는 카니발 디젤의 프레스티지 트림을, 보다 부드럽고 고급스러움을 느끼고자 하는 소비자는 하이브리드 노블레스 트림 선택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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