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랠리 찾아 떠난 두바이[황욱익의 밀레 밀리아 ②]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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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1.24 10:12
꿈의 랠리 찾아 떠난 두바이[황욱익의 밀레 밀리아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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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최초로 밀레 밀리아를 완주한 필자의 이야기를 모터그래프가 독점 연재합니다. 1927년 시작된 밀레 밀리아는 GT(Grand Touring)의 개념을 파생시켰으며 클래식카 마니아들에게 '꿈의 랠리'로 불립니다. [편집자 주] 

프리이벤트가 열리기 전까지 참가자들은 생각보다 바쁜 일정을 보낸다. 우선, 참가자들은 출발점인 메이단 호텔에서 1차 신청 확인을 받아야 한다. 밀레 밀리아 UAE의 프리이벤트가 열리는 출발점인 메이단은 낙타 레이스가 열리는 트랙이다.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아랍에서 낙타 레이스는 최상류층을 위한 이벤트다. 메이단의 규모는 어마어마했고(주차장 길이만 3.2km 정도 된다고 했다)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 출전차들을 전시한다.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게 아니라 출발 전 인스펙션(최종 인증)을 진행하고 최종 점검도 한다.

오전, 미구엘을 만나 점심 식사 후 밀레 밀리아 출전 차들을 메이단까지 옮겼다. 이번 레이스에 토미니 클래식에서는 서비스카와 미디어카를 포함해 총 5대의 자동차를 지원했다. 그 중에는 우리가 타고 참가하게 될 알파 로메오 8C 컴페티치오네도 있다. 도착한 토미니 클래식은 그 규모와 소장품의 종류가 다양했고 이들이 아랍 지역에서 진행하는 사업(클래식카 거래, 스토리지 서비스, 리스토어 서비스 등) 내용도 생각보다 폭 넓었다. 미구엘은 토미니 클래식 쇼룸의 여기저기를 구경하던 나에게 부탁을 하나 했다.

"오늘 밀레 밀리아 행사장인 메이단까지 옮겨야 하는 차가 4대인데 드라이버가 한 명 부족해. 차 한 대를 운전해 줄 수 있을까?"

토미니 클래식에서 옮겨야 할 차는 출전 차인 알파 로메오 8C 컴페티치오네를 비롯해 비스트라 불리는 오렌지색 포르쉐 911 3.2(1979년), 머스타드 911 3.2(1979년), 메르세데스-벤츠 280 SL 파고다(1968년) 4대다.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No problem'이라고 답하는 내게 미구엘은 3개의 키(알파 로메오 제외)를 내밀며 그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 타라고 했다. 필자가 선택한 차는 세미 슬릭 타이어와 롤케이지가 장착된 오렌지색 포르쉐였다.

화끈했던 공랭 포르쉐
화끈했던 공랭 포르쉐

"여기서 출발하면 30분 정도 걸리는데, 대열 맞춰서 천천히 갈 거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미구엘의 말은 복잡한 주택가를 벗어나면서 의미가 없어졌다. 두바이는 전반적으로 운전이 굉장히 험하다. 서울이나 부산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로 운전자들은 거칠고, 직선 위주의 도로가 많아 속도도 꽤 높은 편이다. 상당히 오랜만에 무거운 클러치를 가진 털털거리는 공랭식 포르쉐를 타고 고속도로에 오르니 속도는 자연스럽게(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높아질 수밖에 없었고, 페르시아만에서 불어오는 습한 바람과 함께 짧지만 재미있는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었다.

메이단의 지정된 주차장에 도착하니 다른 팀 참가차들도 속속 도착하고 있었다. 참가차들은 이곳에서 하루를 대기하면서 등록 절차를 마무리하고 프리 이벤트가 열리는 12월 3일 행사장으로 이동한다. 

참가차를 이동시킨 후 미구엘의 메르세데스-벤츠 500 SL을 타고 포르쉐 테마 카페가 있는 블루워터 아일랜드로 향했다. 휴양지와 업무단지가 어우러진 공간 한복판에 있는 DRVN 바이 포르쉐는 포르쉐로 꾸며진 카페이다. 바로 전 주까지는 917k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며칠 전 마지막 공랭 포르쉐인 993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한숨 돌리고 나와 두바이의 슈퍼카 딜러가 모여있는 곳으로 이동했다. 자동차 쇼룸과 관련 업체들이 모여 있는 이 지역은 해외 매체에도 여러 번 등장한 곳이다. 고속도로를 중심으로 양쪽에 펼쳐진 자동차 쇼룸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움을 과시했으며 방문했던 쇼룸마다 하나같이 친절하게 맞아 주었다. 

