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CES가 시작됐다. 포드, GM, 스텔란티스가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등을 이유로 불참했고, 토요타까지 건너뛰면서 규모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300여가지 기업들이 참석해 미래 모빌리티 신기술을 공개하면서 어느때보다 다채로운 내용으로 가득했다. 전기차만 집중되지 않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024 CES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수소와 소프트웨어로의 대전환'을 주제로 비전을 공개했다. 먼저 수소 에너지의 생산부터 활용까지 아우르는 솔루션을 소개했다. 또 사람·모빌리티·데이터·도시를 연결하는 생태계 구축 계획 등을 소개했다. 소프트웨어 및 인공지능(AI) 활용으로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고, 수소에너지를 통한 환경오염 저감과 동시에 에너지 사용의 평등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취지다.

특히 사용자 중심의 최적화된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소프트웨어와 AI의 중요성을 강조, 그룹 중장기 전략인 SDx (Software-defined everything)를 발표했다. SDx는 모든 이동 솔루션과 서비스가 자동화, 자율화되고 끊김없이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각자의 필요와 목적에 따라 가장 최적화된 이동을 경험할 수 있다.

사용자 편의를 높이기 위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강화 계획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먼저 차량용 앱마켓 구축을 통해 외부 개발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킬러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를 공유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한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와 AI 내비게이션을 적용, 사용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차량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사용자 경험도 구현할 계획이다.

# 기아

기아 PBV 라인업 (왼쪽부터) PV1, PV5 베이직, PV5 딜리버리 하이루프, PV7
기아 PBV 라인업 (왼쪽부터) PV1, PV5 베이직, PV5 딜리버리 하이루프, PV7

기아는 단계별 PBV 로드맵을 공개했다. 2025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해 차량 호출과 배달, 유틸리티 등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라이프 모듈을 교체할 수 있는 컨버전 기능을 탑재한다.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와 경로, 정보 등 외부 데이터 간 연결성을 강화해 여러 대의 차량을 동시에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기아는 중형 PBV에 이어 대형과 소형 PBV 라인업을 순차 출시해 대형 물류 회사나 모빌리티 기업, 개인 사용자로 영역을 확대한다. 이 단계에서 디지털 제어와 자율주행 기술을 본격 적용한다. 인공지능(AI) 기반 차량 관제와 관리 지원으로 데이터 연결 범위도 확대한다.

장기적으로는 PBV를 개인의 기호와 목적에 따라 맞춤 제작하는 비스포크 모빌리티 솔루션 형태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이같은 로드맵을 통해 기아 PBV는 자율주행,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로보틱스, 에너지 그리드 등의 미래 기술과 현대차그룹의 SDV 전략과 연계한 PBV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목표다.

# 메르세데스-벤츠

메르세데스-벤츠 CLA 컨셉트
메르세데스-벤츠 CLA 컨셉트

메르세데스-벤츠는 차세대 CLA 컨셉트를 공개했다. 지난해 9월 유럽에서 공개 이후 북미시장 공개는 처음이다. 벤츠가 추구하는 미래지향적 이미지를 담고 있으며, 그릴을 비롯해 헤드램프 부분까지 벤츠 로고로 형상화 시킨 것이 특징이다.

벤츠의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인 MMA(Mercedes-Benz Modular Architecture)를 바탕으로 제작되는 첫번째 전기차가 된다. 실리콘 음극재 사용과 800V 시스템 적용으로 배터리 성능을 크게 늘린 것이 특징이다. 유럽 기준 1회충전 주행거리는 750km에 이를 것으로 알려졌다. 실내는 대시보드 좌우가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그래픽은 물론 더욱 강화된 음성 비서 기능도 탑재된다.

