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그룹이 2차 ‘형제의 난’으로 시끄러운 연말을 보내고 있다. 2020년 1차 형제의 난 후 3년만이다. 가족 얼굴에 먹칠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선행매매 의혹까지 받고 있어 조현식 고문과 조희경 이사장, MBK파트너스 입지만 좁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오히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조현범 회장이 조양래 명예 회장과 기관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사실만 재확인됐다.

#2차 형제의 난… 아버지와 시장은 조현범 회장 편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2차 형제의 난은 12월 초 장남 조현식 고문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함께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면서 불거졌다. 이 과정에서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과 차녀 조희원씨까지 조 고문과 MBK 측으로 합세해 세를 불렸다. 조현범 회장의 42.03% 지분을 넘어서기 위함이다.

아버지 조양래 명예회장은 물론 시장까지 조현범 회장 편이었다. 논란이 확대되자 조 명예회장은 지난 7일 장내 매수 방식으로 한국앤컴퍼니 주식 258만 3718주를 사들였다. 주당 평균 매수가는 2만 2056원으로, 총 570억원어치 규모다. 4.41% 지분이 조현범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추가됐다. 그뿐만 아니라 큰아버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이끄는 효성첨단소재(0.75%)도 돕고 나섰다.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국야구르트 보유분 1.5%까지 더하면 조현범 회장측은 50%에 육박하는 규모를 확보하게 됐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2일 청약 마감 후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밝혔다. 공개매수 실패를 인정한 셈이다.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율은 목표치 절반에도 못 미치는 9% 내외로 알려졌다. 사실상 2차 형제의 난이 종식된 것이다. 경영권 다툼 과정에서 조현범 회장의 입지는 도리어 확고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논란은 조희경 이사장으로… 기부 없이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사익화?

주식 공개매수가 사실상 실패로 끝나자,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 이사장은 “매년 15억~20억 원씩 출연하던 사업비 지원을 중단했다”며 “2년 전부터 정상적인 사회 공헌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한국타이어나눔재단 회계 공시에 따르면 2022년부터 사업비 지원액이 연간 5000만원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에 한국앤컴퍼니측은 “조양래 명예회장과 회사는 매년 20억 이상씩 꾸준히 기부를 해왔으나, 조희경 씨는 지난 5년간 재단에 금전적 도움을 준 것이 거의 없다”면서 실제 기부금 명단까지 공개했다. 명단에 따르면 조희경 이사장은 한국타이어나눔재단에 2022년 5천만원, 함께걷는아이들은 2020년과 2021년 각각 1320만원만 기부한 것이 전부다.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재산이 1600억원이 넘고 지난 10년간 받은 배당금만 해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부를 축적했지만 정작 기부활동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국앤컴퍼니는 “한국타이어나눔재단은 2018년 조희경 씨가 재단 이사장을 맡은 이후, 이사진들을 교체하고 사익 집단화됐다”면서 "이제 회사와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서 “별도의 재단을 만들어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라면서 “재단에 한국타이어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식 먹튀가 목적이었나… 한국앤컴퍼니 "MBK 공개매수 발표 전 주가 이상 급등”

한국앤컴퍼니측은 주식 선행 매매 의혹도 제기했다. MBK파트너스 주식 공개매수 발표 전 비정상적인 선행 매매가 있었다며 금융 당국에 정식 조사를 요청하기로 했다. 경영권 싸움처럼 포장했지만 사실은 단기적으로 주식을 상승시킨 뒤 차익실현 하는 것이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한국앤컴퍼니는 “MBK의 공개매수 발표일(5일) 이전에 한국앤컴퍼니의 주식거래량과 주가가 과거에 비해 이상할 정도로 급등했다”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 정보 유출에 의한 선행 매매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조사 요청 배경을 설명했다. MBK와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 측의 누군가가 공개매수 계획 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개인적 이득을 취한 게 아닌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도 더했다. 한국앤컴퍼니는 MBK의 공개매수에 대해 “MBK 공개매수 계획은 최소 수량이 매수에 응하지 않으면 단 1주도 매입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면서 “투자자들은 매우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 사모펀드의 단기적인 이벤트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이번 MBK의 공개매수 발표 이전에 벌어진 선행 매매 의혹에 대해서는 금융 당국에 정식으로 조사를 요청해 유사한 혼란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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