모든 준비를 완료해야 하는 프리 이벤트
모든 준비를 완료해야 하는 프리 이벤트

12월 3일부터 본격적인 밀레 밀리아 UAE의 일정이 시작됐다. 전날 등록을 마친 차들이 메이단의 그랜드 스탠드와 연결된 특별전시구역에서 본격적으로 전시를 준비한다. 밀레 밀리아에 출전하기 위한 차들은 신청, 차의 히스토리를 알 수 있는 서류심사, 국경을 넘을 수 있는 서류준비, 등록, 최종 인스펙션 과정을 거친다. 생각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만큼 밀레 밀리아 출전 자체가 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모든 과정은 밀레 밀레아 주관 단체이자 현대 클래식카의 기준을 만든 FIVA에서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개조차나 출처가 불분명한 차, 히스토리를 알 수 없는 차들은 참가 자체가 불가능하며, 국가 기준에 따라 등화 정도의 교체만 가능하다. 엔진과 변속기 비롯해 섀시, 전장부품 등이 모두 공장 출고 사양이어야 하고 시리얼 넘버도 조회가 가능해야 한다. 이탈리아나 독일, 미국에서 발급되는 클래식카 번호판도 인정은 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아침 일찍 메이단에 도착해 선수 등록을 마치면 기념품과 비상 물품이 들어 있는 백팩을 지급 받는다. 이 안에는 경기 기간 입을 공식 폴로 티셔츠 3개(무려 데이비드 간디 웰웨어), 선크림, 밀레 밀리아 UAE의 공식 후원사인 카레라에서 제공하는 선글라스를 비롯해 로드북(내비게이터용), 응급처치키트 등이 들어 있다. 로드북과 함께 5개의 과정이 있는 카드를 받는데, 한 가지 과정을 통과할 때마다 체크 사인을 받는다. 5개의 과정에는 선수 등록, 백팩 수령, 참가차 등록 및 인스펙션, 랠리 내비게이터 교육 수료 등 출발 전 거쳐야 하는 과정들이 친절히 들어가 있다.

전시 공간으로 차를 옮긴 후 대기하고 있으면 엔트리와 최종 인스펙션을 받는다. 각 과정은 FIVA와 FIA, EMSO, 옥타니움에서 진행하는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FIA에서 진행하는 내비게이터 교육이었다. 다행히 두 번 만에 통과했지만 처음에는 방식 자체를 이해 못해 고생했다. 참고로 밀레 밀리아의 룰은 시간을 정확히 맞춰 들어오는 것이 중심이다. 지정된 시간보다 쁘르거나 늦으면 모두 패널티를 받는다. 

공식 경기 시작 전날인 프리이벤트는 아침부터 공식 만찬이 있는 저녁까지 매우 숨가쁘게 돌아갔다. 받은 엔트리와 GPS를 지정된 위치에 부착하는 것을 비롯해 스탭들이 돌아다니며 각 파트를 확인한다. 특이한 점은 차 안에 비치되는 응급처치키트와 비상용 공구에 대해 철저히 확인한다는 점이다. 수십 가지 항목을 확인한 후 통과되면 최종 인스펙션 스티커를 붙여준다. 분주히 한낮을 보낸 후 공식 만찬이 시작되기 전까지 무려 120대의 자동차가 메이단의 스타트라인 근처에 자리를 잡고 대기했다.

전체 참가자와 크루, 스테프 등 밀리 밀리아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모이는 저녁 만찬은 생각보다 흥미로웠다. 전 세계 32개국에서 온 참가자들은 초면이지만 모두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었고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상당히 해박했다. 무엇보다 이곳에서는 혼자 있을 시간이 거의 없다. 누구든 눈만 마주치면 말을 걸고 친구가 되는 분위기가 생소하고 신기했다.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러웠지만 모두들 유일한 동양인 참가자인 내게 매우 친절했고 호의적이었다. 이따금 K-팝 덕을 조금 볼 때도 있었다.

첫 공식 만찬 자리에서 우연히 특별한 사람을 만났다. 미구엘의 소개로 인사를 나눈 사람은 람보르기니의 전설적인 테스트 드라이버이자 클래식 람보르기니 앰배서더로 활동 중인 발렌티노 발보니였다. 미구엘에게 소개받은 그가 발렌티노 발보니일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 했다. 그저 동명이인의 잘 나가는 사업가인 줄 알았다. 그는 2009년 250대 한정 생산된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발보니 에디션의 바로 그 발보니였다.

역사적인 인물과 동행한 특별한 4일간의 여정이 밀레 밀리아 UAE와 함께 시작됐다. 초청 자격으로 출전한 발렌티노 발보니와는 귀국 전날까지 거의 매일 저녁 식사를 함께 했다. 물론 밀레 밀리아 UAE 자체도 엄청 재미있었지만, 그의 젊은 시절(람보르기니 개발 비화 등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내용) 이야기를 듣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덧붙여 

내비게이터라고 해서 구글맵 좀 찍어 놓고 유람이나 즐길 것으로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역할이 크고 할 일이 많았다. 일단 두꺼운 로드북에 있는 내용을 드라이버에게 전달해야 하고 타임 트라이얼 구간이나 애버리지 스피드 트라이얼(한국으로 치면 T맵 구간 단속), 주유소 확인, 타임카드 관리, 2개의 트립미터 확인 등 운전자만큼 분주해야 했다.

로드북은 각 섹션(오전 오후 각 1섹션씩 하루 2섹션이 레그1)의 지도 역할을 하는데 단순히 목적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닌 지정된 체크 포인트를 반드시 거쳐 도장(적으면 하루에 2개, 많으면 4개)을 받아야 한다. 하루 평균 주행거리는 약 400km, 주행 시간은 8시간 정도다. 또한 로드북에는 한 섹션 당 적게는 74개, 많게는 100개에 가까운 지점이 표시되어 있는데 이 모든 것을 드라이버에게 전달해야 한다. 쉽게 설명해 T맵이 하는 일을 사람이 직접 로드북을 보고 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그야말로 인간 내비게이션이다. 참고로 드라이버와 코드라이버 두 명이 함께 출전해야 하는 랠리 경기에서는 드라이버보다 내비게이터(코드라이버, 코파일럿)를 더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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