# BMW

BMW는 다양한 신기술을 들고 나왔다. 웨어러블 증강현실(AR) 글래스는 경로안내는 물론 위치 경고와 엔터테인먼트 컨텐츠, 충전소 정보, 주차 등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것이 가능하다. 기술 스타트업 엑스리얼(XREAL)과 연구 협력을 통해 개발됐으며, 운전자의 드라이빙 경험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BMW OS 9도 공개됐다.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차량용 온디맨드 기능 뿐만 아니라 음악, 뉴스, 게임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서드파티 앱을 이용할 수 있다. 차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더 많아지며 향후 별도의 컨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발레오(Valeo)와 공동 개발한 원격 주차 기능을 탑재된다. 운전자가 지정된 하차 구역에 차량을 맡기기만 하면, 차량이 스스로 빈 주차 공간을 검색하고 해당 공간에 주차를 완료한다. 주차 공간을 스스로 빠져나와 운전자가 차량을 수령할 수 있도록 픽업 구역까지 이동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BMW iX의 원격 주차 기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원격 조작은 낯설고 복잡한 주차 환경 등 완전 자율주행 시스템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완벽한 제어를 가능하게 하는 만큼 향후 행사장이나 공항, 물류 부문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BMW 그룹과 아마존은 알렉사 대규모 언어 모델(LLM) 기반의 생성형 AI를 탑재한 BMW 지능형 개인 비서(BMW Intelligent Personal Assistant)도 공개했다.

# 폭스바겐

챗GPT가 탑재된 신형 골프 GTI
챗GPT가 탑재된 신형 골프 GTI

생성형 인공지능 챗GPT가 폭스바겐에 탑재된다. 폭스바겐은 음성 인식 기술 파트너사인 세렌스(Cerence)와 함께 챗GPT가 적용된 지능형 음성비서 '아이다(IDA) 음성 어시스턴트' 탑재 차량을 공개했다. 폭스바겐은 이러한 지능형 음성 비서 기능과 챗GPT를 통합한 차량을 올해 2분기부터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챗GPT는 IDA 음성 어시스턴트와 응답하는 방식으로 인포테인먼트나 내비게이션, 에어컨 등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ID 3, 4, 5, 7과 티구안, 골프 모델 등에 적용된다.

폭스바겐 신형 골프 GTI
폭스바겐 신형 골프 GTI

신형 골프 GTI는 현행 8세대의 부분변경 모델이다. 내연기관 엔진을 탑재하는 마지막 골프 GTI로 예정돼 있다. 차세대 골프 GTI는 전기차 ID.GTI가 대체한다. 연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되며, 국내 출시 시점은 미정이다.

실내는 이전(10인치)보다 커진 12.9인치 디스플레이가 눈에 띈다. 스티어링휠에 자리했던 터치 방식의 버튼은 물리 버튼으로 변경됐다.

# 빈패스트

베트남 빈그룹 산하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는 CES를 통해 전기 픽업 콘셉트카와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VF3’ 등을 최초 공개했다. 차량에 새로운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합한 순수 전기 SUV인 VF9도 전시했다.

# 인피니티

인피니티 QX80 모노그래프 컨셉트
인피니티 QX80 모노그래프 컨셉트

국내에서 철수한 인피니티는 2025년 공개할 QX80 컨셉트카를 공개했다. 특징적인 부분은 미국 유명 오디오 업체 클립쉬(Klipsch)의 사운드 시스템을 자동차 최초로 탑재된다는 것. 스피커만 24개고 24채널 앰프가 탑재될 예정이다.

# 보쉬

보쉬 오토 발레 충전
보쉬 오토 발레 충전

보쉬는 이번 CES에서 '오토 발레 충전' 기술도 공개했다. 전기차가 충전 공간이 마련된 빈 주차 공간으로 스스로 운전해 충전까지 마무리하는 기술이다. 스마트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인간의 추가 개입 없이 충전을 시작하며, 충전이 완료되면 주차장 내 빈 공간으로 다시 무인 주행한다.

