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가 2024 도쿄 오토 살롱에서 부분 변경한 2024년형 GR 야리스를 공개했다. 새로운 기술을 더해 더욱 강력한 성능을 만들고 디자인 변화를 통해 이전보다 더매력적으로 진화했다. 뿐만 아니라 새로 설계한 8단 자동 변속기도 추가했다. 서킷에서 빠른 기록을 내는 것은 물론 랠리카 성격도 갖췄기 때문에 운전 재미가 높을 것으로 기대 받고 있다. 하지만 북미 모델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한국토요타 성격 상 국내 출시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토요타에 따르면 GR 야리스는 2020년 출시 후 유럽에서만 1만 9000대 이상이 판매됐다. 소비자 만족도는 99%에 이를 정도다. 특징적인 것은 판매된 거의 모든 GR 야리즈가 하드코어 버전인 ‘서킷’ 트림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반영한 토요타는 이번 부분 변경 모델을 서킷 트림으로만 적용할 예정이다.
엔진 성능부터 강해졌다. 268마력과 37.8kgf.m를 발휘했던 3기통 1.6리터 터보 엔진은 이제 무려 300마력과 40.8kgf.m를 낸다.
출력 증대보다 신경 쓴 부분은 내구 성능이다. 1.6리터라는 저배기량 엔진이 300마력을 버텨낼 수 있을까 내심 걱정된다고? 그래서 내구성에 많은 공을 들였다. 서브 라디에이터를 추가하고 인터쿨러에 액체를 분사 시켜 냉각 성능을 키우는 스프레이 시스템 성능도 높였다. 인테이크 형상을 바꾸고 밸브 샤프트도 강화했다. 새로운 소재로 제작된 배기 밸브, 더욱 높아진 연료분사 압력 등 개선이 이뤄졌다. 피스톤도 경량 소재로 다시 만들고 최신 흡기 압력 센서도 추가했다.
강력해진 엔진과 더불어 자동변속기도 달라졌다. 6단 수동변속기만 고집하던 토요타가 부분 변경을 거치면서 8단 자동변속기를 추가했다. GR 야리스를 위해 개발된 8단 자동 변속기의 이름은 가주 레이싱 DAT(GAZOO Racing Direct Automatic Transmission). 이름도 특별한 이 변속기의 핵심은 매우 빠른 변속 속도에 있다.
일반적인 자동변속기는 속도를 높이거나 줄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중력가속도와 차의 속도 및 거동을 감지한다. 반면 가주 레이싱 DAT 변속기는 새롭게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넣었다. 이 프로그램은 운전자가 가속 페달이나 브레이크 페달을 어떻게 조작하는지부터 모니터링한다. 이후 차의 거동 변화가 생기기 전부터 기어 변속이 필요한 시점을 미리 예측해 변속한다. 운전자가 머리 속으로 변속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순간 텔레파시가 통한 듯 기어 변속을 하는 것이다.
아키오 토요다(Akio Toyoda) 회장은 “수동변속기 기준 프로 드라이버와 나의 변속 시간은 0.2초 차이나 났지만, DAT 변속기를 쓴다면 시간 손실은 없어진다”고 말하면서 “가속과 제동에 집중할 수 있어 더 빠른 주행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새롭게 개발한 토크 제어 시스템과 고응답 솔레노이드 등 신기술이 적용됐다. 변속기의 내구 성능을 높이기 위해 내열 성능이 높은 소재러 클러치를 바꿨으며, 별도 냉각 시스템도 더했다. 6단에서 8단으로 기어가 많아지면서 촘촘한 기어비를 통한 가속성능 증대도 덤으로 얻었다.
주행모드는 에코(Eco), 노멀(Normal), 스포트(Sport)를 선택할 수 있다. 각각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휠, 스로틀 반응 속도, 계기판 테마, 에어컨 작동 상태 등이 변경된다. 가주 레이싱 DAT 변속기가 올라간 모델에서는 기어 변속 감각도 설정할 수 있다. D 모드에서는 응답 성능이 우선시되며, M 모드로 설정하면 변속 속도가 가장 빨라진다.
GR-FOUR라는 이름의 네바퀴굴림 시스템도 사용한다. 전자식으로 제어되는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앞 뒤 구동배분을 100:0에서 0:100까지 변바꿀 수 있다. 앞 뒤 차축에 토센(Torsen) 방식 LSD는 기본 사양이다.
네바퀴 굴림 시스템은 운전자가 다이얼을 통해 구동 배분 정도를 선택할 수 있다. 노멀 모드에서는 앞 뒤 구동 배분이 60:40으로 맞춰지고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구동배분은 30:70으로 변경돼 와인딩 로드나 서킷에서 더욱 강력한 운전재미를 느낄 수 있다. 가장 빠른 기록을 원한다면 트랙 모드로 선택하면 된다. 이때 구동배분은 50:50으로 맞춰진다.
강화된 성능에 맞춰 차체 강성도 높였다. 스팟 용접을 13% 늘렸고 구조용 접착제는 24% 더 많이 적용했다. 덕분에 요(YAW) 응답, 조향 피드백 및 그립감이 향상되는 효과를 만들었다.
서스펜션 구조는 맥퍼슨 스트럿(앞)과 더블 위시본(뒤) 방식이다. 다양한 레이싱 드라이버의 피드백을 통해 섬세하게 조율했다. 앞 뒤 스프링 레이트를 바꾸고 앞 댐퍼 마운트 강성을 키워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실내 디자인도 변경됐다. 계기판부터 센터페시아까지 평면적으로 수정했다. ‘드라이버 퍼스트(Driver First)’ 원칙을 바탕으로 개선한 덕분이다. 레이싱 및 랠리 드라이버의 의견을 수렴한 덕분에 더 빠르고 직관적으로 각 기능들을 다룰 수 있게됐다.
인터쿨러 스프레이, VSC-OFF, 비상등 등과 같이 트랙 주행에서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은 운전자와 더 가까운 곳으로 재배치했다. 조수석 쪽으로는 추가적인 게이지나 모니터링 시스템을 장착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했다.
기존의 아날로그 계기판은 12.3인치 디스플레이로 바꼈다. 선명한 그래픽 디자인은 즉각적인 정보 확인에 초점을 맞췄다. 기어를 내릴때 엔진 회전수가 너무 높으면 운전자에게 경고하는 기능(자동변속기 모델)이 추가됐고 변속기 오일 온도 정보도 표시한다.
25mm 더 낮아진 시트 높이에 맞춰 스티어링휠 각도도 조정했다. 기어레버 위치도 운전자가 보다 편하게 조작할 수 있도록 바꿨다. 모두 아키오 토요다 회장의 지시로 인한 변화다.
토요타의 신형 GR 야리스는 2024년 여름부터 유럽 전역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기존 모델의 영국 판매가가 3만 1250파운드(약 5270만 원)였음을 감안하면 이보다는 더 비싸게 출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