반도체 소재 사업에도 투자를 이어간다. 보쉬는 2021년부터 독일 로이틀링겐에 위치한 웨이퍼 팹에서 자체 개발한 공정을 통해 실리콘 카바이드(SiC)칩을 생산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로즈빌에 위치한 웨이퍼 팹에는 15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오는 2026년 미국에서 SiC칩 생산을 시작하고, 향후 몇 년 안에 생산량을 10배 늘리는 것이 목표다. SiC 칩은 전기차 에너지 손실을 최대 50% 줄여줘 주행 거리를 늘려주고 충전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준다. 평균적으로 실리콘 기반 칩을 사용할 때보다 주행 거리가 최대 6% 더 늘어난다.

보쉬는 수소를 전 세계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는 핵심 에너지원으로 규정하고, 다양한 수소 기술에 광범위하게 투자하기로 했다. 최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대량 생산이 시작된 모바일 연료 전지의 경우, 대형 차량용 파워트레인 시스템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미 유럽·미국·중국의 트럭 제조 업체들로부터 첫 수주를 따냈다. 보쉬는 연료를 전기가 아닌 직접 에너지로 변환하는 수소 엔진용 부품도 개발 중인데, 올해 내로 수소 엔진을 선보일 예정이다.

# 콘티넨탈

콘티넨탈 크리스탈 센터 디스플레이
콘티넨탈 크리스탈 센터 디스플레이

콘티넨탈은 세계 최초로 크리스탈 센터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크리스탈 센터 디스플레이는 프레임 없는 반투명 외관의 디스플레이 방식으로 제작됐다. 마이크로 LED 기술을 바탕으로 높은 밝기를 제공하면서 크리스탈 본체에 부착돼 콘텐츠가 공중에 떠있는 것 처럼 보이도록 만들었다.

이 디스플레이는 스와로브스키 모빌리티와 공동 개발했다. 콘티넨탈은 디스플레이 자발광 픽셀과 특별한 연마 기술을 적용해 최고의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기 위해 힘썼다고 설명했다.

# 소니

소니 아필라 컨셉트
소니 아필라 컨셉트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의 컨트롤러로 향후 출시될 아필라(Afeela)를 무대 위로 올리는 퍼포먼스를 보였다. 2023 CES에서도 공개했던 모델이지만 각종 센서들의 성능을 강화시켜 보다 양산형 모델에 가깝게 완성도를 높였다.

다수의 협업도 발표되었다. AI 기술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에저 오픈 AI (Auzre Open AI) 서비스를, 사용자 경험에서는 에픽 게임즈의 언리얼 엔진 3.5를 적용한다. 차량 개발에 있어서는 그란 투리스모로 알려진 폴리포니 디지털과의 협업을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혼다와 협력을 통해 개발 중인 아필라는 2025년 사전 계약 실시 이후 2026년 1분기 북미시장부터 판매될 예정이다.

# 삼성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후 최초로 삼성전자 전시장 안에 하만 전장 제품을 전시했을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하만은 자동차 중심의 소비자 경험(Consumer Experiences. Automotive Grade)이라는 주제로 차별화된 차량 내 경험을 위한 새로운 전장 분야 기술과 카오디오 체험을 제공한다.

하만은 삼성 Neo QLED TV 기술을 접목한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삼성 헬스 기능을 자동차 시스템에 적용해 운전자 맞춤형 안전운전을 지원하고, 차량내 운전환경을 최적화할 수 있는 AI 기술 등 삼성전자와 기술적 시너지를 선보인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홈-모바일-모빌리티가 매끄럽게 연결되는 사용자 경험을 강화할 예정이다.

# LG

LG전자는 미래 모빌리티를 개인화된 디지털 공간(Personalized Digital Cave)으로 재정의하고 전시관 내에 LG 알파블존을 마련한다. 알파블은 LG전자의 미래 모빌리티 비전을 한데 모은 컨셉트카다.

변형, 탐험, 휴식을 테마로 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시하고, 탑승객의 컨디션과 상황에 맞춰 집처럼 휴식을 취하거나 사무실처럼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 플렉서블, 투명 등 다양한 폼팩터를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기술과 가전 기술 및 솔루션을 활용했다.

LG전자는 LG 알파블존에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전기차 충전기와 관제 솔루션인 ‘e-Centric’을 함께 전시하며 전기차 충전 솔루션도 선보였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